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by 골드레인

나를 한없이 약하게 만들고 충동적으로 만드는 게 있다면 사랑일 것이다. 동생에 대한 사랑.

누군가가 나에게 너와 동생 중에서 한 명이 없어져야 한다면, 주저 없이 그 대상은 나여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내 동생은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7개월 만에 몸무게는 고작 1.7kg이었다. 연년생이었던 나는 3.4kg으로 앞서 아주 건장하게 태어났는데, 동생을 처음 마주한 부모님은 너무 작고 까매서 놀랐다고 한다. 엄마의 육아일기를 보면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동생을 보며 그렇게 우셨다고 했다.​


어릴 적 밖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리면 그때마다 나는 울었고, 동생은 '언니 울지 마 내가 엄마 아빠 찾아줄게'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엄마를 잃어버렸다며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작고 여리지만, 누구보다 단단하고 강했던 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사회생활을 했다. 대학에 원하는 과가 없어서, 배우고 싶은 게 없어서 취업하고 싶다고 했다. 다 가는 대학에 왜 너는 안 가냐고 부모님은 크게 반대하셨지만, 끝내 대학에 가지 않았다. 그렇게 한전 인턴을 하고, 개발자로 삼성전자에 들어갔는데, 부모님은 언제 반대하셨냐는 듯 축하해 주셨다. 남들보다 먼저 사회생활에 뛰어든 동생은 누구보다 쓴맛을 많이 봤다. 성희롱, 학력 비하, 승진 누락 등 나이만 든 자들의 개소리를 듣고도 4년 넘게 버티며,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파했다.​


당시 나는 ‘그 못 돼먹은 부장의 뒤통수를 때려 주겠다, 자동차 타이어에 구멍을 뚫어두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한편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는데,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 힘들 때마다 그때의 동생을 생각한다. 서른을 앞둔 나도 힘들고 상처받는데, 그때의 스무 살 동생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며칠 전 동생의 졸업식에 다녀왔다. 동생은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배우고 싶은 게 생겼다며 가고 싶은 대학에 들어갔고, 졸업했다. 20대 초반에 내가 놀던 것처럼, 남들이 다 하는 것처럼 대학 생활은 못 해본 동생이 조금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내 의지대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동생이 자랑스럽고 멋졌다. 면접에서나 누가 나에게 존경하는 사람을 물어본다면 항상 동생이라고 답한다. 나는 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원하지 않으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용기. 또 다른 시도를 하는 용기. 그 용기가 멋있고 배우고 싶다.​


앞으로도 너의 미래를 응원하고, 졸업 진심으로 축하해 고생 많았어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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