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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Jan 07. 2021

등산 프로젝트 100

오늘로 41일

 모처럼 <생로병사의 비밀>을 봤다. 장수의  비결이 뭔지 배우 박정수 님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건강미인 박정수 님이 이러고 저러고를 설명하니까 저건 따라 해도 되는 것이지 싶어 열중해서 봤다.


 결론은 그랬다.

첫째는 꾸준한 운동이고,

둘째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며,

셋째는 균형 잡힌 식사라고 했다.


 많이 들어본 말이어서  꼭 새로운 건 아니기도 하고, 오래 살고자 하는 데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꾸준한 운동,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골고루 식사하면 된다는 간단명료한  대답이 나왔지만, 요즘 상태로선 세 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벌써  작년이 되어 버렸지만, 작년 초반부터  우리를 걸고넘어진  고약한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에서  뜨개질을 시작했었다.  수개월 동안  끊임없이 창작품을 만들어내던 어느 날, 몸이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더니 급기야는 두 다리를  일으켜 세웠다. 그날 이후로 시작한 "앞산 오르기  100일  프로젝트"가 오늘로 41일째다.  주말은 빼고, 특별한 날은 제하고 그러다 보니  여태껏 41일째지만, 그것도 그리 적은 날은 아니다. 평생에 간 날이  사실 숫자로 100도 되지 못하니까 41일이라는 숫자는 가벼운  건  아닌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연속으로 사람들이 갈 곳을 잃었는지 용왕산 운동장에는  인파로 붐빈다. 혼잣말로  "내가 여기에 왔으니 누가 안 오겠어." 하며 털털 맞게 웃는다.


 장수의 비결에 운동이  포함되는 게 왜 그런지  이즈음에  난 말할 수 있다.  단지 걷기만  더했을 뿐인  내게  달라진 게 몇 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달라진 점

1. 콧물이 정상적으로 나온다.

 부비동염으로  코가 막혀  정작 코 밖으로  콧물이 나오지 않았었다.

2. 소변이 맑아졌다.

 다는 아니지만 점점  거품이 줄어들었다.

3. 눈곱이 덜 낀다.

 자고 나면 한쪽 눈에 눈곱이 한가득 끼곤 했는데  요즘엔 아예 안 끼던가, 그 양이 줄어들었거나 그렇다.

4. 기분이 좋다.

5. 다리에 힘이 생긴다.


직접 뜬 구멍뚤린 모자  


앞산에 다니다 보니까  겨울이 왔다. 그래서  모자를 쓰다가 언뜻 해를 받기 위해 모자 대신  구멍 뚫린  워머라고 하는지 하여간  두터운 머리띠 모양을 털실로 짜서 쓰고 운동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렇게 하다 보면 비타민D를  흡수하는데  도움이 되겠거니 해서다.


 코로나 19로  어찌 지내는지 물으면 죄다 자기 나름의 운동을  하면서 지낸다고 한다. 하마터면  나만  모르고  가만히  집에만  있을 뻔했다. 물론 거리를  두기는 하나, 동행하는 벗이 있어  사는 얘기도  하고  그래서 상당히 좋다. 숲길을 걸으니 무릎관절에도 무리는 가지 않을 것 같아 맛난 보약을 먹으며  사는 셈이다.


 오후 1시에 나서서 얼어붙은 눈  사이로 뽀드득뽀드득 소리 내며  산에 올랐더니 오늘은 방문객이 적다.  "아유 추워." 볼이 떨어져 나가려고 해서 거의 도장만 찍고 내려왔다. 거울을 보니까  얼굴이 발그레하다. 조금 전 내려올 때  주택가 한 곳에 곰인형을 안은 젊은  남자가 보여서  그런가 보다 했다.  자세히 보니까  석 달도  돼 보이지 않는  어린 아기에게 눈 내린 천지를 보여준다고 데리고 나왔단다. 그 아기의 볼도 볼그레했다.


 내일은 더 따뜻하게 입고 산에 가려고 한다. 그리고

100일이 되는 날엔  술 마실 줄 모르는 벗과 산 정상(낮음)에서 소주나 한잔씩 나눌까 한다.


 걷고, 이야기 나누고, 골고루  먹으며 사는 나도 장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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