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1편

무직의 스물 다섯

by 최열음

첫 번째로 만나본 <무직의 스물 다섯>은 바로 제임스. 약 1년 반 정도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사를 했고, 현재는 복학해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중이다. 어떤 수식어를 붙이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너무 많은 말들이 우리를 수식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제임스와 열음은 17살에 처음 만나 절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가 선택한 강아지는 바로 이 녀석이다. 제임스라는 이름이 무척 잘 어울린다고 느낀다. 그래서 제임스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출처: 무신사 매거진, 세인트제임스 키즈


-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수업이 있으면 학교에 가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졸업 전시를 위한 작업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 주로 몇시쯤 일어나는 편이세요?


항상 다르긴 한데요. 학교 가는 날에는 7시에 일어나고, 아닌 날에는 9시쯤 일어나는 것 같아요.


- 그렇군요. 요즘은 특히 졸업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작업은 주로 집에서 하는지, 나가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집밖으로 나가서 하는 편입니다. 가끔 집에서도 할 만한 날에는, 커튼을 치고 스탠드 조명을 켜고 하는 편이에요.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 그렇군요. 제임스의 전공은 <독일어문 문화학과>라고 하셨는데요. 복수 전공은 <산업디자인>이시고요. 혹시 그 전공을 선택하신 이유와 결과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우선 독일어는… 제가 수능 정시파라서요. (웃음) 1, 2, 3지망 중 마지막으로 썼던 독일어가 전공이 되었습니다. 원래 전공하려고 했던 건 미술쪽인데요. 고등학교 때도 입시 미술을 하려다가, 수학 점수가 좋은 편인데 미대 입시를 하면 수학을 포기해야 해서 수능 쪽으로 돌렸어요.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미대를 지원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게 복수 전공도 산업디자인을 선택하게 됐어요.


사실 독일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어려웠고요. 그나마 독일 문학이 가장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교환학생 자격에 필요한 자격증을 준비하다보니, 독일어가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독일어도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쨌든 지금은 디자인 졸업 전시를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의 진로도 디자인 쪽에 초점을 맞춰서 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일어도 아예 버리지는 않을 테고요.)


- 독일 문학이 가장 재밌었다고 하셨는데 따로 좋아하시는 작품이나 작가가 있나요?


음… 저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좋았는데요. 쉽게 읽히는 소설인데도,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사유를 할 수 있어서 즐겁게 읽은 것 같아요.


- 지금 학교를 다니시긴 하지만, 퇴사를 하고 다시 복학하신 거잖아요. 지금 퇴사를 한 지 얼마나 되셨죠?


퇴사를 한 지는…(가물가물함)… 제가 퇴사를 언제 했죠? (핸드폰을 보면서) 7월 말에서 8월 초쯤 퇴사를 했으니 얼추 두 달이 조금 안 되었네요.


- 퇴사 후 바로 복학을 하셨으니 공백이 별로 없는 셈인데요. 그로 인해 완전한 무직의 시간을 보내지는 않으셨잖아요. 그 점에 대해서 만족하시는지 혹은 오히려 더 어렵다고 생각하시는지.


마침 어제 생각한 게 있는데요. 지금 제가 무직인 상태로 학교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느끼는 불안은 비슷할 것 같다는 거예요. 최근에 만난 친구가 졸업을 하고 완전한 무직의 상태로 지내고 있는데, 그 친구도 상당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공채가 올라오는 걸 보면서 조금은 불안해하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유예 기간을 둘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취업이 될 때까지의 불안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 그렇군요, 벌써 9월이 끝나가고 있는데요. 올해 여름에는 주로 무엇을 하셨나요?


여름에 호주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반색) 퇴사를 한 직후이기도 하고, 친한 친구 3명과 시간이 맞아서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어요. 2주 정도 길게 여행을 했는데요, 다녀와서는 무얼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미 여름 방학이 끝나 있더라고요.


- 오… 무얼 했는데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같이 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우리 호주 다녀와서 뭐 했어? 아, 들어야 하는 수업이 있어서 수업도 듣고요. 그냥 그렇게 잔잔히 흘러갔습니다. 잠시 케이크 좀 먹고 오겠습니다.



- (웃으며 잠시 지켜본 후에) … 삼켰어요?


(꿀꺽)


- 네, 다음 질문은요. 무직의 상태인 동안 타인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직이라는 이유로 들은 말 중에서요.


뭐, 부모님은 취업 잘 하라고 하셨고… 하지만 생각보다… 아무도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웃음) 오히려 스스로에게 많은 말을 했던 것 같아요.


- (아싸) 바로 다음 질문이 그것인데요. 무직인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요.


(잠시 생각한 후에) 네가 뭘 하고 싶은지 계속 고민해보자, 스스로에게 집중해보자.

첫 회사에 다니기 전에만 해도 취업 자체가 목적이었는데, 실제로 일을 해보니 삶의 일부인 직업을 신중히 선택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했거든요. 취업에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론은 하고 싶은 일, 원하는 일에 집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 그렇다면 지금은 그런 일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나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UX(User Experience) 혹은 BX(Brand Experience) 쪽으로 가려고 하고요. 계속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커피보다 케이크가 맛있는 카페에서 제임스를 만났다. 내가 질문하는 동안 그는 커피를 몇번 빨기도, 케이크를 떠먹고 오기도 했다. 질문하는 자보다 질문 당하는 자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제임스는 질문에 자주 멈춰서 생각하고 답했지만, 그 공백이 길지는 않았다.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모르지 않는 자 같았다.


그와 대화하는 동안 나는 자주 웃기고 상쾌한 기분이었다. 그가 여러모로 확실한 사람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모르겠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그와 멈추지 않는 대화를 했다. 빠른 호흡으로 이어지는 대화였지만 길을 잃지는 않았다. 첫 인터뷰이가 제임스라서 다행이라고 느낀다.



사진 출처: https://www.musinsa.com/mz/magazine/view/90894

이전 01화무직의 스물 다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