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막내 사원입니다.
입사 6개월 차에 결혼 소식을 밝혀야 했다. 내 나이 스물 여덟, 출판사 편집자로 1년 반을 일하고 거의 바로 지금의 회사로 왔다. 원하던 대로 서울 내 규모 있는 회사의 인사팀 사원이 되었다. 3명 회사에서 200명 회사로 점프한 사실에 감사하며 부지런히 적응하는 중에도, 마음 한켠에 항상 부담이 있었다.
"저 실은... 올해 9월 결혼해요."
한 회사에서 7년 차 일하고 있는 남자친구는 이 사실에도 그저 웃는다. 자기 일이 아니라서 그런가... MZ는 맞는 것 같은데 결혼하겠다는 MZ는 처음이겠지...
20대 후반쯤 되면 결혼하고 자리를 잡는 게 흔한 일인 고향(청주)과 달리, 서울은 대체로 결혼 연령이 늦다. 그게 이렇게 체감될 줄 몰랐다. 우리 회사에서도 같은 팀, 주변 30대 초반은 다 미혼이고 당장 결혼이 눈 앞에 있지도 않다. 이제 막 결혼할 사람을 찾아가며 소개 받는 정도다. 아마 돈을 모으기도 어렵고, 모은다고 해도 전셋집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도시라서 그럴 것이다.
반면 청주는 어떤가? 출산율도 높고 결혼하는 사람도 정말 많다. 거의 대부분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다. 나름 안정적인 회사도 많고, 집값도 나쁘지 않으니 금방 자리를 잡는 걸까. 그래서 청주에 있으면 편안하다. 안정적인 분위기가 주는 안도감이 있다. 출퇴근 교통에 죽을 듯 밀려 다니지도 않고, 새벽까지 불이 켜져 있는 곳도 적다. 특히 우리 동네는 12시 전에 신호등도 다 꺼지고... 식당 웨이팅도 30분 안쪽 혹은 전무하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이어가고 끝내는 데 품이 덜 드는 곳이다.
그러니 집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살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이러한 시간차를 이해해야 한다. 나는 입사 전부터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빠와 내가 만난 지 5년이나 되기도 했고, 둘 다 이제는 결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결혼에 조급해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하지도 않았다. 그냥 딱 지금, 우리가 결혼할 때라는 생각이 하나로 모였다. 그것 역시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안다.
올해 9월, 결혼을 앞두고 한 3월쯤 결혼 사실을 팀에 밝힐까 했다. 다만 우리 팀 분위기 자체가 주말에 뭐 했는지, 소개팅이 어땠는지 하는 등 사생활을 쉽게 공유하는 편이라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자꾸만 찔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나이순으로 결혼을 하기에는 팀장님 결혼도 아주 멀어 보이고 하니, 자꾸 나에게 "ㅇㅇ씨가 제일 먼저 결혼하는 거 아니야?" "이러다 갑자기 올해 하는 거 아니야?" 하는 둥의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별로 안 친하면 헤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나름 친하다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게 싫었다. 결국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던 어느 월요일, 팀 점심에서 결혼 사실을 밝혔다. 또 결혼 이야기가 나온 차였다.
"네... 저 사실 올해 결혼해요. 9월에요..."
실토하듯 결혼 사실을 뱉고 나니 거대한 후련함과 조금의 민망함이 몰려왔다. 회사 앞 제육볶음 집에서... '오래 만났으니 그럴 것 같았다', '너무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보니 팀장님은 그냥 부러워하시는 것 같았다. 다들 놀란 눈치였던 건 당연하고. 아마 내 얼굴도 많이 벌게졌을 것 같다. 그래도 대리님들과 워낙 친해서 내 결혼식에 오겠다 안 오겠다 장난부터 치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모르겠어요, 저 일단 결혼은 해야 됑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