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라슈 1편

무직의 스물 다섯

by 최열음

두 번째 무직 인터뷰는 파트라슈. 제임스와 마찬가지로 열음의 오랜 친구이다. 파트라슈는 휴학을 한 차례 경험한 후, 재수생인 열음과 같은 해에 졸업을 하게 되었다. 같은 학교의 졸업생이고, 같은 백수지만 두 사람의 하루는 무척이나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사실 이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파트라슈이지 않았나. 그에게 요즘 무얼 하냐는 질문,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냐는 질문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조금씩 망설이는 파트라슈를 보면서, 이럴 거면 제대로 인터뷰를 준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준비 되지 않은 질문으로 누군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동시대 백수들의 하루가 어떤 마음으로 흘러가는지, 어떻게 같고 또 다른지 묻고 싶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파트라슈는 자주 멈춰서 생각했다. 모든 질문에 신중하게 대답하는 그를 신기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적절한 단어를 고르고 생각을 정리하는 그의 얼굴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ringo.ani.daebak


-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떠세요?


하 루 일 과? 잠 깐 만 요… 일단 일어나서 이불 정리를 합니다.


- 오, 정말요? 여기까지는 제임스와 비슷하네요.


정말 그것까지 지키지 않으면 제가… 너무 비생산적인 하루를 보낼 것 같아서요. 저는 거의 제 방에서 하루를 보내니까, 정리되지 않은 침구를 보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질 것 같거든요. (웃음) 그래서 이부자리를 정리한 후에 씻어요. 사실 씻는 것도 귀찮을 때가 참 많아요. 하지만 그것도 생산성의 영역인지라…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러고 나서는 이제 자격증 공부를 하려고 하지만~ 점심 시간이 오기 전까지는 집중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앉아서 공부하는 척을 조금 하다가, 유튜브를 조금 보고 나서 점심을 먹어요. 저녁을 먹기 전까지는 공부를 해봐요. (웃음) 그 후에는 웬만하면 노는 편이에요. 괜히 붙잡고 있어도 기분이 나쁘고 생산성도 떨어지더라고요. 잘 때는 유튜브를 틀어놓고, 타이머를 켜요.


- 아, 공부한 시간을 체크하는 타이머인가요?


아뇨, 아뇨. 유튜브가 자동으로 꺼지게 하는 실행 정지 타이머예요. 그걸 틀어놓고 잠에 듭니다. 이게 저의 요즘 하루 일과입니다. 라디오를 듣다가 잠드는 것 같은 효과인데요. 주로 예전에 봤던 먹방을 봅니다. 자기 직전에는 가능한 자극이 없고 익숙한 콘텐츠를 보려고 해요. 언제든 잠들 수 있도록.


- 그렇군요. 거의 관찰카메라를 보는 것 같았어요. (웃음) 파트라슈의 전공은 심리학이잖아요. 그 학과를 선택한 이유와 지금의 결과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학과를 선택한 당시에는 스스로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졸업을 하고 난 뒤에도 전공을 살려볼 생각으로 들어간 거였는데, 공부를 계속 하다 보니까 저의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지금은 완전히 마음이 뜬 상태입니다.


- 심리학과와 어떤 점이 맞지 않는지 궁금해요.


입학했을 때와 지금의 저는 성격이라든지, 저를 이루는 모든 것이 변하잖아요. 배우는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 그렇군요. 무직의 상태로 지내신 지 얼마나 되셨죠?


졸업하고 나서니까, 졸업 기준으로 말하면 되려나요. 2월에 졸업했으니까 약 7개월 정도?


- 그 시간이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셨나요? 휴학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른지도 궁금하네요. (휴학 경험 없음)


(웃음)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고요. 휴학과는 매우 다른 느낌입니다. 휴학은 저를 가두는 바운더리가 있는데, 지금은 무엇도 없이 백수 상태인 거니까요. 다르더라고요…


- 올해 여름에는 주로 무슨 일을 하셨나요?


