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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미역 Jun 06. 2018

안녕, 스플리트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4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의 남문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지하궁전(Underground of Diocletian's Place)이 나오는데, 이곳은 황제가 사용하던 아파트 아래 공간으로 지상층과 똑같은 넓이에, 똑같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 로마시대 때 황제의 아파트를 그대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평소 신변의 위협을 걱정하던 황제가 비밀리에 묵어가던 곳이기도 합니다.

로마시대에는 복합공간으로 방, 식당, 홀, 저장소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며, 중세 시대에는 곡식과 와인을 저장하던 창고로 이용하다 이후에는 쓰레기장으로 사용했습니다. 그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았던 덕분에 원형이 그대로 잘 보존되었다고 합니다.

리셉션 등이 열렸던 지하에서 가장 큰 이 홀은 6개의 거대한 기둥으로 천장을 받치고 있는데, 이는 위층의 황제가 거주하던 공간과 거의 같은 구조로 건축되었으리라고 추측합니다. 석회암으로 만든 벽돌을 사용하였답니다.





지상의 궁전 건물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여러 번 재건축이 이루어졌지만, 여기 지하궁전은 황제가 살던 시대와 비교해도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하에는 다양한 유물들로 장식된 수많은 방들이 있습니다. 습기가 많아 대부분의 방과 홀에는 파란색 이끼들이 끼어 있고, 일부의 방에서는 벽틈으로 물기가 배어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런 가운데도 로마시대 때 건축물에 사용되었다고 하는 목재가 아직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전시되고 있습니다. 지하 홀의 대부분은 아치형 천장으로 되어 있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서 내려온 유일무이한 로마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흉상도 있습니다. 과연 얼마나 실제와 비슷하게 조각되었을지 궁금합니다.





궁전의 서문을 나와서 해안 쪽으로 가다 보면 브라체 라디츠 광장이 나옵니다. 15세기까지 베네치아 주둔군의 요새로 사용되던 곳인데 지금은 기념품을 파는 작은 숍과 바가 모여 있습니다. 동상의 주인공은 크로아티아 국민시인 마르코 마룰리치입니다. 마룰리치는 성서에서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을 구한 영웅 유디트를 소재로 삼은 <유디타Judita>라는 작품으로 크로아티아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국민작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 이곳에 세워진 동상은 크로아티아가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이반 메슈트로비치의 작품으로 크로아티아인들은 그를 '20세기의 미켈란젤로'라 부릅니다. 그는 자그레브와 스플리트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나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히틀러의 나치즘에 반대하다 미국으로 망명합니다. 그의 작품은 크로아티아뿐만 아니라 발칸 반도의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스플리트에서도 그의 작품을 구시가지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라디츠 광장 주변의 골목길에는 세련된 패션 숍과 카페들이 많습니다. 문을 닫고 있던 가게들이 저녁시간으로 접어들면서 슬슬 손님 맞을 채비들을 합니다. 패션 숍과 아기자기한 카페들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지고 있어서 느릿느릿 걸어 다니며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골목길을 밝히는 윈도 안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어느 골목을 돌다가 실내 장식이 예뻐 보이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와 차, 그리고 크로아티아 전통 케이크 한 조각을 맛봅니다. 차는 차대로, 커피는 커피대로, 케이크는 케이크대로 나름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맛을 냅니다. 가격도 한국과 비교해봐도 별로 비싸지 않습니다.





조금 더 남쪽으로 걸어가면 부두와 맞닿아 있는 리바 거리가 나옵니다. 

비록 길지는 않았지만 운 좋게도 머무를 수 있었던 이 도시를 떠나야 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것은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가 가진 매력 자체와 더불어 스플리트를 오랫동안 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아주 큰 요인일 것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도시들을 떠날 때면 매번 똑같은 의문을 품곤 합니다. 

'과연 내가 여기를 다음에 또다시 방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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