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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노라이츠 김준모 편집장 Feb 26. 2021

학투 연예인, 당당하지 못하다면 알아서 나가세요

학투 문제가 해결되기 힘든 이유와 학교폭력에 관하여

여자배우 이재영-이다영 자매를 향한 학교폭력 신고 이후 스포츠계는 폭력 사건에 대한 고발을 이어가게 됐다. 이 고발의 핵심은 스포츠계 구조의 변화다. 한국 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다. 성적이 중시되며 이를 위해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는 참으라는 암묵적인 지시를 내린다. 그 내부도 좁기 때문에 집단이나 선배가 폭력을 행할 시에 벗어나거나 고발할 수 있는 수단이 드물다. 빙상계에서 내부 폭로가 몇 번이나 나와도 변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스포츠계 내부의 폭로에 반응하고 있다. 심석희, 故 최숙현, 故 고유민 선수 때 전수조사를 통해 뿌리를 뽑았어야 했을 내부 폭력 사건에 스포츠계가 ‘우리가 알아서 자정하겠다’고 나서다 이 모양이 된 것이다. 특히 故 고유민 사건은 그 모친이 나서서 팀 내에서의 따돌림과 폭력을 문제 삼았지만, 팀의 부인과 이에 동조한 정치권에 의해 악플 문제로 몰아 스포츠 뉴스 댓글란을 막아버리는 뻘짓을 선보였다.

헌데 이 스포츠계의 폭력 문제 폭로가 최근에는 연예계로 번지고 있다. 연예계의 학교 폭력 폭로, 일명 ‘학투’는 아이돌부터 배우까지 가리지 않고 매일매일 새로운 소식이 등장하는 추세다. 이중에는 과거 폭로가 되었으나 당시 화력을 받지 못하거나 소속사의 고소 협박에 꼬리를 내렸던 폭로도 존재한다. 이 연예계 학투 문제에 대해 글을 쓸지 말지 고민했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인식 개선과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글을 쓰게 됐다.

학투 논란, 미투 때와 같거나 다른 이유

학투는 미투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 진위여부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은 같은 교실에 있는 학생도 그 진위여부를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한 반에 배구부가 2명 있었다. 그중 한놈은 생긴 것부터 껄렁해서 좋지 않아 보였고, 다른 한 놈은 멀끔하게 잘생겼고 나한테는 잘 대해줘서 좋게 지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멀끔한 놈이 내 친구한테 학교폭력을 했다는 걸 알았다. 그 친구는 협박 때문에 그 사실을 말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사람은 입체적이고 상대에 따라 다른 가면을 쓴다. 미투의 경우도 설마 성폭력을 의심했던 사람들이 진짜로 나와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성폭력은 둘만의 공간에서 벌어지고, 폭행 당시의 직접적인 상처가 남지 않으면 가해사실을 입증하기 힘들다. 때문에 오늘날 같은 미투 분위기 이전에는 성범죄가 있어도 여성이 그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오히려 꽃뱀으로 몰리는 경우가 다분했다.

학교폭력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잘 나가는 애, 모범적으로 보이는 애가 뒤에서 약한 애들을 괴롭히거나 그런 무리에 속해있으면 입증하기 쉽지 않다. 성인도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힘들 때가 많은데 학생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나. 더구나 학교는 증거를 남길 수 있는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에 학투가 미투와 달리 더 까다로운 측면은 가해학생의 무리가 적극적으로 반론하기 때문이다.

익명성에 숨어서 말을 한다면 가해학생 역시 동창이란 이유로 나설 수 있다. 미투의 경우 둘 만의 문제이기에 제3자의 목소리가 사건에 직접 개입되어 있지 않고서야 크게 힘을 낼 수 없다. 반면 학투는 다르다. 피해사실을 주장하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그런 사실이 없다는 말을 하면 묻히게 된다. 삼인성호라고 세 사람만 뭉쳐도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내는데 가해사실을 숨기는 건 일도 아니다.

