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보다 더 과감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어찌 보면 상전벽해입니다.
수년 전만 해도 '방산비리'라는 극단적인 워딩이 우리에게 익숙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방산업계 종사자들이 이유 없이 움츠러들 때면, 오히려 언론 기자님들이 힘내라고 말씀해 주시고, "방위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논조의 기사도 써 주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습니다.
중동, 유럽, 동남아 등과 크고 작은 수출계약이 체결되고, 방위산업이 당당한 국가경제의 주체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이 방산 공장을 시찰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방위산업의 위상에 대한 기사가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군/산/학/연 담당자들이 긴밀한 공조 아래 헌신해 온 결실입니다. 그리고 방위산업의 새로운 길을 제시해 온 밀리터리 전문가, 언론사 기자님 등의 따스한 관심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더 큰 미래를 위한 군 및 유관기관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2023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는 8대 게임체인저 기술, 즉 인공지능, 극초음속, 합성생물학, 고에너지, 미래통신/사이버, 무인/자율, 양자물리에 기반한 기술도약적 무기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관기관에서는 이의 실현을 위해 후속조치들을 빠르고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요.
그러나 어깨에 힘을 줄 시기는 아닙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해외에서, 더 크고 빠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기 때문이지요.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전 세계에서 더 과감하고 빠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기 때문이지요. '민간'과 '국방' 기술의 융합에 기반한 거대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함께 지켜보며,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 무기체계를 먼저 개발하고, 나중에 판매하는 방위산업 스타트업이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상상하기 어려운 사업구조이고, 사실 미국에서도 혁신적인 형태입니다. 그럼에도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며, 美 방산 유니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바로 안두릴(Anduril)의 출현입니다.
- 우크라戰에서 '팔란티어(Palantir)'의 빅데이터/AI 솔루션이 다윗의 돌판매에 정교한 '눈'을 더하며 큰 활약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번 전쟁이 디지털 군대와 아날로그 군대의 향방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어디에 서게 될까요?
- 상업 위성에서 영상 데이터를 분석, 제공하는 서비스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제 모바일 단말기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장소의 정보를 얻고, 분석할 수도 있게 되지요. 나아가 영상 분석 기술은 '디지털 세계'에 동일한 세계를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으로 진화 중입니다.
- 동굴에서 GPS가 차단돼도 자체적으로 활동 가능한 AI 드론이 나타났습니다. 아무리 깊숙한 지하에 숨어 있어도, 드론이 소리 없이 다가온다면 꽤나 무서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투기에도 AI 파일럿을 탑재하는 연구개발이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는 법, 다수의 드론을 강력한 고출력 전자파로 무력화하는 제품의 개발도 추진 중입니다.
- 상용 SW 인프라를 이용하여 군 전투시스템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시스템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군 장비의 SW를 테슬라 차량처럼 업데이트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주쓰레기 제거를 위한 다양한 우주기술도 속속 성과를 내고 있지요. 그 기술이 과연 위성쓰레기만 제거할지에 대해서는 호기심도 일어납니다.
- 이외에도 광범위한 지역을 지켜보는 무인감시체계, 잠수함 임무의 일부를 대체할 수중 드론 등 정말 많은 것이 진행 중입니다.
언론 등에 공개된 아주 일부의 변화지만... 마치 SF 영화 같습니다. 무섭기도 합니다.
사실 이러한 변화가 무서운 이유는 단지 '기술'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국방 혁신 생태계가 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과감한 변화를 '가능한 선'에서 수용할 자세를 갖춘 군
2. 그러한 변화를 책임지고, 또한 주도하는 '군 혁신 기관'
3. 군과 소통하면서도 혁신기술 주체들과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체계 업체'
4. 복잡한 절차와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트업과 기술혁신 회사들
이들의 생태계가 갖춰지는 느낌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첨단 상용 기술을 국방 분야에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국방혁신단(DIU, Defense Innovation Unit)이 실리콘밸리 중심에 자리 잡았습니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요. 우리 군도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통해 한국형 DIU를 설립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간이 참여하는 국방 혁신 생태계는 왜 필요할까요?
일방적인 정부 주관의 혁신은 예산이 줄고, 담당자가 바뀌면 축소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민수 분야에서 주도하는 혁신은 과감하고 빠릅니다. 복잡한 규정과 절차에 비교적 덜 얽매이기 때문이지요. 혁신의 성과가 확인되면 더 큰 투자자와 시장이 생기고, 생태계는 더 정교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픈 AI와의 결합은 이미 '빅뱅'과도 같은 변화를 몰고 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대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어찌 보면 방위산업 분야의 새로운 변화, 거대한 혁신의 시대를 '목도'하는 것 같아 가슴이 뛰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SF 소설을 읽으며 했던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물론 우리도 추이를 지켜보며 단단히 대비를 해야겠죠. 하지만 군, 유관기관은 물론 민수 인프라가 탄탄한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에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틈나는 대로 지금부터라도 소소한 제 생각들을 기록해 볼 생각입니다.
#K방산시대 #SF보다더극적인시대가온다 #오픈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