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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대신 발렌시아 한달살이

나의 첫 해외 한달살이

by Sonia


발렌시아 한달살이를 선택한 이유


한동안, 아니 지금도 제주도에서 한달살이 한다는 분의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었다. 혹은 해외에서 한 달 체류하고 온다는 경험담도 심심찮게 들린다. 몹시 부러웠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내게 부여할 수 있는 여유와 그 시간을 뒷받침할 경제적인 상황까지 내심 부럽기만 하다. 그런 부럼쟁이인 내가 한 달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낼 수 있게 된다.


첫 번째는 프랑스의 생장이라는 지역에서 출발하여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라고 하는 지역의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는 장장 820km를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을 때이다. 도착 무렵 코로나 19라는 팬데믹이 시작되어서 그리고 한국에서 만 3년을 머물러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올해 5월 스페인의 발렌시아라고 하는 3번째 규모의 대도시에서 한 달을 머물렀다. 생각지 못한 선택이라 지금도 얼떨떨하다. 그 기회를 제공해 준 메리와 비쎈떼라는 스페인 친구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 두 분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만난 부부이다.


나의 경우는 일정상 생장에서 출발하지 않고, 스페인의 팜플로나라는 곳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날 도착한 푸엔테 라 레이나라는 곳의 공립 알베르게에서 일단 눈인사를 했다. 적당히 친절한 스페인 여자분이구나라고 생각만 하고 그저 올라~라는 평범한 인사를 나눌 뿐이었다. 그런 그녀와 말을 튼 것은 길을 걸은 지 3일 정도 지났을 때 길 중간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처음 떠나는 장기간의 해외여행에, 스페인어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이지만 유튜브에 업로드할 영상을 찍겠다고 단단히 준비하고 떠난 터라 함께 가기로 한 지인과는 걸음의 속도가 많이 달랐다.

"먼저 가~ 멀어지면 중간에 지나가는 지점을 톡으로 남겨 줘~"라고 말하며 먼저 가라고 보냈지만, 그들은 내가 걱정이 되는지 그리 격차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나와 비슷한 상황인 메리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Hola~ Buen Camino~(안녕 좋은 길을 걷기를~)". 메리도 사진 찍고 풍경 구경하느라 걸음이 느리다. 그리고 예전에 다쳤기에 빨리 걷기에는 힘든 건강상태여서 천천히 하루에 20km만 걷고 싶어 하지만, 부군이신 비쎈떼는 더 빨리 더 많이 걷자고 요구해서 매번 다투던 참이라고 한다. 나와 메리의 걸음 속도는 딱 맞았고, 내 지인과 비쎈떼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들의 속도로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들과 함께 도착지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고, 0km 지점인 무시아와 피니스테라까지 나와 함께 다녀와 주었다. 헤어질 무렵 우린 매우 슬펐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뜻으로 세상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어구라고 한다)이라고, 이제 헤어질 때가 되어 헤어지려니 그저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 보듯이 보듬어준 그들의 품을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고 스스로 이동을 금하던 시간이 약 3년 남짓 되어가는 동안 우리는 톡으로 번역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서로의 근황을 알아가고 있었다.


올해 드디어 비행기 편수가 늘었다. 순례길을 떠나려다가 문득 최근에 확찐살로 인해 무릎상태가 많이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첫 순례길도 4개월 동안 몸을 만들어서 떠났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한 상태여서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순례길을 걷기는 무리이고, 메리 역시 척추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까미노는 무리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도시 발렌시아에서 한 달 정도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로 렌트를 할까라고 상의를 했더니 자신들의 집으로 오라고 한다.

일반 호텔의 경우 숙박비가 상당하단다. 그리고 빈 방이 있으니 편하게 머물러도 좋으니 언제 올 거냐고 묻는다. 부랴부랴 비행기를 알아본 후 바르셀로나로 인아웃 하는 비행 편을 예약했다.


여전히 나는 스페인어를 말하지 못한다.

작년에 6개월 정도 1:1 기초 회화 수업을 할 때 조금씩 말문이 트이고 말하고 싶은 문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타저타의 이유로 멈추었더니 다시 말문을 닫게 된다.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영어를 못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스페인어 회화는 한마디도 못한 채 출발한다. 대화는 어떻게 하지 라는 막연한 걱정은 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라며 생각하기로 한다. 언어가 안 되는 걱정보다 내가 있는 이 환경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다는 것이 더 큰 이유가 있기에 무조건 가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더 컸다. 이 즈음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어떤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다. 약을 먹고 하루종일 잠만 자기도 해보고, 나를 꾸짖다가 달랬다가 해보지만 번번이 나에게 지고 만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뭐였을까?


그래서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리와 비쎈떼의 집으로 나는 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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