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를 꿈꾸며

- 우유니, 볼리비아

by Annie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버스에서 내려,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너야 했다. 해가 지니 쌀쌀해졌다. 강을 건너서, 우리가 탔던 버스가 강을 건너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난 내가 탄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함께 탔던 커플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춥고 기운 없고, 영 집 잃은 강아지 신세 같다. 이럴 땐 집에 돌아가고 싶다. 따뜻한 불빛이 저 너머에서 손짓할 것만 같다.


여행사에서 들었던 것과는 달리, 라파즈에 도착한 터미널과 라파즈에서 우유니로 가는 버스 터미널은 서로 달랐다. 캄캄한 밤에 동행할 그 두 커플이 없었더라면, 어둡고 인적 없이 휑한 그 하차장에 나 혼자 부려졌더라면, 얼마나 황당했을까?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우리는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내가 운전석 옆에 앉고 나머지 네 명이 뒷좌석에 구겨 앉은 채, 우유니행 버스 터미널로 갔다. 택시비는 그룹 별로 4 볼(800원) 씩이었으니, 모두에게 다 좋은 일이었다.


우유니행 버스 터미널은 너무나 커서 또 당황스러웠는데, 난 그 두 커플 중 한 커플을 놓치지 않고 따라다녔다. 다행히 같은 버스의 옆 자리였다. 그들은 시종 내게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ATM에서 현금 인출에 연거푸 실패하는 것을 보고, 필요하다면 당장 써야 할 소액의 돈을 꾸어줄까도 생각했다. 다행히 그들은 인출에 성공했다.


낮에 했던 섬 투어 중에도, 그리고 라파즈로 이동 중에도 이미 잠을 많이 자버렸기 때문에, 야간 버스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초반에는 다리도 아프고 못 잘 것 같았지만 다행히 이후로는 잘 잤다.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고 보니까, 아뿔싸! 버스의 구조가 페루 버스와는 달랐다.


깊은 밤, 모두 잠든 버스 안은 캄캄한데 이 일을 어떡하지? 다행히 버스 기사와 차장이 있는 칸이 커튼으로만 나누어져 있어서, 그들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땡크 갓! 더듬더듬 찾아가는데 문이 안 열린다. 한참을 더듬어서 걸쇠를 찾았다. 문소리는 엄청 크게 났다.

아래층 승객들은 주기적으로 그 소리를 들어야 할 테니 참 안 됐다. 화장실 주변 좌석에 앉은 이들은 다들 담요를 머리끝까지 쓰고 있었다. 이층이 내 좌석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버스에서 잠이 깬 순간부터, 한동안 창문을 통해 지평선의 일출을 보았다. 무거운 짐을 이끌고 구글맵을 가동해 호스텔을 찾는데, 가도 가도 다시 7분 남았단다. 방향을 잘 못 잡았다. 게다가 길은 울퉁불퉁한 흙길이어서 캐리어를 끌기에 몹시 힘들었다.


우유니의 캡슐 호스텔을 예약할 때, 트윈 배드라고 해서 누군가 다른 사람과 함께 쓰는 줄 알았는데, 예약을 하고 나서 다시 보니 나 혼자 쓰는 2인실이었다. 1인 캡슐은 짐 둘 곳도 없을 만큼 좁다고 했는데, 2인실은 그나마 공간이 있을 테니 최대한 편안하게 지내야지. 밤차를 타고 고생하며 갈 테니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루 33,000원 꼴이니 지금까지의 숙소 중에 제일 비싼 셈이다.


겨우 도착해서 얼리 체크인을 하려고 하는데,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짐을 맡기고 라운지에 앉아 있다가, 그곳에서 마주친 한 남자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볼리비아 출신으로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파견 근무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참 동안 한국과 여행에 대한 얘기를 재미있게 나누다가, 그는 나더러 곧 호스텔 조식이 끝날 시간이니 가서 아침을 먹으라고 했다. 체크인 안 했는데 가능할까 물었더니, 뭐 될 거라고 했다.

