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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함대의 서막, 대형급 이상 무인잠수정 그리고 어뢰

미 국방혁신단의 과제, "대형 무인잠수정 개발 위한 상용 솔루션을 제시"

by 방산톡톡

['유령함대'의 본격적인 서막, 대형급 이상 무인잠수정 그리고 어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최근 美 국방혁신단(DIU, Defense Innovation Unit) 홈페이지에 흥미로운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대형급 무인잠수정(LDUUV)의 개발 및 검증을 위해 첨단 상업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DIU는 美 해군이 전략적 자산인 유인잠수함을 없이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장거리 수중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렇기에 △광범위한 수중 해역에서의 임무 수행 △안정적인 탑재용량의 확보 △지속가능한 확장성 △ 높은 '가성비'의 확보가 가능한 '무인 자율 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잠수함 전력을 보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고 있습니다. 상용 분야에서 성능이 입증된 민간 솔루션을 과감하고 빠르게 도입, 평가, 검증하겠다는 것이지요.


관심이 있는 회사는 은밀하게 장거리 목표물을 자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상용 솔루션을 제안하면 됩니다. 모듈성, 페이로드 공간, 개방형 아키텍처와 함께 해군의 무인잠수정(UUV) 시스템 제품군과 함께 작동할 수 있는 기능은 물론 전체 시스템의 자율적 측면을 제어할 수 있는 센서, 통신 기능 및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군사 작전 고유의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지 및 하강, 웨이포인트 탐색 및 장애물 회피, 페이로드 전달, ISR 임무 등의 수행이 가능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개방형 아키텍처를 적용해 새로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능 등이 출시될 때 이를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특별한 처리 장비 없이 투입 및 회수가 가능해야 합니다. 상세한 내용은 DIU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출은 현지 시각 기준으로 2023년 7월 28일 23시 59분 59초입니다. 관심 있으신 회사에서는 지원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세계 각국의 대형 및 초대형 무인잠수정.jpg

[세계 각국의 대형 및 초대형 무인잠수정]


이미 전 세계 군사강국에서 앞다투어 대형급 이상의 무인잠수정 개발에 나선 지 오랜 상황입니다. 미국은 다양한 무인잠수정 개발을 장기간 추진해 왔음에도, DIU까지 나선 것은 해양 무인체계의 확보가 더없이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임을 상징하는 사건입니다. 이미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경쟁과 인구절벽에 대응하고자 거대 '유령함대'와 초거대 무인잠수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호주도 수중 무인 전력 확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언급했고, 초가성비 무인잠수정이 출현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질문! 미 해군이 왜 이렇게 대형 및 초대형 무인잠수정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상식적으로는 작은 무인잠수정이 더 저렴하고, 가성비도 높을 텐데요.


정답은 원양작전능력 및 임무 수행 역량 때문입니다. 크고 넓은 적재 공간을 통해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장비와 무기체계를 탑재할 수 있으며, 작전반경과 잠항 심도, 수중작전능력 역시 기타 무인잠수정과는 비교불가라고 볼 수 있지요. 결국 원양작전 수행이 가능한 유령함대의 완성을 위해서는 '대형급' 이상의 무인잠수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임무수행이 가능한 첨단 무인잠수정인만큼 '공격' 및 '방어'를 위한 수단, 즉 '어뢰'가 필수 요소가 될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당연히 유령함대의 한 축을 이룰 무인수상정과 무인항공기에도 '어뢰'는 필요하겠죠?


그러면 최근 소식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2022년 마이크 美 해군총장이 유무인 전력이 포함된 500척 규모의 '유령함대'가 미래 해군의 청사진임을 명확히 선언했어요.

#요구 성능이 크게 증가하며, 현재 개발 중인 무인잠수정의 크기도 더욱 커지고 있어요. 미국은 길이 26m, 중량 80톤의 초거대 무인잠수정 '오르카'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호주의 국방전략검토보고서에서 확보해야 할 핵심역량의 첫 항목으로 'ISR 및 타격 임무가 가능한 유무인 수중 무기체계'가 등장했어요. 이에 앞서, 美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이 지난해 12월 호주 군에 첫 XL-AUV급 무인잠수정 시제품 'Ghost Shark'를 납품합니다.

#프랑스의 로봇/해양장비 전문회사 'SEABER'가 지난 5월 기뢰탐색 및 식별이 가능한 micro AUV(Autonomous Under Vehicle, 자율무인잠수정)을 선보였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도입 비용은 10만 유로(약 1.4억 원) 이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지난 6월 MADEX 2023에서 소개된 전투용 무인잠수정 컨셉에 어뢰발사관이 포함됐어요. 무인잠수정이 대형화되며 '공격' 및 '방어' 수단인 어뢰가 필수적인 솔루션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 해양 전장환경의 새로운 주역 '유령함대' 그리고 초거대 무인잠수정 '오르카'


미 해군이 수중에서 사용하는 기뢰, 무인잠수정, 어뢰들.jpg

[미 해군이 운용 중인 기뢰, 무인잠수정, 어뢰들]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미 해군은 무인잠수정, 무인수상정, 무인항공기 등을 중심으로 '유령함대'를 적극 양성한다는 계획이에요. 센서와 무장이 탑재된 다수의 해양무인체계에 AI, 기계학습 등 신기술을 적용하고, 네트워킹으로 통합하면서도, 탐지가 어렵도록 분산하여, 전장을 압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2020년 10월 美 에스퍼 국방장관이 '해양무인체계 140~240'척을 포함한 '500척 함대' 개념을 발표한데 이어, 2022년 2월 마이클 길데이 美 해군총장 또한 무인전력 150척이 포함된 500척 함대가 미래 해군의 청사진임을 분명히 합니다. 바로 '유령함대'의 시대가 목전에 다가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특별히 주목할 존재는 美 해군이 야심적으로 개발 중인 초거대 무인잠수정 '오르카'입니다.


