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드 Jul 04. 2023

선짜 야시장에서 현지 가이드가 전하는 말

베트남 다낭 야시장

'하이랜드 커피'에서 쓰디쓴 커피를 마시며, 입은 고생했지만, 에어컨 덕에 더위로 지친 몸은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사라진 초저녁, 그래도 여전히 덥습니다. 하지만 다시 용기 내어 근처에 있는 선짜 야시장으로 갔습니다. 이곳은 용다리 바로 앞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꿈도 못 꿀, 아니 안 꿀, 한 여름의 야시장 투어라니?  더위에 맥을 못 추는 저는, 빨리 한 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가려 했지요.


선짜 야시장


먹거리 천국                                


그런데, 이런 바람을 무시하고 일행들은 어느 가게 앞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뭘 먹을까?"

"해산물 어때?"


아! 그들은 뭔가 먹으려 하는군요. 참 용감합니다. 이 더위에도 굴하지 않는군요. 에라! 나도 모르겠습니다.  시원한 맥주나 먹어 볼까요?


일행들이 오징어를 주문하려는 찰나, 어디선가 들리는 한국말.


"저기요! 여기 해산물은 먹지 마세요"

"네? 누구시죠?"


날씬한 몸매에 훤칠한 키, 다정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는 저희 일행 중에, 어린(중학생) 아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여행객이시죠? 저는 여기, 다낭에 사는 사람이에요. 여행사 가이드이기도 하지요."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겠는데, 우리 일행에 어린아이가 있으니, 걱정되어 말을 걸었답니다.


"속이 예민한 사람들은 자칫 탈 날 수 있습니다. 야시장 해산물이 그렇게 신선하진 않거든요. 저도, 저희 손님들에게 항상 얘기해 줍니다. 혹시라도 야시장에 오시면 해산물은 드시지 말라고요."


"아!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고 그들이 먹는 음식을 보니,  그들은 바지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바지락은 괜찮다네요.


둘중, 한 명은 베트남 사람으로 여행사 로컬 가이드이고, 말을 건넨 사람은 한국인 가이드였어요.


그렇게 우연히, 또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옆 테이블에 앉게 되었습니다. 저희도 바지락을 주문하고, 땅콩도 주문했습니다.


낮은 테이블, 낮은 의자. 점심때 먹은 베트남 식당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캠핑 테이블 같아서 좋아요.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일행이 자리에 앉으니, 이번엔 음료 메뉴판을 들고 옆 노점에서 누군가 다가옵니다.  그랬더니, 원래 가이드분들이 주문했던 음료 가게 종업원이, 따지듯 그를 쫓아내더군요. 아마도 가이드분들과 저희를 같은 일행으로 생각한 듯.


정리하자면, 음식 파는 가게와 주류 파는 가게가 다른데, 일단 한 군데와 거래를 시작했으면, 다른 주류 가게는 그 손님에게 주문 안 받는 상도덕이 있다는 얘기.



가이드분들은, 오늘 일정을 다 끝내고 둘이 술 한잔하는 중이랍니다.


"왜? 손님들과 같이 한잔 안 하셔요?'


제가 물으니, 손님 중 누구도 같이 먹자는 사람이 없었다는군요.


제 경험상, 가이드분 중에 술 좋아하시는 분은 같이 먹자고 하면 좋아하겠지만,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니,  그리고 또 괜히 민폐 끼칠까 봐 권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다음에 혹시 패키지로 여행 오시면, 혹시 모르니 슬쩍 같이 하자고 권해보세요. 의외로 좋아할 겁니다."


"네. 꼭 권해 보겠습니다! 하하!"


바지락과 땅콩, 그리고 타이거 맥주



그들과 긴 얘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패키지여행을 준비하는 다른 분들께 꼭 전해달라는 말이 있답니다.



"저가의 패키지여행상품은, 대부분 추가 옵션이 있습니다. 여행 예약 시 이 옵션도 미리 선택해서 같이 계산을 하고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가능하면 그러지 마세요."



현지에서 추가 옵션을 선택하고, 현지 가이드에게 똑같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그게 좋답니다. 조금이라도 로컬 여행사에 이익이 된다는 얘기고, 손님들에게 더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죠. 사실, 저 같은 경우도 별생각 없이 추가 옵션까지 다 미리 지불하고 오기도 했습니다. 현지에서 가이드와 마찰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여행지에서 추가 옵션 지불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거였네요.


이런 건, 사실 얘기하기 어렵죠? 한국에 있는 본사에 눈치 보일 테니까요. 제 글을 빌어, 여기에 그들의 바람을 남깁니다.



추가 옵션은 현지에서 하기?  꼭이요!


https://youtu.be/5FecFCGoq8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