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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Aug 03. 2022

감은사지, 느티나무! 이제 편히 쉬길....

경주, 감은사지와 느티나무

감은사지에 도착했을 무렵엔 이미, 태양이 조금씩 반대편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두 개의 탑 뒤로 보이는 나지막한 동산은 조금씩 어둠에 묻혀가고 있었죠. 폐사지 느낌을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시간에 도착했네요.


그런데 차에서 내리니 바람 하나 피할 길 없는 황량한 벌판이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끝으로 부는 차가운 겨울바람에, 저희는 그대로 노출되어 버렸죠.


조금씩 어둠이 깔리고 있는 감은사지 풍경


폐사지를 둘러보는 일은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또 지금은 없는 무엇을 상상하여야 하는지 막막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조금은 두렵습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계속 보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생기겠죠?


감은사탑은 정말 거대합니다.


저희처럼 이렇게 불국사에서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고, 감포로 가는 길에 감은사탑을 본 다면, 이 탑의 느낌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정교함과 웅장함, 화려함과 소박함, 귀족적인 것과 서민적인 것 등으로 비교가 됩니다.


감은사탑은 정말 웅장하고 거대합니다. 탑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거대한 산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에 숨이 탁 막힙니다.


감은사지 금당터

 

감은사는 문무대왕 아들, 신문왕이 즉위 후 완성한 사찰입니다. 원래 절 이름은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진국사(鎭國寺)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문왕이 아버지의 호국충정에 감사하는 뜻으로 감은사(感恩寺)로 고쳐 불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탑 뒤에 서서 오랜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느티나무의 모습도 한번 봐줄 만합니다. 수령이 약 500년 되었다는 이 나무는 얼핏 보면 한 그루 같지만 사실은 두 그루의 나무입니다. 사람들이 석탑에만 관심을 가지지만, 사실 이 나무는 이곳에서 감은사지의 역사를 그대로 지켜본 증인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편히 쉬길 빌어봅니다.


이렇게 보면 한 그루의 느티나무 같지요?(2022년, 6월, 안타깝게도 고사됐다고 합니다. 불교닷컴)
하지만, 뿌리가 뒤엉킨 두 그루의 느티나무 였답니다.


자! 이제 문무대왕이 잠들어 계신 동해바다를 보러 갈 차례입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경주 답사, 이번 일정의 마지막이지요.


이곳은 감은사지에서 참으로 가깝습니다. “내가 죽으면 화장하여 동해에 장례 하라. 그러면 동해의 호국의 용이 되어 신라를 보호하리라.”라는 유언에 따라 감포 바다에 묻힌 문무대왕.


우선 주차료를 내고 대왕암이 있는 해변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참고로 문무대왕릉은 사적 제15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닷가가 오히려 감은사지보다 따뜻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모두 차에서 내렸죠. 오랜만에 바닷가에 나온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저희 모두가 바닷가에 섰습니다. 바람은 세기 않았지만, 파도는 높았습니다.


멀리 문무대왕 수중릉이 보이네요.


전 예전에도 문무대왕의 유언에 감복한 일이 있습니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그의 유언은 이렇습니다.


" 나의 유해를 불교식으로 화장해 동해에 장사 지내라. 그리고 나를 위해 큰 무덤을 만들지 말라. 옛날 천하를 다스리던 위력 있는 임금일지라도 끝내는 한 줌의 흙더미로 변하고 마침내는 나무하는 아이들과 목동들이 그 위에서 노래 부르고 여우와 토끼들이 굴을 파는데 죽은 사람의 일에 많은 경비를 들이는 일은 재물만 낭비하는 일이요, 백성들의 수고만 헛되게 하는 일일 뿐, 영혼을 오래도록 고요히 평안하게 하는 일은 못될 것이며, 또한 내가 즐거워하는 일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문무대왕의 유언이 참 멋지고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있지요.


자! 이제 어둠이 바닷가를 덮고 있습니다. 저희도 서둘러 경주 보문단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금 쯤, 감은사지도 어둠에 둘러 쌓였겠네요. 폐사지가 더 적막 해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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