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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12. 2019

무난하면 괜찮은 건가요?


무난한 날은 '괜찮다'는 의미일까?


정체해 있진 않지만 쏟아지는 홍수 속에 있지도 않다. 지치긴 하지만 지쳐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 하루를 잘 끝냈다는 안도감과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은 평화로운 저녁시간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곧 사라질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집까지 걸었다. 지치지만 분홍빛 노을을 보며 1시간가량을 걸었다.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목적지는 없는, 표류해 파도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바람에 돛을 펼치며 움직이기까지 기다리는 세 개의 선택지 사이 어딘가에 내가 서있다. 밤에 잠이 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만든다. 토해내는 말속에, 스쳐가는 활자 속에 교류의 느낌이란 없다.


결국 내가 조직원으로서 한발 내딛는 과정 안에서 언젠가 벗어나 '나'를 옹립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어쩌면 못 오지 않을까?  잃어버리고 잊혀간다. 한 달, 두 달만 견디면 한 해의 마지막이 오고 있다는 게 현실감이 없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결국 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싸울 수 있을까?



사라진 걱정 뒤에 새로운 걱정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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