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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un 06. 2024

감정을 발굴하는 작업, 슬픔에 이름 붙이기

슬픔을 채색하는 다채로운 감정 사전


평범한 삶을 살고 말았다는 두려움은 원하는 삶이 시작되었을 때, 너무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때, 퓨즈를 탁- 놓게 만든다. 종일 책과 글 속에 파묻히고 싶지만, 현실은 이불 속에 파묻혀 잠에 빠져들면서 더욱 나약해지는 내가 싫으면서도 내면을 간질이는 감정을 외면하고 싶지 않은 무한한 모순은 '슬픔에 이름을 붙이며' 되살아났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때로는 하나의 감정이 여러 가지 요소를 포함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항상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단어가 너무 일반적이거나, 충분히 심연을 표현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생각한다. '구구절절이 다 설명할 필요 없이 내 감정을 적확하고도 간단히 표현해줄 딱 하나의 단어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만 할 뿐 그런 단어를 만들어낼 시도는 해보지 않는다. (p. 8)



 단어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 행위는 자연스러운 행위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 개인의 경험과 성격에 따라 그 면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예를 들면 나는 요즘 업무를 하면서 '그쪽'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걸 발견했는데, 이는 내 머릿속에서 지칭하는 상대일 뿐, 듣는 화자는 반문할 수밖에 없는 아리송한 지칭어다. 그제야 알아차린다. 어떤 대상을, 그리고 마음을 적확하게 표현하려면 내가 알고 있는 언어보다 더 많은 표현법을 익혀야 한다고. 



정의하지 못한 모호한 슬픔, 나는 요새 그것에 빠져있다. 이상하게도 쉬운 게 좋고, 단순한 일상이 내게 맞춤이라 느낀다. 더불어 이건 잘못된 슬픔이라 여긴다. 이런 생각은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제한된 단어들은 절대 우리를 대변해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겓든 시도해 봐야만 한다. 다행히도 언어의 팔레트는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다(p. 17). 요즘 내 감정을 이 책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케이노포비아'다. 어쩌면 문제는, 실은 당신이 처음부터 거기 '빠져 있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니까(p. 70)


고보(gobo)
하루 온종일을 심미적인 것을 좇는 마음으로 보내고서-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도시를 가로지르며 사진을 찍고 미술관에서 길을 잃고서-느끼는 맹렬한 흥분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때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슬픔과 상실감을 느낀다. 슬픔과 상실감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는 '고보'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억눌림과 무기력이 팽배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입 밖에 내는 건 쉽지 않은데, 이처럼 간질간질하게 마음속을 들쑤시던 이야기를 한 단어로 정확히 표현하고 나니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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