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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인텔리전스 Jul 06. 2021

구글 '눈 가리고 아웅', 플록도 사용자 정보 추적한다

구글이 웹 브라우저 크롬(Chrome)에서 사용자들의 쿠키를 수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쿠키 수집을 중단하는 시점이 당초 약속되었던 2022년 초에서 2023년 말로 2년 가까이 미뤄진 데다, 쿠키의 대안으로 제시된 플록(FLoC)마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구글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구글을 도마 위에 올려놓은 쿠키와 플록이 무엇인지, 그리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어떤 이유가 깃들어 있는 지에 대해 로아가 정리해 보았습니다.



쿠키로 배 불려온 구글, 쿠키 수집 중단할 수 있을까?

쿠키는 인터넷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방문했을 때 브라우저에 저장되는 정보 파일입니다. 쿠키에는 웹사이트에서의 사용자 움직임이 기록되는데, 로그인 아이디·비밀번호·장바구니 내용·사이트 설정·신용카드 번호 등이 포함됩니다. 쿠키라는 이름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남매가 빵 부스러기로 흔적을 남긴 것과 비슷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해요.


이렇듯 예민한 개인정보들을 담고 있는 쿠키는 주로 디지털 광고기업들이 개인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데 사용되어 왔습니다. 대부분 인터넷 사용자들이 크롬 브라우저에서 경험해본 적 있는 타깃 광고는 바로 브라우저에 저장된 사용자 쿠키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최근 수년 동안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아짐에 따라, 개인정보가 포함된 쿠키 수집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데요. 크롬을 제외한 파이어폭스·브레이브·사파리 등 대부분의 브라우저들은 이미 사용자 쿠키 수집 차단을 기본 설정값으로 두고 있습니다.



쿠키 수집 중단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구글이지만, 일각에서는 사용자 추적에 기반한 타깃 광고를 핵심 수익원으로 하는 구글에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기능 개선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레코드는 이와 관련해 "대규모 광고 플랫폼 업체에 의해 운영되는 브라우저는 크롬이 유일하다"며 "발 빠르게 쿠키 제거에 나선 다른 브라우저와 달리, 구글이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추적 수단을 찾기 전까지 제거 시점을 끌어온 것 역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구글, 쿠키 대신 제시한 플록도 다를 바 없다

구글은 쿠키 수집 중단 계획을 발표한 뒤, 광고주들을 위한 대안으로 플록(FLoC)을 제시했습니다. 플록은 Federated Learning of Cohorts의 줄임말로 특정 경험을 공유하는 집단을 의미합니다. 플록은 비슷한 검색 패턴을 보이는 사용자들을 집단으로 묶은 다음 광고주들에게 해당 집단의 정보만 제공하기 때문에, 집단에 속해있는 개개인의 정보는 노출되지 않는 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입니다.


▼ 플록(FLoC) 작동 방식

출처: FLoC 백서


하지만 구글이 야심차게 제시한 플록은 프라이버시 옹호론자들 뿐만 아니라 광고주들과 규제 당국 모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디지털 인권 보호단체인 EFF(전자프런티어재단)를 필두로 하는 프라이버시 옹호론자들은, 플록도 쿠키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한다고 지적합니다. EFF는 지난 3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구글의 플록은 끔찍한 아이디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우려 지점에 대해 자세하고 명확하게 짚어내기도 했습니다.


▼ EFF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구글의 플록은 끔찍한 아이디어'라는 제목의 성명

출처: EFF 홈페이지


EFF에 따르면 플록 사용 시 광고주가 사용자들을 핑커프린팅할 수 있는 위험이 높아집니다. 핑거프린팅은 사용자의 각 브라우저 보유값을 토대로 쿠키 없이도 특정 사용자를 식별하고 추적하는 방법입니다. 이와 관련해 구글은 집단 규모를 수천 명 이상으로 유지하여 핑거프린팅을 방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EFF는 범위가 '전체 인터넷 사용자'에서 '수천 명'으로 줄어든 것 자체가 핑거프린팅의 위험을 높인다고 반박했습니다.


EFF는 타겟팅에 의한 차별도 플록에 존재하는 문제라고 분석했습니다. 구글이 만에 하나 핑거프린팅 등 기타 위험 요소들을 차단한다고 하더라고,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다른 특정 집단에 도달하는 행위인 타깃 광고 자체가 차별의 위험성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신용취약자 집단은 고이율 대출 광고의 타깃이 될 수 있고, 특정 위치나 정치 성향에 따라 구분된 집단은 정치적 의도의 허위정보 유통에 이용될 수 있는 것 등입니다.



플록에도 따라붙은 반독점 꼬리표, 난항 예상돼

쿠키의 대안인 플록을 반길 줄 알았던 광고 업계도 반기를 번쩍 들었습니다. 플록이 정보에 대한 구글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데, 구글이 타겟팅 광고 영역에서 가장 큰 사업체라는 점에서 반독점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레코드는 "추적을 중단하는 대신 구글의 손바닥 안으로 직행시켰다"는 말로 이런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플록과 관련된 구글의 반독점 논란은 단순히 비판이 제기되는 수준을 넘어,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유럽연합은 지난 달 구글의 쿠키 수집 중단 계획을 심층조사 대상으로 언급하며 조사에 착수했고,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플록 도입과 관련된 계획에 변경이 있을 때 최소 60일 전에 구글로부터 사전 공지를 받아 반독점 여부를 검토하는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파이어폭스·사파리·엣지 등 브라우저들도 구글의 플록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프라이버시 중심 검색엔진인 덕덕고(DuckDuckGo) 역시 플록 차단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같이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글이 개인 맞춤형 광고 비즈니스에 대한 타격이나, 반독점 규제에 대한 논란 없이 쿠키를 제거하고 플록을 도입할 수 있을 지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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