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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Jul 25. 2022

탄도, 음양이 공존하는 시간

안산 탄도, 누에섬

갈매기는 과자를 던져주는 사람 주변을 빙빙 돌고 있습니다. 그 옆을 최대한 피해 지나가던 저는, 배설물이 머리로 떨어질까 봐 불안해졌습니다.


"이런! 이런!"


결국 갈매기 밑에 있던 사내아이가 똥에 맞고 말았습니다. 엄마를 부르며 울먹이며 달려가는 아이를 보니, 안쓰럽네요.


머리 위 갈매기, 조심해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런 모습은 참 불안해 보입니다. 언제 머리에 똥을 쌀지 모르는 갈매기를 저리 가까이서 좋다고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죠.


저는 항상 저들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 당해봤거든요.


탄도에서 한참을 놀았습니다. 근처 횟집에서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며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가 오랜만에 멋진 해넘이를 보았습니다. 몸은 더위에 지쳤지만, 손선풍기를 얼굴에 바짝 붙이고, 붉은 태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고정했죠.


태양은 누에섬 등대전망대 위에서 더한층 붉은빛을 발하며 바닷속으로 시나브로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출렁이는 물결에 흔들리는 고깃배 몸짓과 간혹 먼바다 쪽에서 태양을 가르며 날아가는 갈매기들은, 출사자들의 끊임없는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조심조심 올라오는 둥근달은 누구의 시선도 끌지 못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어느샌가, 태양 반대쪽으로 자꾸 눈길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반대편에선 월출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한다고 침통해하지 말자!’ 속으로 이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태양이 사라지면 비로소 빛을 발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달처럼,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어려움을 웃으며 얘기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신이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말이죠.


저는 신에 대해 부인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어느 신을 섬기지도 않아요. 그런데 저는 왜 갑자기 일몰을 바라보는 순간에, 생게망게하게 신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며칠 전에 들었던 회사 사람들이 말하던 "희망"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라서 그런가 봅니다.


요즘 힘들지 않은 회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희 회사도 그럭저럭 한 달 한 달을 버티면서 생존해 가고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 갑갑한 동료들이 여기저기서 들었던 얘기, 예를 들면 사주를 봤는데 내년에 운수가 좋다더라, 또는 회사가 좋아진다더라, 등의 얘기를 서로 위로 삼아 하곤 하는데, 정말 그들 말처럼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노을이 점점 좌우로 번지고 있습니다.


제 직접적인 운수는 아닐지라도, 그들의 말을 빌리면 회사가 다시 살아난다는 뜻인데, 그러면 덩달아 제 운도 풀리는 것이 아닐까요? 옆 사람들 운이 저에게도 전파되면 좋겠는데.... 말이죠.


태양은 점점 붉은빛을 내며 누에섬 전체를 실루엣 처리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태양이 누에섬 뒤로 완전히 넘어가 버렸습니다. 섬 주위가 온통 시뻘겋네요. 사람들도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들고 자리를 떠납니다.


먼 산에 걸렸던 달도 어느새 한 뼘이나 높이 올랐습니다. 음양이 공존하는 짧은 시간이 지나고, 이제 태양을 대신해 달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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