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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Jul 24. 2022

진주성, 촉석루에 기대앉아

부산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가는 이유는, 다녀온 지인들이 좋았다고 열변을 토한 ‘진주성’을 보기 위함이지요. 물론 그 지인 중에는 아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해, 창원, 마산을 거쳐 진주에 도착했습니다. 2박 3일을 차에서 먹고, 자고, 교대로 아내와 운전하며 남해안 일대를 돌았었고, 이제 진주가 저희 마지막 목적지랍니다.


진주로 가는 동안 아이와 저는 차 뒷자리에서 열심히 잠을 청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제가 운전해야 하니, 시간이 날 때마다 차에선 눈을 붙여야 했죠. 창밖 풍경을 못 보고 지나온 건 좀 아쉽지만, 한 가지쯤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진주성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자는 아이를 깨웠습니다. 밖의 날씨가 너무 더워 내리기 싫을 정도였어요. 에어컨 덕에 시원한 차 안에 있고 싶어 하는 아이는, 아이스크림 사준다는 말에 금방 따라 내렸습니다.


저희가 차를 세운 곳은 남강 변에 위치한 주차장입니다. 진주성 성문을 바라보며 계단을 올라봅니다.


아내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저는 아이스크림을 샀습니다. 화장실 다녀온 아이를 기다리는 아주 잠시 동안,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등으로 끈적끈적한 바닐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날씨는 그야말로 폭염입니다.


진주성, 촉석문

진주성은 경상남도 진주시 남성동과 본성동에 있는 조선시대의 성곽으로 사적 제118호입니다.


이곳엔 세 개의 문이 있답니다. 정문은 공북문이라고 하여 중앙에 있고, 서쪽 끝부분엔 서문이 있죠. 지금 저희가 있는 곳은 촉석루와 의암이 있는 촉석문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출입하는 문이라네요.


촉석문으로 들어가니 정면에 촉석루가 보이고, 왼쪽으론 성곽이 둘러져 있는데, 그 너머로 남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보기엔 시원하지만 작렬하는 뜨거운 햇살에, 몸에선 땀이 줄줄 흐르고 있습니다. 손수건을 꺼내 들고 촉석루에 들어섰습니다. 이 더위에 이 성안을 한 바퀴 돈다면 아마 땀으로 목욕을 할 것 같네요. 슬슬 걱정이 앞섭니다.


촉석루

촉석루는 경남 문화재자료 제8호로 진주시의 상징이자 영남 제일의 명승입니다. 전쟁 때는 장군이 병졸을 지휘하던 지휘소로 쓰였고, 평상시에는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고려 고종 28년(1241년) 진주목사 김지대(1190~1266)가 창건한 후 지금까지 7차에 걸쳐 중건 중수하였다고 합니다.


또, 임진왜란으로 불탄 것을 광해군 10년(1618) 병사 남이홍이 전보다 웅장한 건물로 중건하여 1948년 국보로 지정되었으나 1950년 6.25 동란으로 불탔고, 지금 건물을 1960년에 시민의 성금으로 중건하였다고 하네요.


촉석루에 오르는 계단은 총 세 군데입니다. 그런데 계단마다 신발이 어지러이 놓여있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이리 많이 올라가 있을까요?


수건으로 목 뒤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가운데 계단으로 촉석루에 올랐습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소리.


“아! 시원하다!”


그 시원함은, 머리가 느끼기 전에 몸이 먼저 알아차려, 제 작은 눈이 두 배쯤 커지면서 이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붑니다. 바로 남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죠.


'참 좋은 곳에 건물을 지었구나!'


촉석루 기둥에 기대고 앉았습니다. 눈이 슬슬 감기네요. 이젠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이곳에 앉아서 이렇게 쉬고 싶을 뿐이었죠.


아이들은 신나서 뒹굴고 놀고, 어른들은 담소를 즐기고, 연인들은 바싹 붙어 앉아 서로 팔베개를 해주고 낮잠을 즐깁니다.



촉석루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 놀라는 눈치네요. 모두 한 마디씩 합니다. 왜 이리 시원하냐고.


염치 불고하고 들어 눕는 사람이 하나 정도 있을 만한데,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그저 눕지는 못하고 기둥에 기대고 앉아 고개를 꾸벅거렸습니다.


정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촉석루 밑으로 내려가고 싶지도 않고요. 아! 여기서 이대로 여름을 보낼 순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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