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특별한 생각을 한다. 나에게는 특별한 마법 같은 능력이 있을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
영화 속 마틸다처럼 음료가 든 컵을 눈으로 움직일 수 있고, 해리포터처럼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환상. 어릴 적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께 편지를 쓰면서 나도 세계 여러 나라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함께 나누어 주고 싶다고 간절하게 기도한 적이 있는데,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고맙다는 편지를 받고는 방방 뛰어다닌 적이 있었다. 물론 엄마의 편지였다. 하지만, 그러한 동화 속 이야기가 환상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학생 때 스피킹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수업은 매주 어떠한 주제를 다루면서 나에 대해 알아보고, 이야기하고, 서로 피드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이야기했던 내용 중 하나의 토픽은 바로 '실패해 본 경험담' 이었다. 실패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리 집이 부유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보고 싶던 것을 하면서 원하는 고등학교, 대학에 들어왔는데, 성공이 아니라 실패 경험담 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았다. 당연히 이곳에서 말하는 실패는 엄청난 실패가 아닌 작더라도 그 안에서 배운 점 혹은 깨달은 점이 있는지 함께 묻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없었다.
내 장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뭐든 다 긍정적이라는 것은 아니고, 어려운 상황에, 힘들다고 생각한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 마법처럼 주문 거는 말이 있다. "이번에 떨어지면, 안 된다면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이것보다 더 좋은 상황이 생기려고 하나보다!"
한편으로는 내 성격 덕분에 어떠한 것에 대해 실패를 했다고 생각한 적도, 그게 실패라고 꼭 집어서 생각한 적도 없긴 했지만, 사실 근본적으로 어떤 것에 대해 실패를 하려면 그게 무엇이든 시도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적이 없던 것이다.
실패 경험이 없었다는 것에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아 그 이후 조금씩 무엇이든 시도하고 도전해 보려고 했다. 핑계만 대며 안 했던 활동도 내가 대외활동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하면서 나는 전공이 무용이니까 특기를 이용해 보자 하고, 이왕이면 외국에서 하는 게 좋겠다 싶어 아시아나항공 대외활동인 드림윙즈에 지원하기도 했다. 다른 학교 교수님 섭외해서 인터뷰도 하고, 현지 문화원과 연락하면서 '우리 아니면 누가 붙어' 하며 자신만만했는데 서탈로 첫 실패(?)를 맛보기도 하고, 친구 따라 복수 전공도 신청했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대신 해피무브라는 해외 봉사활동에 신청해서 스무 살 첫 버킷 리스트 였던 인도에 다녀오기도 하고, 소중한 친구들을 얻었다. 자신감이 붙어 다른 기업의 해외 봉사 활동도 몇 개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하지만 미련을 못 버렸고, 오기와 열정으로 타악을 배워서 전공생을 제치고 브라질에 3개월 동안 살아본 내 인생에 절대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도 했다.
처음 시도했던 일들이 다 잘 되었다면, 다른 것들을 찾아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안 됐던 덕분에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알고, 얻었다. 내가 주문처럼 외우던 말이 현실이 되면서 단순한 마법 주문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되었다.
어마어마한 행운은 아니더라도 내 옆에는 항상 잔잔하고 은은한 행운이 함께하고, 큰 불행 없이 앞으로의 인생도 보낼 것이다. 쫄보 겁쟁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하다보면 또 다른 행복과 운이 함께 따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늘 하고 있다.
엄청나게 부지런하지도 않고, 매일 나를 채찍질하며 달릴 배짱도 없다. 그냥 걸어가다가 발이 아프면 조금 쉬면서 충전하고, 옆길도 가봤다가 아니면 바로 돌아왔다가, 좋으면 이대로, 다시 호기심이 생길 때는 또 다른 길도 만들 수 있는, 시도해 보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환상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이 되는 삶을, 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환상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삶을 지금 이 순간들을 바라고 기록하고 곱씹으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