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못 들어본 사람들의 유사가족 체험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을 맡고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등 국내 톱스타들이 공동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브로커>가 지난 6월 8일 개봉했다.
고레에다 감독의 한국 영화 연출작이라지만, 아무래도 일본 영화에 우리 배우들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 처음에는 다소 이질감이 든다. 하지만 중반부터는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있을 만큼 영화에 몰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사그라진다.
예술성을 높이 인정받고 있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그저 끈기 있게 가족에 관한 대중영화를 만들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선입견을 벗고 보면 소소하게 만들어놓은 웃음 포인트와 신파적 빌드업이 눈에 들어온다. 어색하고 낯간지러울 수도 있는데 이야기가 잔잔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다보니 특별히 거슬리는 느낌은 없다.
각자 그들의 진짜 가족과 함께 이루고 싶었던 꿈들이 허상이요 이루어 질 수 없는 망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들이 가슴 시리지만, 살아가면서 한 번도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는 남남들이 유사 가족의 울타리를 갖게 되고, 뜻밖의 이타적인 선택들을 하며 다시 각자가 되어 흩어지는 결말은 자못 감동적이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러한 선택들로 그들은 평생 가족 못지않게 그리워할 서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그들에 공감하는 이들에게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을 남기는 영화였다.
이 영화로 배우 송강호는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제 관행상 그동안의 연기들을 인정받은 결과다.
한편, 칸 영화제에서 <브로커>와 함께 수상한 또 한 편의 한국영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이달 말에 개봉한다.
박찬욱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평점이 가장 높았던 이 영화로 감독상을 차지했었다.
이래저래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행복한 6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