“하긴 난 실수로 두 사람 분을 예약해버려서 돈을 두 배로 내니까 먹어도 돼.”

우린 깔깔 웃었다.


그가 가르쳐준 곳으로 가보았더니, 식당은 작은데 깔끔하게 테이블 세팅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리셉션 가이가 식당에서 써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를 보고 안 된다고 할 것이 뻔하다. 아직 체크인 타임이 아니라고.

그래서 번역기를 돌려, 난 2인분을 예약해버렸으므로 오늘 아침을 여기서 먹어도 되겠느냐고 했더니 허락해주었다. 바나나, 파인애플, 수박, 쿠키, 계란 프라이, 빵과 버터, 시리얼에 요거트까지 만족스러웠다. 모든 게 크기가 작아서 그렇지, 약간 미니 호텔 같은 느낌으로 깔끔해서 좋았다.


아침을 먹고 백팩 하나만 짊어지고 나왔다.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오늘의 투어(썬셑 & 스타 라이트 투어)를 예약하고, 옷가게들을 구경하고, 마침 괜찮은 노천카페가 있어서 거기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카페 라떼 한 잔에 15 볼(3천 원 정도)이니 싼 값은 아니다. 물가가 싼 이곳 볼리비아에서 거의 한국의 커피 값 수준이라니.


커피는 커다란 잔에 아주 뜨겁게 나와서 매우 흡족했다. 오레오 쿠키를 하나씩 꺼내서 커피에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만족스럽다. 여행 중에 오레오 쿠키를 자주 먹게 된 것은 내가 딱히 그것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중남미 국가들에서 가성비가 괜찮은 휴대용 스낵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투어를 위해서는 날씨가 딱 좋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우유니, 우유니 하는 곳에 지금 내가 와있다. 축제 기간이라고 했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는 건지 잠잠하다.


호스텔은 2인분의 값을 치렀음에도, 말 그대로 캡슐 같은 룸보다는 라운지에 머무는 것이 더 좋다. 트윈 룸이라고 해서 싱글 침대가 나란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이층 침대였다. 정말 짐을 두면 옴지락 달싹하기 힘든 벽장 같은 곳이었다.

하긴 다른 사람과 그 작은 공간을 함께 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긴 했다. 그래도 어쨌든 30분 일찍 11시에 체크인해주어서, 샤워하고 이 햇빛 좋은 라운지에 나와 앉으니 평온하고 좋다. 젖은 머리를 기분 좋게 말리면서 싸 갖고 다니던 사과도 씻어서 통째로 베어 먹는다.


리셉션 라운지에서 한 일본인과 얘기를 나누었다. 지금 같은 우기에는 우유니에 거의 한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주를 이룬다고, 유럽인들은 굳이 우기를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그럴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나처럼, 물이 차있는 우유니 호수의 사진을 보고 우유니에 대한 환상을 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건기의 우유니는 그냥 소금 사막일 뿐, 사진 속의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나 또한 그 환상을 품고, 우유니를 꼭 방문해야 할 세 곳 중의 하나로 리스트에 올렸던 것이다.


본의 아니게 이곳 숙소 비용이 500 볼(3박에 거의 10만 원)에 가까워, 볼리비아 체류 비용의 거의 삼분의 일을 차지했다. 비싼 만큼 멋진 경험이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밤 스타 라이트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밤 11시가 넘을 텐데, 그땐 엄청 추워서 이 호스텔의 따뜻함이 진가를 발하리라 믿는다. 벌써 머리가 거의 다 말랐다. 우유니 썬셑 투어, 기대된다.


우유니 소금 호수 투어 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날 - 썬셑 & 스타 라이트 투어

둘째 날 - 데이 & 썬쎝 투어

셋째 날 - 썬라이즈 투어

총 투어비: 450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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