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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Sep 25. 2024

승용차 꼬리 물기 그만

신호가 노란불로 바뀔 것 같다. 느낌적으로 예측이 된다. 대부분 노란불을 보면서 그대로 주행한다. 그래야 다음 신호를 빨리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출근길에는 노란불이 켜질 것 같은 마음에 브레이크를 살포시 밟았다. 더 이상 꼬리 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용꼬리보다 닭머리를 잡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자기 계발이라는 명목하에 달릴 생각과 달릴 마음이 화수분 마냥 넘쳐나기 시작했다. 달리고 싶다는 생각은 달려야 해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치 백화점 이벤트 코너 오픈런처럼 말이다. 


자동차는 멀쩡한데 도로가 나빴던 것일까? 차가 자꾸 퍼진다. "나"라는 이름을 가진 차는 가다 멈추고 퍼지기도 한다. 갑자기 확 잠이 들어버린다. 누군가가 썸네일에, 혹은 홍보문구에 멋지게 써놓은 글을 보면 무료강의는 무조건 신청해서 들었다. 웬만하면 독학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올해는 유료강의도 종종 신청했다. 하지만 몰랐다. 나란 사람은 자꾸 퍼지는 자동차처럼 낡아있었다는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신청하고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교육이 대부분이다. 인강을 듣고, 복습하고, 멋지게 나의 커리어를 더 추가해야 하는 그때 나는 도로 위에 퍼진 자동차 마냥 늘어져 있기 일쑤다. 도로를 탓해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연식이 문제인 것이다. 정비 한번 하지 않고 그저 달리기만 했던 자동차는 바꿔야 할 부품도 태산처럼 많다. 엔진오일도 브레이크 오일도 갈아주어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 일테다. 내부도 외부도 교체품목이 많다. 그리고 매번 급하게 용꼬리 잡아서 선두그룹에 꼭 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에 아득바득 앞만 보고 달리는 무조건성 욕심이 화를 부를 것 같다. 매번 노란불을 보면 훅 달려버리던 습성을 내려놨다. 브레이크를 밟아 정지선에 차를 세우고 다음 신호를 차분하게 기다렸다.


초록 신호가 켜지고 베스트 드라이버 마냥 천천히 핸들을 돌린다. 마음이 새삼 여유롭다. 그래 이래야 해. 요즘 부쩍 몸에서 신호를 많이 준다. 새벽 두통이 다시 생기고 뒷골이 송연하다. 식은땀까지는 아니어도 뒷목이 뻣뻣하다. 일단 뇌가 대화 좀 하자고 독대를 청하는 듯하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뭔가를 하려고 하면 기존의 일들이 불쑥 끼어들어 발목을 잡는다. 그러다 보면 호기롭게 시작한 일들은 다시 용두사미가 되어버리기 일쑤다. 그리고 난 왜 이럴까 자포자기하기 시작한다. 재작년 때처럼 한 달에 하나씩만 성취하기 저축을 들어볼 테다. 예를 들자면 10월에는 글쓰기 미션, 11월에는 노션 알아두기, 12월에는 캔바 사용법 정리 이런 식으로 말이다. 


12 달이면 12개의 성취가 생기니 오히려 이것이 더 개이득이 아닐까. 매번 다짐하고 매번 못하는 프로작심삼 일러다. 대신 바꾸자. 이틀에 한 번씩 작심하는 거다. 이틀 했으니 다음 이틀을 시작하는 것으로 할 테다. 그리고 성취에 대한 보상을 주어야지. 자 나에게 무엇을 보상으로 신청을 할까? 지나간 시간과 감정에 대한 해원 하기 쿠폰을 주면 어떨까? 훗 그럼 보상 리스트도 뽑아야겠다.


마지막 대상은 해외 어느 도시에서 2달 살기로 선정할 테다.


승용차 꼬리물기 그만하자는 마음이 12개의 성취로 이어지고, 12개의 적금을 만들 것 같다. 그 적금은 다시 두 달 살기의 밑천이 되어 줄테지. 자금 이제 곧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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