먼저 제임스와 함께 호주 여행을 다녀왔고요. 이후에는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웃음) 여름에는 여행을 하면서 보냈던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취직 준비를 하기보다는 취직 준비를 준비하는… 계획을 짠다거나 했던 것 같아요.


- 그렇군요. 무직의 상태인 동안 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었나요?


너 요즘… 뭐하고 살아?


- 이거 다 우리끼리 서로 물어본 거 아닌가요? (조금 찔림) 그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다른 사람들도 많이 물어봐요. 그럴 때면 ‘그만 좀 물어봐악-’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조금 난처하기도 하죠. 딱히 할 말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예상했던 것만큼 민망하고 그렇지는 않았어요. 아직까지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오히려 저보다상대가 난처해할까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 그럴 때는 어떤 대답을 해야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까요? (골똘히)


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냥 ‘백수’라고 말해요. (웃음) 이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덧붙이면서요.


- (웃음) 맞아요. 그러면 보통은 일하는 사람들이 부러워하죠.


그러니까요. 제가 가볍게 말할수록 상대방도 웃어 넘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다시는 언급을 하지 않게 돼요. (웃음)


- 그러면 무직의 상태인 동안,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너는… 무얼 하며 살고 싶은 거니? (…이 많음)


- 목표와 지향에 대한 질문이군요. 현재는 그 답을 얻었나요? 아니면 아직 찾아가는 중인가요.


후자인 것 같아요. 아직… (여전히 …이 많음)


- 현재 생활에 필요한 수입을 어떻게 내고 계신가요? 모아둔 게 있다면 그걸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궁금해요.


아, 실제로 최근에 위기감을 느껴서 계산을 해봤거든요. 현재는 졸업 시즌에 몇 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고요. 곧 동날 것 같아요. (웃음) 이번 년도까지는 어찌저찌 버틸 수 있을 텐데, 쩝… 좀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 필요하다면 다시 아르바이트를 할 의향도 있으신지.


저의 욕심일 수도 있지만… 일을 시작할 것 같으면 같은 비정규직이더라도, 아르바이트보다는 인턴 쪽을 더 해볼 생각이에요. 아르바이트는 서비스직이 많다 보니까, 지금은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최소 3개월은 해야 할 테고, 괜히 일을 시작했다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할까봐요. 그래서 그 쪽은 최대한 피하려는 중입니다.


- 한 달 동안 최소로 필요한 생활비는 얼마라고 생각하나요? 주된 지출은 어디인지.


주로 식비인 것 같은데요. 다른 데 나가는 돈이 별로 없더라고요. 저는 식비를 거의 스스로 부담하기 때문에…


- 단백질 쿠키 같은 거 말씀이시죠.


맞아요. 계산을 해본 적은 없는데… 한 3-40만원은 필요한 것 같아요.


- 그렇군요. 무직이라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이 있나요? 반대로 나쁜 점도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제가 하고 싶은 일(work 말고)을 제가 하고 싶은 시간에 할 수 있다는 점이요. 정말 제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고요. 나쁜 점은… 사실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노는 거잖아요. 딱히 시간을 지탱해줄 무언가가 없다 보니, 자꾸 놀게 되더라고요. 본능에 충실하다보니 늘어지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 맞아요. 오히려 제한 없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것도 좀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요. 비생산적으로 보내는 시간들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다음 편에서 계속)



파트라슈와는 주로 산책하며 많은 대화를 했다. 평소엔 대화의 지분이 균등한 편이지만, 인터뷰로 마주하니 그의 이야기를 편파적으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말이 없지는 않지만 수다스럽지도 않은 파트라슈와 깔끔한 대화를 했다. 주어진 질문과 대답에 충실해지는 시간이었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차분히 답을 기다렸다. 해야 할 말을 곰곰이 생각하는 그의 곁에서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인터뷰를 하는 바로 그 테이블에서, 우리 친구들은 다른 재미난 대화를 했다. 가끔씩은 우리의 것보다 더 재밌어보여서 휩쓸렸다가도, 이내 다시 돌아와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에게는 아직 해야 할 말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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