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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Sep 06. 2023

글로벌 100대 방산기업 리스트 발표

"잡느냐 잡히느냐", AI 혁신기업과 극가성비 추격자의 출현

[글로벌 100대 방산기업 리스트 발표 : "잡느냐 잡히느냐", AI 혁신기업과 극가성비 추격자의 출현]


[AI가 그린 '글로벌 100대 방산기업' 개념도] 


지난 8월 美 국방 전문매체 디펜스뉴스(Defense News)에서 ‘23년 100대 방산기업 리스트를 발표했습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발행하는 정기 보고서와 더불어 글로벌 방산 기업들의 서열 및 동향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자료입니다. 국내 다수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기사화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반가운 소식은 K-방산의 ‘약진’입니다.   


‘22년 방산 부문 매출 기준으로 LIG넥스원이 52위(지난해 62위), 한화(방산부문 합산) 26위(지난해 30위), 한국항공우주산업이 56위(지난해 59위)를 차지하며 큰 폭으로 순위가 올랐습니다. 언론 보도의 주제도 대부분 국내 방산업체들의 ‘선전(善戰)’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기에는 이릅니다. 록히드마틴, RTX(레이시온), 노스롭 그루먼 등 글로벌 체계종합업체들이 ‘최상위권’을 견고하게 사수하고 있지만, 중/하위 그룹의 변화가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가성비를 내세운 추격자와 미래 기술 분야에서 신흥 강자가 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성장한 만큼 이제 100대 기업 리스트의 행간에 드러난 글로벌 업계 및 시장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선 이슬람 국가들을 잠재적 시장으로 삼고,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군으로 K-방산을 바짝 추적 중인 튀르키예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무인, 우주, 초음속 등 혁신기술을 보유한 회사들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AI가 조종하는 무인기 XQ-58A ‘발키리’를 개발 중인 크라토스(Kratos)가 대표적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기존 시장에 대한 맹렬한 도전을 따돌리면서, 새로운 혁신기업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美 국방 전문매체 Defense News에서 발표한 ‘23년 100대 방산기업 리스트] 


그러면 추격자와 신흥 기술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튀르키예가 가성비에 기술력을 더했습니다. 5세대 전투기 ‘TF칸’이 새로운 수출 무기입니다.

#크라토스, 에어로바이런먼트 등 혁신업체의 성장세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AI 파일럿은 전자전 공격은, 부족한 인력과 비용 문제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실드 AI’, ‘안두릴’과 같은 혁신 기업들의 전성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에서도 ‘Tech-Push’형 국방 R&D 정책을 통해, 방산 패러다임 전환을 대비 중입니다.  


■ “높은 가성비와 빠른 개발 프로세스” : 뛰는 ‘K-방산’, 추격하는 ‘T-방산’ 


100대 방산기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미국(55개)입니다. 이외에 프랑스(6개), 영국(5개), 중국(4개), 독일(4개), 튀르키예(4개), 한국(3개), 이스라엘(3개), 중국(3개) 등의 순으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이중 가장 주목할 만한 국가가 튀르키예입니다. 튀르키예의 100대 방산기업은 지난해 3개사에서 올해 아셀산(49위), TAI(67위), 로켓산(86위), ASFAT(100위) 4개사로 늘었습니다.  


[튀르키예의 100대 방산업체 : 아셀산, TAI, 로켓산, ASFAT] 


스톡홀름 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2018~2022 기준으로 전 세계 12위의 방산 수출국입니다. 같은 기간 한국은 9위를 기록했지요. 


그런데 여기서 질문! K-방산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부분 답변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높은 가성비와 빠른 개발 프로세스지요. 튀르키예도 유사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합니다.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빠르게, 더 대량으로 양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크라戰에서 크게 활약한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가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전차·헬기·훈련기·함정 등도 주요 수출 제품입니다. F-16 업그레이드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등 수준급의 항전 장비 및 체계 통합 역량도 갖췄습니다. 그만큼 성장세도 가파릅니다. 튀르키예 방위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4억 달러를 기록했던 방산수출은 올해 6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이 정도면 ‘T-방산’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앞으로, ‘T-방산’은 항공우주 등의 분야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TAI(Turkish Aerospace Industries)가 개발 중인 5세대 전투기 TF칸의 존재 때문입니다. 2029년까지 전력화를 추진 중인 TF칸은 아제르바이잔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역학 구도로 F-35 등 미국의 5세대 전투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우디 및 UAE 등도 물론입니다.  


이미 전차, 무인기 등의 분야에서 폭넓은 수출경험을 쌓아온 튀르키예가 최신 항공기 및 항전장비까지 사업범위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면, K-방산과 중첩되는 영역은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튀르키예와의 경쟁과 협력은 국내 방산업계의 또다른 고민이 될 것입니다. 


