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토>
첫 대사부터 마음을 잡아끄는 영화가 있다. JFF(재팬 필름 페스티벌)을 통해 공개된 영화 <이토>는 영화 <양지의 그녀>의 원작자로 유명한 오사무 코시가야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 작품은 아오모리 히로사키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토가 메이드 카페 직원이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재만 보면 마니아틱해 보이지만 현 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은 물론 모든 세대가 지닌 삶에 대한 고민에 따뜻한 위로를 보내는 보편성을 지닌 영화다.
이 작품은 이토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인생이란 뚜껑을 열어보면 누구나 지나온 발자국을 볼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그 발자국이 없다고 이토는 말한다. 이토는 심한 사투리에 소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공부도 운동도 특출 나지 않으며 절친한 친구도 없다. 이대로면 자신의 인생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 여긴 이토는 충동적으로 높은 시급을 준다는 메이드 카페에 전화를 하고 직원으로 채용이 된다.
싱글맘 사치코, 도쿄에서 만화가가 꿈인 토모미와 듬직한 매니저 유이치로와 함께 일하게 된 이토는 소심한 성격에 부족한 일머리로 적응에 애를 먹는다. 허나 자신의 손으로 처음 돈을 벌어보고 자신을 보기 위해 오는 손님이 생기면서 일에 애착을 지니게 된다. 허나 메이드 카페 사장이 부정을 저지르면서 가게는 폐쇄위기에 몰린다. 이 과정에서 일을 더 하고 싶은 이토는 아버지 코이치와 갈등을 겪는다.
이토 어머니의 죽음은 이토와 코이치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이토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남겨진 아버지와 할머니의 곁에 자신이 있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죽음은 이토에게 성숙함이 아닌 꿈을 꾸기도 전에 잊게 만든다. 반면 코이치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으로 이토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때문에 메이드 카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함에도 일하는 걸 허락한다.
허나 메이드 카페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코이치는 반대 의사를 표한다. 그럼에도 이토가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토를 포함해 사치코와 토모미가 계속 메이드 카페를 하고 싶다고 말하자 유이치로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말한다. 도쿄에서도, 아오모리에서도 삶은 불안함의 연속이었다는 그는 어차피 인생은 불안한 것이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자고 답한다.
작품은 메이드 카페와 샤미센을 통해 부녀의 갈등은 물론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합을 보여준다. 메이드 카페를 방문하는 이들은 철이 없기 보다는 불안한 인생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미래를 명목으로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다 한들 그 보답이 미래에 온다는 보장은 없다. 아내를 잃은 코이치는 그 의미를 알고 있다. 때문에 메이드 카페에서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는 딸의 모습에 자신의 편견을 접는다.
샤미젠은 할머니와 어머니, 이토까지 3대에 걸쳐 연주를 하는 일본의 전통악기다. 이 악기를 연주하는 방식이 셋 다 다르다는 점에서 샤미젠은 각 세대가 하나로 담긴 악기다. 이토가 샤미젠을 메이드 카페에서 연주하게 되었다는 점은 이토의 행복을 어머니가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화합과 위로의 의미를 담는다. 동시에 아버지와 이토의 세대 간의 갈등해소를 보여주는 매개체가 된다.
현 세대의 생활양식은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경향이 있다. YOLO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현재의 행복 추구와 소확행으로 대변되는 문화생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튜버나 BJ 같은 온라인상에서의 직업에 대한 편견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영화는 메이드 카페를 이 편견의 대상으로 다룬다. 인생의 패배자들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기 위해 향하는, 현실을 잊는 장소로 말이다.
허나 ‘사오정’(45세에 정년퇴임), ‘오륙도’(5.60대에도 일하면 도둑놈) 같은 과거의 유행어에서 볼 수 있듯 기성세대 역시 삶에 대한 불안을 품고 살아온 이들이다. 자신들이 겪었던 고통과 아픔을 알면서 현 세대에게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하는 걸 경계하는 자세를 보인다. 동시에 기성세대를 향한 따뜻한 위로의 시선을 보내며 전 세대를 향한 위로의 포옹을 보내는 화합의 자세를 지닌다.
올해로 두 번째로 온라인을 통해 무료상영을 결정한 JFF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의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거리는 가깝지만 정서적인 측면에서 거리가 느껴지는 일본의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넓히는 자리인 만큼 좋은 일본영화를 다수 공개한다. <이토>는 거부감이 드는 소재를 어떻게 대중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토가 하나씩 새겨가는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특별한 순간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