미투의 경우에도 권력형 성범죄에 내부폭로라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목소리에 응답해 정치권에서는 미투와 관련된 목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에 단체까지 조성했다. 반면 학투는 이런 움직임을 보일 수도, 단체를 만들기도 힘들다. 이지메가 사회적 문제인 일본이 현재까지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건 의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학교란 시스템 자체를 크게 손보지 않고서야 힘들다는 점이 크다.

인성영업이 인성논란을 만들다

학투가 터졌을 때 이를 조롱하는 사람들의 메시지는 하나였다. ‘외국에서는 이런 경우가 있느냐’ 당장 할리우드만 봐도 온갖 범죄자들이 연예계에 몸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우 인성보다 그 능력이 우선이 된다. 온갖 논란에도 활동을 하는 해외 연예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했을 때 어린 시절의 학교폭력 또는 집단따돌림 같은 괴롭힘을 이유로 연예계 퇴출을 주장하는 국내 움직임은 가혹해 보인다.

이는 사회적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연예시장의 경우 ‘인성영업’이 주를 이룬다. 해당 연예인의 미담을 전하며 ‘얘는 정말 문제가 없고 깨끗하고 착한 애라서 응원해주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실력과 외모가 다 뛰어난 아이돌 시장에서는 특히 이 인성이 플러스 요소가 된다. 즉, 인성도 인기를 끌기 위한 하나의 무기가 되며, 이 인성으로 인기를 끈 아이돌은 인성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만한 반작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허준>의 예진아씨 역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황수정은 마약과 불륜 문제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황수정보다 더 큰 잘못을 한 연예인도 복귀했던 게 2000년대 초반 연예계였지만 청순한 이미지를 내세웠던 배우였기에 그 파장과 충격이 엄청났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인기를 얻는 직업이다. 그 이미지를 지키지 못할 경우 반작용이 되어 추락을 앞당긴다.

작은 인성이 생겨도 추락이 빨라지는 아이돌이 있는가 하면, 온갖 논란에도 살아남는 아이돌이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빅뱅이다. 빅뱅은 그 팬덤부터 인성영업을 하지 않았고, 음악적인 재능만 부각했다. 팬덤이 도덕적인 문제를 신경 쓰지 않고, 대중은 그들 자체가 아닌 음악을 사랑하다 보니 각종 구설수에도 롱런하는 그룹이 되었다. 이미지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반작용을 이끌어내는 요소다.

최근 인성영업을 주도하는 기획사, JYP에서도 학교폭력 논란이 있는 멤버가 나왔다. 그 멤버는 사과문을 올렸고, 기획사도 멤버를 제외하지 않고 이끌고 나갈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중의 반발은 상당하다. 애초에 인성이란 영업으로 삼기 힘든 요소다. 동시에 해당 연예인에게 정치인 수준으로 높은 청렴함과 이미지를 강요한다. 이를 영업요소로 삼고 인기의 발판이 되었으니 그 반작용 역시 감당해야 할 아픔이기도 하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학투 저항을 이끌다

