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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오늘날에 신문을 읽는다는 것

by 보통의 기록

수많은 미디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나는 신문을 읽는다. 스마트 폰의 30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크기의 종이를 사부작대며 넘겨가면서... 매일 아침 9시 30분. 6명의 사람들과 함께. 이 습관화된 행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참고로 나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과 미디어 분야에 종사하고자 발버둥 치는 4개월차 취준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신문을 읽느냐, 혹은 신문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느냐는 물음을 자주 듣는다. 나는 절대 신문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나는 한정판 힙쟁이들의 상징. 아이폰X 이용자에 유튜브 중독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푹과 넷플릭스도 애용한다. 아참. 타임지 정기 구독자다. 뜯지 않은 것이 절반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장 매력적인 미디어는 신문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신문을 읽기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어가면서 더 이상 신문을 읽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직면했다.


무엇이 매력적인가.

첫째. 넘처나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신문은 정제된 글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달고 살다보면 정보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다. 어디서 어디까지 알아야할 지. 나중에는 내가 뭐가 궁금해서 사파리 아이콘을 누르고 네이버와 구글을 켰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신문을 매일매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종 정보들을 정제된 언어로 제공한다. 물론 한계도 있다. 오타도 있고 가끔은 무논리의 끝을 보여주는 기사가 우리나라 최정예 신문들에서도 버젓히 발견된다. 어쩔땐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언론사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주장과 논거가 달라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을 종합하여 읽어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의 그 구체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의 논리까지 파악이 가능하다.


둘째. 잘 쓴 글을 건질 수 있다. 최근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면 짤막한 글. 사색 섞인 글들의 묶음이 버젓히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글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포털을 통해 보는 글은 아래로 내려가며 읽기 때문에 한 눈에 글의 구조가 들어오지 않는다. 정보들을 휙휙 지나치며 파악하는 것이다. 편하고 쉽다. 하지만 점차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 자기 기준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기억도 잘 나지않는 경험..한번쯤 경험해 보지 않았나. 소위 말해 '정말 잘 썼다. 나도 이 사람처럼 글을 쓰고싶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 정말 드물지 않나.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다시 신문을 읽기 시작하면서 글을 보는 눈. 글의 구조를 볼 수 있는 눈을 다시금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기사나 칼럼, 사설 모두 자기 주장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착실하게 가져와 구성한다. 아무튼 신문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잘 쓴 글들을 하나 둘 씩 모으게 되고 종종 필사도 하고 싶은 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즐거운 경험이다.


셋째. 비판적 시각을 가지게 된다. 다양한 신문들을 아침에 읽고 브리핑 하다보면 정말 가끔은 화가 치밀 때가 있다. 해당 신문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거나, 비생산적인 논쟁만 끝없이 한다. 그래도 신문을 읽다보면 어떤 신문들마다의 특징을 알게되고 비판적인 시각을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 질문한다. 왜 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이것 만 가지고 왔지? 왜 제도 변화 이후의 가능한 시도보다는 주구장차 제도 변화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만 하지? 이런 이야기들을 가지고 논의를 하다보면 비판적인 시각도 자연스레 길러진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이 재밌다. 물론 포털 뉴스 서비스의 댓글 재밌다. 가끔 나는 댓글 읽는 재미에 빠져 20-30분을 큭큭대며 웃기도 한다. 하지만 신문을 읽다보면 다른 재미에 큭큭댄다. 웃음의 포인트는 다르지만 그 미묘한 언론사의 자존심 싸움에, 단어 선택에, 한 면을 가득 채운 사진과 컷 기사 제목에 빵빵 터진다. 이 때 웃음은 그저 웃겨서가 아니라 옹졸한 논리대결 혹은 정치판의 이상한 기싸움이 다 보여서 터져나온 웃음이기에 더더욱 유익하다.

신문. 신문은 위기일까?

위기이다. 저널리즘은 위기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신문이 진정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회변화에 반응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매니아 층이 분명 존재한다.

나는 그 중 하나이다.

최근 친구 중에 신문을 한 번도 읽지 않던 친구가 갑자기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신문 읽을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내게 한 적 있다. 이유는 위에 내가 언급한 몇 가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뻤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미디어 기기들과 편리하고 흥미로운 미디어 서비스가 끊임없이 일상으로 침투해있다.

그 속에 신문은 회색빛의 은은한 자기만의 색을 뿜어낸다 생각한다.

피자, 햄버거, 인스턴트 식품 정말 맛있다.

그런데 매일 이런 화려한 음식들을 먹다보면 그냥 흰 쌀밥에 김치가 그립고 엄마가 해준 된장국이 그립지 않은가. 나는 신문이 그 은근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 매체라 생각한다.


신문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더더욱 좋은 기사들이 많아지고 더 많은 신문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하길, 그리고 발전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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