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의 스물 다섯

시리즈

by 최열음

새로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명절이 시작되는 아침, 아디다스 저지를 입고 스타벅스에 와 있습니다. 무척이나 백수 같은 차림새라 신경이 쓰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쩐지 이곳에는 명절과 무관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같습니다. 연휴의 시작과 관계 없이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들. 조금은 자기중심적인 마음으로 명절을 통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습니다. 갓 대학을 졸업했고, 퇴사를 했거나,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들. 무직인 데다가 스물 다섯인 사람들.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무엇이라 소개해야 할지 항상 고민합니다. 취준생이라고 해야 할지, 작가 지망생이라고 해야 할지, 혹은 그냥 백수라고 할지. 어떻게 불러도 납작해지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준비보다는 차라리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게 나을 것도 같습니다. 스스로를 수식하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아갑니다.


누군가 제게 요즘 무얼 하냐고 물어보면, 우선은 올해 졸업을 했다고 말합니다. 벌써 올해가 9개월이나 지났지만요. 졸업을 했다고 말한 뒤에는 어떤 호응을 얻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뒤에,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끔은 글을 쓰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무슨 글을 어떻게 쓰는지는, 저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사실 무슨 글을 쓰냐고 물어볼 정도의 사람 앞에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망설이고 뜸들이고 민망하고 머쓱한 상황들을 피하고 싶습니다. 가만히 쉬는 것도 아니고 분명 무언가를 지속하고 있는데, 무책임한 백수 같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무직인들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조용히 망설이는 사람들… 그럼에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


그런 스물 다섯 살의 무직인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의 첫 인터뷰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저와 무척 비슷한 사람도, 다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다채로운 형태의 백수가 있음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주변의 무직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남발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건 공식 인터뷰에서나 무해한 물음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파도 없는 바다를 헤엄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맨 땅에 헤딩 같은 과격한 표현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얼굴만 빼꼼 내밀고 팔다리를 휘젓는 개헤엄 정도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이에게 귀여운 강아지 이름을 불러줄 계획입니다. 불러달라고 하는 이름으로 부르겠습니다. 어떤 중립적인 자아를 가질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현재까지 3명의 무직인을 인터뷰했습니다. 앞으로 3명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눌 계획입니다. 저의 물음으로 인해 고단해지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디까지나 무직인이 무직인을 인터뷰할 뿐입니다. 백수들의 대화일 뿐입니다. 저희가 통과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고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