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재벌집’ 이후 최악의 결말? 극한 호불호 갈리는 이유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 2부]


티빙의 메가히트작 ‘방과 후 전쟁활동’이 2부 공개 이후 결말 논란에 휩싸였다. 하일권 웹툰 원작의 이 작품은 1부 공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티빙 역대 유료가입기여 드라마 1위에 올랐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오리지널 시리즈 시도에서 ‘아일랜드’가 기록한 아쉬운 반응을 만회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좋은 분위기 속 2부를 선보인 ‘방과 후 전쟁활동’은 호불호 갈리는 결말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판을 가하는 이들은 지난해 최악의 결말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재벌집 막내아들’을 언급하고 있다. 대체 어떤 결말이기에 이토록 ‘핫’한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아직 작품을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길 바란다. 이 글에는 ‘방과 후 전쟁활동’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최근 최악의 결말로 손꼽혔던 ‘재벌집 막내아들’ ‘카지노’ 등의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청자들의 예상을 부정적인 측면에서 뛰어넘는 마무리를 택했다는 점이다. 모든 예상 시나리오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했지만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던 풍경으로 안내했다. 이 두 작품과 비교할 때 ‘방과 후 전쟁활동’은 완전한 불호라고는 보기 힘든 엔딩이다. 원작에 등장했던 내용이며 결말에 대한 시그널을 꾸준히 보냈기 때문이다.     



2부 시작에서도 3학년 2반 학생들이 여전히 밝고 쾌활한 면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원작 웹툰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능숙한 군인이자 어두운 현실에 잠식되어 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다. 1부가 소대장의 죽음으로 마무리가 되면서 2부의 분위기가 한층 어두워질 것이란 예상을 빗나갔다. 내부 갈등이 주된 골격을 이루지만 봉합과 우정을 통해 학생들 사이의 끈끈함을 더욱 강조했다.    

 

10부작 내내 꽤나 많은 분량을 개그 장면에 주력하며 우정쌓기에 집중했다. 이 빌드업은 결말이 지닌 감정적인 충격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극 내내 불안했던 국영수의 심리상태는 수능 취소를 통해 폭발한다. 친구들을 구하러 갈 때 유일하게 아지트에 남아 있었다는 점과 수능 가산점에 열을 올려왔다는 점에서 마지막 빌런이 국영수가 될 것이란 건 모두가 예상했던 바이다.     


다만 그 우울과 허망함의 강도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을 것이다. 원작에서는 국영수의 내부총질로 주요 캐릭터 4인이 목숨을 잃는다. 반면 드라마에서는 4명을 제외한 모두가 죽음을 맞이했다. 학생들의 힘만으로 구체를 모두 섬멸할 순 없겠지만 최후의 결전 또는 전시상황에서 내부총질 또는 희생이 벌어지는 그림을 많은 이들이 기대했을 것이다. 1부가 보여줬던 구체와의 대결만 보면 장르적인 매력에 충실해 보였으니까.     



‘워킹 데드’ 시리즈를 비롯해 재난상황을 그린 대다수의 작품들은 외부의 위협보다 무서운 건 내부의 인간이라는 일정한 결론을 보여준다. 이 일정의 클리세는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도 반복된다. 차이라면 장르적인 매력의 핵심인 외부의 위협을 이렇게 배제하면서 결말을 향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감정적인 충격에만 중점을 맞춘 나머지 장르적인 매력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영화 ‘미스트’와 같은 충격을 주고 싶었다면 여운에도 집중해야 했다. 전쟁활동이 없었다면 이뤄졌을 졸업식 장면과 유머로 가득한 쿠키영상은 이 충격을 잔상으로 남기는 여운보다는 잊게 만드는 악수에 가깝다. 실질적인 결말이 환기와 완화라는 점은 허망보다는 허무에 가깝게 작품을 기억하게 만든다. 공포영화를 보고나서 잔상을 잊는 건 관객의 몫이지 영화의 책임이 아니다. 영화가 나서서 강력하게 남긴 인상을 지워버리는 악수를 보여줬다.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긴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주인공이 직면한 결말은 또 다시 수능이다. 수능으로 발단을 시작한 작품은 위기-절정-결말까지 모두 수능과 연결지어 버린다. 국영수 보다 ‘방과 후 전쟁활동’이란 작품 자체가 수능에 더욱 열을 올리는 거처럼 보인다. 1화와 마지막 화만 보면 된다는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슷하게 느껴질 만큼 마지막 화에서 인물도 작품도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  

   

결말이 남긴 호불호의 아쉬움에도 불구 원작이 지닌 세계관의 흥미와 고어적인 질감이 강한 액션은 추후 히트 시리즈의 연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3학년 2반 학생으로 등장한 다수의 젊은 배우들이 주목을 받았으며 OTT에서 즐기기 좋은 킬링타임 시리즈로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등장할지 모를 다음 시리즈에서는 호불호의 영역을 조금은 ‘호’ 쪽으로 더 끌어당길지 모를 ‘방과 후 전쟁활동’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감독 앤소니 심, 유독 기억에 남는 관객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