지난 4월 미 의회에서 진행된 해군 청문회에서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참모총장이 "현재 개발 중인 대형 무인잠수정이 미래 해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깜짝 발언을 합니다. 바로 보잉사가 개발 중인 오르카(Orca, 범고래)를 언급한 것입니다. 수중에서는 배터리로,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에는 디젤 발전기를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오르카는 길이 26m, 최대 속도는 8노트(15㎞/h), 순항 속도는 약 3노트(5.6㎞/h) 내외이며 자율 항해 기술을 활용해 최대 행동반경 6500해리(약 1만 2000㎞)에서 3개월 이상 단독작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시험평가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총 9척의 건조 및 전력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오르카는 감시정찰 임무는 물론, 향후 어뢰 및 폭뢰 공격 등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전에 대비하기 위해 미 해군은 2023년부터 초대형급 무인잠수정으로 분류되는 오르카(Extra Large Unmanned Undersea Vehicle·XLUUV)를 2척씩 실천 배치할 계획이며, 2045년까지 총 50척 이상의 XLUUV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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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급 무인잠수정 오르카의 컨셉 이미지]


■ "ISR 및 타격 임무가 가능한 유무인 수중 무기체계를 확보하라", 호주 국방전략의 대선회 그리고 안두릴


글로벌 추세에 호응하듯 2023년 4월 호주의 국방전략검토보고서의 첫 항목으로 'ISR 및 타격 임무가 가능한 유무인 수중 무기체계'가 등장합니다. 거대한 인도-태평양 해역이 더 이상 안전장벽이 아닌, 새로운 전장이 될 것을 예견한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호주는 미국, 영국과 함께 군사동맹 오커스(AUKUS)의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한 발 앞서 과감하게 美 방산 스타트업이 바로 '안두릴'입니다. 안두릴은 무인잠수정과 관련해 별다른 실적이 없음에도 2022년 호주에 현지법인 'Anduril Australia'를 설립하고, 같은 해 5월 호주 해군과 3년간 3기의 XL-AUV(Extra Large Autonomous Undersea Vehicles) 프로토타입을 납품하기 위한 1억 달러 규모의 상업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합니다. 이후 2022년 12월 계획보다 3개월 앞서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납품하지요. ‘Ghost Shark’로 명명된 5.8m 길이의 무인잠상정 본체는 3D 프린팅으로 제작됐으며, 최대 6,000m 해저에서 10일간 감시정찰, 표적조사, 지형탐색 등의 임무 수행이 가능합니다.


안두릴의 추진속도 하나는 정말 전광석회 같죠? 앞으로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또는 협력해야 할 회사들이기도 합니다.


안두릴 호주지사가 선보인 고스트 샤크.jpg

[안두릴에서 선보인 무인잠수정 'Ghost Shark']


■ 초저가 상용 무인잠수정의 출현


최근 프랑스의 로봇/해양장비 전문회사 'SEABER'가 기뢰탐색 및 식별이 가능한 초저가 micro AUV(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자율무인잠수정)을 선보였습니다. 동급 제품 중 최저 중량인 10kg에 불과한 micro AUV는 6노트로 이동할 수 있는데, 놀랍게도 도입 비용은 10만 유로(약 1.4억 원) 이하라고 합니다.


SEABER의 micro AUV는 실제 군 훈련에서 검증을 완료하며 성능을 입증했다고 하는데요. 초소형이기는 하지만, 높은 가성비와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상용 무인시스템은, 향후 방위산업의 근본적으로 지형을 바꾸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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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BER이 선보인 micro AUV 개념도]


■ '어뢰발사관'을 탑재한 전투용 무인잠수정 컨셉의 '등장' - 유령함대의 새로운 주인공 '어뢰'


국내에서도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에 기반한 한국형 유령함대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6월 개최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도 2기의 어뢰발사관을 탑재한 전투 무인잠수정 컨셉이 소개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현재까지 무인잠수정은 감시정찰 및 기뢰제거 등의 임무를 주로 수행했지만, 플랫폼이 대형화/첨단화될수록, 스스로를 방어하고 상대방은 은밀히 타격할 '공격수단'의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뢰'를 중심으로 초거대 군집 무인체계 및 수중, 수상, 공중 드론에 최적화된 다양한 '타격 수단'에 대한 개발 수요도 본격화될 것입니다. 나아가 AI 및 ML 역량을 기본으로 해양 드론/어뢰/기뢰의 융복합이 이뤄지며 新 개념 무기체계의 탄생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LIG넥스원이 개발 중인 신형 경어뢰(경어뢰-II) 개념도]


다행스러운 사실은 대한민국이 경어뢰 '청상어', 중어뢰-II '범상어'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장거리 대잠어뢰 '홍상어'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어뢰 개발/양산 기술역량과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AI/빅데이터/해양기술 등의 분야와 과감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한다면, 플랫폼 이동의 격변기라는 '위기'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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