앞서 언급한 JYP의 사례는 최근 학투 운동의 대처를 생각했을 때 양반인 수준이다. 학투는 증거를 확보하기 힘들다. 이런 점 때문인지 학투 운동을 당한 연예인들은 그 사실을 부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우 조병규, 박혜수를 비롯해 아이돌 수진까지 수많은 증언들이 올라오고 있음에도 해당 사실을 부인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허위사실을 유포할 시에 법적 조취를 취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유튜버 유정호는 과거 담임교사가 자신을 폭행하고 왕따를 주도했단 사실을 폭로했다 해당 교사한테 고소를 당하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학교폭력은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을뿐더러, 다수의 증언과 증거가 있다 하더라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걸리면 피해자가 유죄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가해자의 행동은 공소시효가 지난 건 물론 법적으로 처벌을 받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국내법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유지되고 있는 악법이다. 피해를 주장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이 사실로 상대가 피해를 본다면 그 손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 즉, 피해자가 사실을 폭로했고 이것이 진실로 밝혀졌어도, 가해자가 이 사실로 피해를 입었음을 입증한다면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미투의 경우에도 무고죄 고소의 위험 때문에 신고를 꺼려하는 이들이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성범죄로 고소당할 시 무고죄 수사는 해당사건이 끝난 뒤에 가능하다는 법을 입법했다. 허나 이런 법의 경우 그 부작용도 상당하다. 모든 폭로가 진실이 아니며, 특히 연예인의 경우 돈이나 개인의 추락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개그맨 주병진이나 러블리즈 서지수, 방송인 김흥국 등은 거짓폭로로 인해 대중의 질타를 받으며 방송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기에 한 번 성이나 폭행관련 추문이 터지면 ‘문란하다’ ‘인성이 좋지 않다’ 같은 이미지가 박혀 그 진위여부와 다르게 앞으로의 활동에 큰 문제를 겪게 된다. 대중이 신이 아니라는 점, 모든 폭로가 진실이 아니라는 점은 간절한 목소리를 묻히게 만드는 아쉬운 요소다.

학교폭력의 종류를 생각하지 말고, 데뷔하지 마라

이번 학투 논란에서 개인적으로 화가 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자기들 멋대로 학교폭력을 재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폭력만 학교폭력으로 인정하며, 폭언이나 놀림은 학교폭력이 아니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과거 직장 내 성희롱이나 갑질도 이런 식으로 이뤄졌다. 직접적인 게 아니지 않느냐, 네가 예민하다는 말로 상대를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 어린 아이들끼리도 권력에 따라 계층이 분화된다. 남에게 폭언을 행사하고 괴롭힘을 행하는 아이들은 오늘날 불법으로 규정한 갑질과 다를 바가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폭언도 왕따도 은따도 다 권력이고 힘이 있으니까 하는 행동이다. 자신이 당하면 화내고 분개할 일을 남의 문제라는 이유로 ‘에이~ 그건 폭력이 아니지’라고 말하는 건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학교폭력은 교사가 그 문제를 모두 알고 있다. 모든 학생들을 상담하는 건 물론, 수많은 아이들을 상대해 봤기에 그 행동 하나하나에서 패턴을 읽는다. 예를 들어 쉬는 시간마다 혼자 교무실로 오는 학생이나 같이 노는 친구가 자주 바뀌는 학생은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교사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모든 학생을 똑같이 잘 대해줘야 하며, 직접적인 증거 없이는 학교폭력을 잡기도 힘들다.

교생실습 당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 있는데 “교사들이 체벌했을 당시에는 학교폭력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 시절에도 교사한테 죽도록 혼난 애들이 또 죽도록 애들을 괴롭혔고, 학년이 올라가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잘못이 들통나면 부인하고 힘을 동원해 피해자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현재 학투 논란의 가해자들처럼, 그 당시 학교폭력 가해자들 역시 더 악독하고 간악하게 남을 괴롭혔던 기억이 있다.

결국 연예계도 무리 내에서 자정작용이 있어야 한다. 문제가 되는 연예인이 집단에서 버티지 못하게 팬들이 반응해야 해결할 수 있다. 개그맨 박명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거짓말 하면 이 바닥에서 떠야 한다.”며 학투 논란 연예인들을 향해 강한 의사를 피력했다. 소속사에게,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으면 알아서 나오지 말고, 알아서 데뷔하지 마라. 학교 교사들은 교무실에서 “걔는 언제 터질까”라는 이야기를 한다. 잘못을 모르는 게 아닌 알고도 침묵하는 이들이 많다. 이 침묵의 목소리가 합쳐진다면 단단한 댐도 무너질 수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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