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펭귄 블룸>
에릭 스톨츠와 헬렌 헌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워터댄스>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조엘은 사고 후에도 여자친구 안나의 사랑을 받지만 그녀와 헤어지기로 결정한다. 사랑을 나눠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조엘의 모습은 시간과 주변 사람들의 노력으로도 회복되지 않는 상처를 보여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펭귄 블룸>은 이런 아물지 않을 것만 같았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샘은 서핑을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녀는 남편 카메론과 결혼한 후 노아, 루벤, 올리 삼형제의 엄마가 된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자식들의 곁을 지키던 샘의 표정이 우울해진 건 태국 여행 이후다. 이 여행에서 갑자기 난간이 무너지며 아래로 추락한 샘은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는다. 샘은 자신의 고통을 티내려 하지 않으나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전처럼 아이들을 챙겨줄 수 없고, 사소한 일 하나도 카메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슬픔은 고통의 순간에 다가오지 않는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 샘과 가족들은 목숨을 건졌다는 점에 감사하며 단단하게 뭉쳐 살아가고자 한다. 허나 일상이 흐를수록 샘이 느끼는 슬픔은 커진다. 이전처럼 바다에 나가 서핑을 할 수 없고, 혼자서 모래사장을 걸을 수도 없다. 그녀를 가장 괴롭히는 건 자신이 아이들에게서 소외됐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아닌 카메론만 찾자 삶을 잃어버린 거 같다며 절규한다.
절망에 빠진 샘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 건 까치 한 마리다. 바닷가에서 놀던 삼형제는 도마뱀의 공격을 받던 까치를 구한다. 어린 까치를 집에 데려온 형제는 키우겠다고 말한다. 처음 샘에게 까치는 귀찮은 존재였다. 화분이나 컵을 깨뜨리는 건 물론 아침 일찍부터 울면서 잠을 깨우는 불청객이었다. 하루 노아가 까치를 샘에게 맡기면서 둘 사이에는 유대감이 피어난다.
샘은 사고 이전 자신의 사진이 걸린 액자를 모두 깨뜨리는 등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샘의 모습에 영향을 받는 건 첫째 노아다. 노아는 자신이 샘을 사고가 난 장소로 오라고 했기에 불행이 시작됐다 생각한다. 샘이 괴로워할수록 노아 마음속에 죄책감은 점점 더 커진다. 샘은 까치를 돌보면서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낀다. 까치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은 샘은 현재의 자신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샘이 카누를 배우고, 수영을 연습하는 장면은 다시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한 회복을 보여준다. 가족은 구성원 하나하나가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 가족을 이뤘다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기둥이자 사랑이 되어준다는 의미와 같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했던 샘은 카메론과 삼형제가 주는 사랑과 도움을 포용함과 동시에 노아가 품은 죄책감을 해소해주고자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까치가 펭귄으로 불리는 이유에는 어떠한 의미가 담기지 않는다. 그저 검은색과 흰색으로 이뤄진 새라는 점에서 노아가 펭귄이라 이름을 붙인다. 이 점은 제목에 펭귄이 들어감에도 이와 관련된 상징적 의미가 부족하단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신 블룸(Bloom)이 지닌 생명력과 활력의 의미를 펭귄(까치)을 통한 샘의 변화에 잘 담아내며 제목만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돈 워리>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주변에 조력자가 많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더라도 상처는 저절로 치유되지 않는다. 스스로 그 상처들과 매일 씨름해야 한다. 어떤 고통이나 아픔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예전의 자신을 생각하며 그 아픔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펼쳐질 사랑할 시간과 행복을 영원히 잃게 된다.
샘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녀 스스로가 펭귄이란 까치를 돌보면서 그 아픔과 투쟁한 순간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순응과 체념이 아닌 새로운 희망과 꿈을 품은 샘의 모습은 실제 주인공 역시 사고 후 적응형 서핑 대회에서 2번 우승했다는 점에서 그 생명력을 보여준다. <더 임파서블>, <북 오브 헨리> 등을 통해 강한 모성애 연기를 선보였던 나오미 왓츠는 샘 역을 통해 다시 한 번 눈물샘을 자극하는 열연을 선보인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