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돕는 손이 있다

아빠의 여자친구는 나의 파트너

by 최열음


이른 아침, 역시나 예상보다 늦게 일어났다. 아뿔싸.

대체 언제쯤 일찍 일어나 여유를 부리며 커피도 한잔 할 수 있을까.

오늘도 급하게 점심 준비를 하며 냉동 볶음밥을 꺼냈다.

식용유 한 숟갈을 둘러 잽싸게 볶으려 하는데

싱크대 아래, 평소 눈길도 닿지 않는 곳에 무언가 허연 게 보인다.

식용유나 올리고당, 식초 등이 담긴 다용도 통에 키친타올이 깔려 있는 것!

내가 아니고선 우리집에 저런 세심한 걸 둘 사람이 없는데….

식용유를 쓰는 사람도 우리 집엔 나뿐인걸.

이 경우는 둘 중에 하나다.

1. 내가 하고 잊어버렸다.

2. 아빠의 여자친구가 왔다갔다.

그런 부지런한 기억이 없으니 아무래도 2번이 유력하다.

누군가의 선의에 의해 나의 게으름의 실태가 드러난다.

사실 기름기가 절절 묻어나는 바구니의 실태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

꼭 내 책임만은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었는데

게으르지 않은 누군가에게 일을 떠넘긴 꼴이다.

나는 늘 그런 손들의 도움에 휩쓸려 산다.

그야말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의 손길이 우리집을 윤택하게 만들었고

살만한 집으로 만들었으며

때로는 배부르게 하고,

지금은 생각하게 하고있다.

도움에 휩쓸려 사는 삶.

나는 누군가를 휩쓸 만한 도움을 주며 사는가.

때로는 누군가에게 살 만한 집이 되어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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