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향한 첫걸음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지 6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글을 쓴다. 굳이 거창한 출발을 할 필요는 않지만 내 나름의 다짐을 잡고 싶었다. 그 전에 왜 작가 신청을 했는지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
“내가 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가에 대해서 말할 차례인데, 그건 한마디로 말해서 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참다운 친구가 나에게는 없기 때문입니다. 내 친구들은 모두 그냥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하는 사이일 뿐입니다. 주변의 그저 그렇고 그런 일 말고는 아무에게도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 아무래도 서로 더 이상 가까워지는 건 무리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내게 남을 신뢰하는 마음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건 엄연한 사실이며, 달리 뾰족한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로 한 겁니다.” -안네 프랑크, 안네의 일기
일단 나는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고, 많이 써본 적도 없고, 글쓰기 수업도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다. 대학교 교양 시간 때에는 맨날 수업을 빼먹고 억지로 과제물을 제출하며 괴로워했던 기억이 난다(생각해보니 그때 좀 더 열심히 참여했더라면 지금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부터 머릿속에 잡생각들은 항상 많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내 생각들은 표현하는 데 수줍음을 느꼈고, 누가 나에게 공감해줄까 싶어서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었다. 나는 군중 속에서 항상 고독을 느꼈었고, 나 자신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혼자가 편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여기며, 내 글쓰기는 가끔씩 일기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정도에 그쳤다. ‘안네의 일기’의 작가 안네 프랑크가 왜 일기를 썼는지에 대해 토로했던 글을 접했을 때 얼마나 공감이 됐는지 모른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조금씩 써 내려간 일기는 나의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도구였다. 이는 공부량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흔들리는 나를 부여잡기 위한 나름의 발버둥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일기를 다시 들춰보게 되면 애틋함이 서려온다. 열심히는 아니었지만, 나름 고군분투한 내 흔적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썼던 일기들에도 당시 상황들에 대한 나름 나만의 생각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결정적으로 작가 신청을 하게 된 것은 브런치에서 많은 글들을 접한 후다. 다양한 작가들의 관점과 생각은 글들은 내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고, 힘든 순간에 어떤 누구보다도 나를 위로해줬다. 왠지 나도 그 대열에 끼고 싶었다. 더 이상 혼자만의 글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대화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서 하는 것이다.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그래서 일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발판을 찾아 나선 것이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예전의 나에서 벗어난, 나만 읽는 글이 아닌 글을 향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