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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청춘은 누군가의 이정표가 된다

영화 <아이 앰 히스 레저>

히스 레저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미치광이 조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은밀한 낚시를 즐기던 카우보니 에니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의 매력적인 패트릭

연기 천재. 그리고 안타까운 이른 죽음.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히스 레저의 전부였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줄줄 외는 열성적인 팬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순전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이미 멈춰버린 배우의 시간을 스크린을 통해 반추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91분의 시간 동안 내 안에 박제된, 그리고 당신의 안에 박제된 히스 레저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는 진짜 히스 레저를 만났다.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려지는 밑그림, 그리고 그 위에 채색을 더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낮은 그의 목소리.

열정 하나로 호주의 퍼스에서 미국 LA까지 날아간 청년은 변화 없이 머물러 있기를 거부했던 연기자, 스스로를 비디오로 찍고 연기를 위한 자세, 각도, 상황을 기록하는 기록자,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예술가로 누구보다 뜨겁게 청춘을 살아간다.


청춘.

누군가는 무한한 가능성의 시기라 말하지만, 그 불투명한 모든 미래가 두려운 나의 젊은 날.

그 또한 두려움 도망치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의 청춘이 이정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망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쳐온 궤적을 보고 나서야 어떤 길을 지나왔는지 알 수 있기에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걱정, 연약하기 없는 스스로에 대한 어설픈 연민과 미움으로 보냈던 밤들이 있었다.

그는 그 시간을 사랑과 몰두로 채웠다. 주변인들과, 자신의 일과,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그랬기에 우리는 영원히 청춘으로 남은 그를 슬퍼하면서도, 그의 청춘이 한 시도 헛되이 흘러가지 않았음에 작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청춘을 기억한다.

많은 이의 기억 속에 영원히 청춘으로 남은 그는, 죽어서도 영원히 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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