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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이 떠오르는 묵직한 범죄 실화 추적극

디즈니+ [보스턴 교살자]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은 당시 미제였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023년,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디즈니+가 3월 17일 단독 공개한 오리지널 영화 <보스턴 교살자>다. 이 작품은 ‘살인의 추억’ 당시 봉준호 감독이 참고한 ‘보스턴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1960년대 보스턴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은 당대의 공포와 불안 그리고 진실을 향한 추적을 담아냈다.


당시 보스턴에는 영국의 ‘잭 더 리퍼’를 떠올리게 만드는 잔혹한 사건이 벌어졌다. 홀로 사는 여성만 찾아가 교살로 죽이고 기괴한 리본 모양으로 자신만의 사인을 범인이 남긴 끔찍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 것이다. 이것이 연쇄살인이란 걸 처음 알아낸 건 레코드 아메리칸 신문의 생활부 소속 기자 ‘로레타 매클로플린’(키이라 나이틀리)이다. 어렵게 취재 허락을 받게 된 그녀가 진실에 다가서고자 하는 과정은 세 가지 측면을 통해 심도 있게 묘사가 된다.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첫 번째는 기사로 완성한 추적이다. 이 사건은 1968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이 된 바 있다. 고전작이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추리 범죄영화였다면 최신작은 저널리스트를 메인으로 내세우며 색다른 질감을 선보인다. 저널리즘에 입각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로레타’와 ‘진 콜’(캐리 쿤), 두 저널리스트가 쌓아올리는 진실을 함께 목도하면서 범인의 자취를 밟아가는 묘미를 선사하며,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서술자를 등장시켰다 할 수 있다.


추적의 과정은 실화가 주는 힘이 상당하다. 보스턴 연쇄살인은 과학수사와 프로파일링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대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서 큰 공포를 주었다.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일관되지 않은 살인대상 물색과 증거를 남기지 않는 수법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증거와 증언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로레타’가 찾은 진실이 빗나갈 때마다 초조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더해서 범인의 정체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시대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인상을 준다.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두 번째는 여성서사가 지닌 힘이다. 근 몇 년간 할리우드에서는 역사의 주류에서 밀려나 있던 사회적 약자들을 재조명 하는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그 범주에는 여성도 포함되어 있다. ‘로레타’는 여성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한 발로 뛰는 취재기자가 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녀가 ‘진’과 친해지는 건 여성서사가 지닌 장점인 연대와 유대를 통해서다.


보스턴 미혼 여성들이 연쇄살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들은 포괄적인 유대감을 품게 된다. 이는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 속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연대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인상적인 점은 감정에 함몰되어 장르적인 재미를 잊어버리는 누를 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 서술자를 통해 줄 수 있는 재미와 감성을 동시에 챙기는 저력을 과시한다.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세 번째는 묵직한 연출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떠올랐던 영화가 ‘조디악’이다. 두 작품 다 미결 연쇄살인을 모티브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해서 우직하면서도 신중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연출을 선보인다. 봉준호 감독은 ‘조디악’에 대해 천천히 스며드는 공포감과 무력감 같은 게 있다며 데이빗 핀처 감독 영화 중 최고작으로 뽑은 바 있다. ‘보스턴 교살자’가 주고자 하는 긴장감 역시 이런 분위기에 스며들게 만드는 매력이 강하다.


현란한 기교나 플롯적인 트릭 대신 하나씩 사건파일을 펼쳐서 읽어나가듯 묵직하게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마션’ ‘에이리언: 커버넌트’ ‘글래디에이터’ ‘델마와 루이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인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만큼 연출적인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아낸 모습이다. 더해서 그 완성도와 깊이에 있어서도 진실의 무게만큼이나 책임감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스턴 교살자>는 여성서사라는 유행을 따르면서 범죄 스릴러의 본질에 충실한 영화다. 전개에 있어 같은 사건을 모티브로 한 고전과는 차별화 된 고유한 장점을 확보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더해서 포인트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로레타’를 연기한 키이라 나이틀리다. ‘캐리비안의 해적’ ‘안나 카레리나’ ‘오만과 편견’ 등을 통해 보여준 시대극에 잘 어울리는 인상과 연기로 시선을 뗄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본 포스팅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의견 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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