영화 <두 교황>
종교의 교리는 절대적인 가치를 담고 있어 믿음에 밑바탕이 되지만 사회적인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또 교리에 기반을 둔 폐쇄적 종교 정책은 내부의 비리와 부패라는 폐단을 낳기도 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인물이었고 바티칸 내부에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사제들의 성추문과 비리로 교단의 이미지가 추락한 때에 한 추기경이 은퇴를 고민하는 교황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자신의 편지에 대한 베네딕토의 답변에 따라 바티칸을 향한다. 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는 베르골리오와 베네딕토 16세의 만남은 이런 배경에서 성사된다.
두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혼자 밥을 먹는 걸 좋아하는 베네딕토와 달리 베르골리오는 여럿이 식사하는 걸 좋아하고 베네딕토가 스메타나의 피아노곡을 좋아하는 반면 베르골리오는 아바의 노래를 좋아한다. 두 사람의 취향 차는 명확하다. 내향적인 베네딕토와 외향적인 베르골리오. 이 성향은 개인이 믿는 교리의 방향 역시 다름을 보인다.
베네딕토는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며 강경파 교리에 정통하다. 해방신학이나 종교 다원주의, 개신교와 합동 미사에 반대한다. 반면 베르골리오는 청빈하고 소탈하며 진보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다. 대주교가 된 후에도 주교관 대신 작은 아파트에서 지내며 대중교통을 타고 직접 음식을 해먹으며 빈민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베네딕토는 베르골리오가 새 교황의 적임자라 생각한다. 세상은 더 낮은 곳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하며 베네딕토는 자신은 그 임무를 행하기엔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다 여긴다. '주님께서는 새 교황을 통해 이전 교황을 바로 잡으신다고 하더군요'라는 베네딕토의 말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마태복음의 말씀처럼 새 시대에 어울리는 교황은 자신이 아닌 베르골리오라 생각한다.
하지만 베르골리오는 교황의 위치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 1970~198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 당시 베르골리오는 목숨을 걸고 독재정권 타도를 외쳤던 다른 이들처럼 나서지 못했다. 그에게는 지켜야 될 신도들이 있었고 종교의 영역이 침범 받지 않도록 버텨야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지켜봐야만 했던 죄책감이 남았다.
< 두 교황>은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오해를 할 만큼 실존 인물인 두 교황과 닮은 조나단 프라이스, 안소니 홉킨스의 열연으로 삶을 이야기한다. 더 이상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게 되자 명예를 위한 고집이 아닌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는 베네딕토나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 대해 고민하고 과거를 잊지 않는 베르골리오의 모습은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아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두 사람에게 교황의 위치란 정점이 아닌 또 다른 고민의 시작이다. 영화의 대부분을 이끌어 가는 두 사람의 대화는 취향 차로 인한 웃음과 갈등이 주는 재미와 함께 서로의 과거를 되짚어 가며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를 펼친다. 때문에 이 작품은 종교 영화가 지닌 품격과 삶의 유연함과 신념을 함께 조명한다. 특히 독일과 브라질 출신의 두 교황이 함께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관람하는 장면은 진지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센스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가치와 신념을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때 진정한 우정이 이뤄질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상류 사회를 살아온 베네딕토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했던 베르골리오가 각자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는 지점은 묘한 울림을 준다. 두 현자가 보여주는 '대화의 품격'은 따뜻한 감동과 성찰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