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난 20일간의 중국여행 #5
시안에서 화산 가는 여정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우선 지하철로 시안 북역에 가서 고속철이 다니는 시안 북역에서 기차로 갈아탑니다.
그러면 약 35분쯤 달려 화산 북역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무료 셔틀버스나 택시를 타고 매표소에 가야 합니다. 거기서 공원입장 티켓 및 케이블카 티켓, 셔틀버스 티켓 등을 구입하고 나서 매표소를 나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약 20 -30분을 꼬불꼬불한 산길로 올라가면 가면 비로소 케이블카 타는 곳이 나옵니다. 물론 한참을 더 걸어가야 합니다.
중국어를 모르면 중국에서는 혼자 여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8시 10분 출발 시안 - 화산 왕복 기차표를 예매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씻고, 준비해 간 누룽지를 커피포트로 끓인 물에 불여서 먹고 서둘러 호텔을 나섭니다. 어제 하루 시안 거리를 돌아다니며 버스와 지하철 타는 것에는 완전 숙달되었기 때문에 능숙하게 지하철을 탑니다.
또 한 번 그 규모에 놀라게 되는 시안 북 기차역입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대합실에 이미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승객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역시 중국은 땅도 넓고 인구도 많음을 실감합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나서 저 셔틀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하고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올라가면 케이블카 타는 곳이다
화산 북역에 도착하니 택시 호객꾼들이 벌 떼처럼 달려듭니다.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는 걸 알고 왔고, 삐끼들이 달려든다는 것도 사전에 알고 왔지만, 셔틀버스가 끊어졌다, 버스는 없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흘려듣고 그들을 뿌려 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작정하고 무시해버립니다. 무료 셔틀버스를 타는 데도 뭔가를 속이려 드는 잡상인들의 설레발에 넘어가지 않으려 신경전을 벌이다 보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픕니다. 택시비 아끼기 힘듭니다. 거의 정원을 초과한 듯한 버스는 운전기사의 호통으로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져 몇 명이 더 탄 다음에 출발합니다. 중국에서는 운전기사나 매표원 등 제복을 입은 사람들의 위세가 대단합니다.
화산 북역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매표소까지 갑니다.
중국에는 대중교통요금은 무척 저렴한 대신 명승지의 입장료는 엄청 비쌉니다. 없는 사람을 배려하고, 있는 사람은 좀 더 내라는 일종의 사회주의적 색채가 여전히 사회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이것저것 다 지불하고 계산을 해 보니, 왕복 기차요금은 제외하더라도 우리 돈으로 약 8만 원을 지불한 것 같습니다. 물론 학생들은 상당한 할인을 받기는 합니다.
매표소에 도착하면서부터 안개가 끼기 시작합니다. 혹시 안개나 운무나 구름 때문에 화산의 위용을 제대로 못 보지나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됩니다.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는 산길을 오르니 안개가 더욱 짙어집니다. 애써 왔는데... , 내 마음에도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드디어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왔습니다.
자욱하던 안개는 저 계단을 올라서는 순간 사라지고 케이블카 탑승장이 앞에 보입니다.
다행히 높이 올라갈수록 안개가 걷히고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할 즈음에는 주위가 밝아져서 마음이 놓입니다. 평일이고 아침 일찍 도착했기 때문인지 관광객들이 붐비지 않았고 덕분에 8명이 타는 케이블카를 혼자서 독차지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시끄러운 중국사람들과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건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산이 워낙 높고 험해서 케이블카 타는 시간만 약 25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드디어 혼자서 전세 낸 기분으로 느긋하게 앞으로 펼쳐질 풍경을 기대하며 케이블카에 오릅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걸 잠시 잊은 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입니다.
출발은 여느 케이블카나 다르지 않습니다. 완만한 오르막.
화산은 西安에서 동쪽으로 120km 떨어져 있으며, 바위가 많은 화산은 오악 중에서도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해 사람들 사이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곳이자 신비롭고 영험한 장소로 각인되었는데, 덕분에 고대의 수도였던 시안은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화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2,160m에 달한다.
(저스트고 관광지, 시공사)
화산에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경로는 서봉으로 가서 북봉으로 내려오는 것이랍니다. 서봉에 내려서 북봉까지 걸어 내려가서 북봉에서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경로입니다. 서봉이 높기 때문에 케이블카 비용에도 차이가 납니다.
뒤편에 우뚝 솟은 봉이 서봉입니다.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낮은 산봉우리들을 여러 개 넘어야 합니다.
지금이 10월 하순이니 단풍이 한창일 터인데, 아쉽지만 단풍 자체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지만 계곡 사이에 끼여 있는 운무는 장엄한 산세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낼만합니다. 내가 케이블카를 여러 번 타 봤지만 이렇게 혼자서 전세 낸 적은 없었는데, 혹시나 좀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려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앞 뒤 좌우를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며 둘러봅니다.
이제 케이블카는 본격적인 비상을 위해 일단 숨고르기를 하려고 중간 기착지로 향하는데 마치 끝없는 지옥의 굴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운무가 끼여 내려가는 전방은 잘 안 보이지만, 올라가야 할 90도 가까이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벽 위로 거미줄처럼 걸려 있는 케이블카 선로를 보고 있자니 숨이 막힐 듯합니다. 여태까지 타 본 것 중 가장 짜릿했던 장가계 천문산 케이블카의 공포 수준은 여기까지 오는 도중 벌써 넘어섰습니다. 감히 누가 여기에다 저렇게 올려다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나는 높이의 바위산 위로 케이블카를 설치할 엄두를 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저런 공사가 가능했는지 궁금해집니다. TV 화면으로 화성 탐사선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도 지금과 같은 경이로운 느낌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 위로 거미줄처럼 걸려 있는 케이블카 선로와 거기에 매달려 있는 콩알만 한 케이블카들을 보는 것만으로 숨이 멎을 것 같습니다. 저기를 올라간단 말인가. 기가 찹니다.
가다가 바꿔 타 본 적은 있어도 중간에 한 번 경유하는 장거리 케이블카는 처음입니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사색이 됩니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심장마비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예전 같았으면 웃으며 내뱉었을 농담이 농담이 아닙니다. 정말 손에 땀이 나고, 다리를 꼬아도 보고, 심호흡도 해보고, 쥐어 볼 수 있는 모든 구조물은 꼭 쥐어 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내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혼자였기에 공포감이 더 했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나는 이번에 느꼈습니다.
수직에 가까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는 위를 쳐다보는 것이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보다 더 공포스럽다는 걸. 위를 보고 가다가 부끄럽지만 눈을 감은 적도 있습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심하기 때문에 다른 정상인들보다 더 공포스러웠나 봅니다.
화산 케이블카는 정말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다시 한번 더 하라고 하면 단연코 노!라고 하겠지만,
꼭 한번 시도해 볼만한 경이로운 공포체험이었습니다.
시안에 간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