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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Aug 20. 2020

슬기로운 여름 생활

손뜨개와 친해졌어요


 

사람마다 한 두 가지씩 남다른 재주를 지니고 산다.

과연 나에게는 어떤 특별함이 숨어 있을까.  그림도 그렇고 악기를 다루거나 노래를 하거나 운동을 잘한다거나 하는 바가 없는 듯하다.  점점 나만의 것을 찾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지만, 뭘 하면 재미가 날까  생각만 많았었다.


 그러던 중에 그간에 기본은 알았지만 본격적으로

좋아지게 된 것은 손뜨개질이다. 그중에서도

작은 가방을 뜨는 재미에 빠져  봄부터 여름을 다 보내고 있다. 특히 면 콘사로 하는 뜨개질은 여름놀이로는  제일이다. 한 땀  한 땀  뜰 때는  명상에 잠기기도 하고 짬짬이 그것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한 근사한 작품이 탄생하곤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사견이므로 객관적이진 않지만 말이다.  


 직장에 다니는 가족들에게 토마토 주스도 해주고

이것저것 챙겨서 보내고 나면, 은근히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적당히 집안 정리를 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돌려놓고 나면 한가해진다. 그때에  깨끗이 씻고  고슬고슬한 여름 고쟁이로 갈아입고,

커피 한 잔 준비해서 탁자에 놓아둔다. 뜨개바늘을 들고 어디까지 했더라 하면서 한 코 뜨다 보면

손끝 또한 산뜻하다.  독서삼매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뜨개 삼매경에 빠지다 보면 커피가 빈 잔이 될 때까지 별생각 없이 그것에 집중하게 된다.

돌아보건대  뜨개질을 하면서 나쁜 생각을 한  적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뭔지 모르게 희망적이고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걸 느끼는데 그러다 보니까 자꾸 뜨개질을 하는 시간이 좋다.


 올해 중 가장 더울 거라는 팔월의 한가운데서 에어컨 신세도 좀 지고 선풍기도 곁들인 덕에

시원한 아침시간이 이토록 호사스럽다니

나의 여름은 뜨개질과 함께 슬기로운 생활이 되었다.

홈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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