[튀르키예 TAI사가 개발 중인 첫 국산 전투기 ‘TF칸’] 


■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신흥 기술강자의 비상 : ‘AI 파일럿’ 개발회사 크라토스(Kratos) 


100대 기업 리스트에 새롭게 순위에 진입한 11개社 중 상당수가 우주/항공/무인기에 탑재되는 솔루션 및 핵심 부품 개발사라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회사는 AI 무인기 XQ-58A ‘발키리’ 개발에 참여 중인 Kratos Defense and Security Solutions(이하 크라토스)입니다.  


크라스토는 지난해 6억 2,3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88위를 차지했습니다. 무인 분야 기술발전과 수요 증가에 힘입어 무인시스템 부문의 매출은 2018년 이후 67% 성장, 현재 약 2억 2,200만 달러에 달합니다. 


[크라토스 무인시스템 부문 매출 추이] 


AI 무인기는 전세계에서 경쟁적으로 연구 중인 분야인 만큼 깊이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美 공군은 자율비행 및 전투능력을 갖춘 AI 무인기의 조기 운용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는 스카이보그(Skyborg)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새로운 무인기는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AI 통제를 기반으로 조종사가 지시하는 명령을 수행하는 한편 △타 항공기와 공동작전이 가능해야 합니다. 또한 정교한 센서들을 기반으로 전방을 정찰하고, 고도의 정확성과 반사능력으로 표적과 교전하여, 유인전투기를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AI 무인기의 가장 유력한 후보가 바로 크라토스가 개발 중인 ‘XQ-58A’ 발키리입니다.  


[‘XQ-58A’ 발키리의 이륙 모습] 


‘XQ-58A’ 발키리는 길이 8.8m, 폭 6.7m에 최대 속도는 마하 0.85(1,050㎞/h)입니다. 최대 항속거리는 3,941km, 상승고도는 1만 3,715m로 알려졌으며,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성능은 물론 공대공, 공대지 공격 능력도 갖췄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완전 자율로 이·착륙이 가능한 것은 물론 다른 항공기 또는 지형지물을 회피하고 악천후에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AI 기반 자율 임무 수행을 기본으로 하지만 필요시 원격제어가 가능하고, 임무형 모듈(Module) 설계를 통해 간단한 장비교체만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 공군은 유인 전투기가 담당해온 윙맨 포지션을 ‘AI 파일럿’으로 대체하면 더욱 빠르고 다양한 작전 수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F-22, F-35와 함께 비행 중인 발키리]   


■ 전자전 공격의 극복부터 가성비에 이르기까지, AI 파일럿의 무한한 가능성  


우크라戰은 전자전 장비의 위력이 입증된 현장이기도 합니다. 러시아軍의 전자전 공격에 우크라軍은  월 1만대 규모의 드론 손실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신과 GPS를 교란하는 전자전 공격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존재가 바로 AI입니다. AI가 제어하는 무인기는, 통신 및 GPS가 교란되어도 자율적으로 작전 및 동작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크라토스도 발키리가 전자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AI 파일럿의 통제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美 공군이 발키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비용’ 입니다. 방산업계는 연간 50대 생산시, 대당 가격은 약 400만 달러(53억 원) 수준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F-35의 대당 가격이 약 8,000만 달러(1,060억 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군은 가격을 더 낮출 계획인 것 같습니다. 유인 항공기와 협력해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 1~2천대를 대당 300만 달러(약 40억 원)에 생산한다는 계획이지요. 지난 7월 25일 美 공군연구소가 약 3시간에 걸쳐 AI 알고리즘이 조종하는 발키리의 최초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높은 가성비는 물론 GPS 교란에도 끄떡없는 대규모 AI 파일럿 군단이 전력화되면, 전장을 수행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발키리 개발사인 크라토스는 물론, 제너럴 아토믹스, 보잉, 실드AI, 안두릴 등 여러 기업이 차세대 드론과 이에 탑재될 AI 프로그램 선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하니, 추이를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AI 파일럿 개발에 참여 중인 실드 AI의 ‘V-BAT’ 드론]

 

■ “플랫폼에서 솔루션의 시대로”, 따라잡을 것인가, 따라잡힐 것인가! 


앞으로 글로벌 방위산업의 주요 테마는 AI/무인기/항공우주가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보잉, 벨, 노스롭 그루먼에 초음속, 무인기, 차세대 항공기 및 우주 분야에 사용되는 주요 구성품을 납품해온 Spirit AeroSystems는 지난해 대비 11% 성장한 6억 5,000만 달러의 실적을 거두며 올해 86위를 기록했습니다. 100대 기업에는 들지 못했지만 스위치 블레이드를 제작한 에어로 바이런먼트도 우크라戰에서의 성과에 힘입어 전년 대비 8% 증가한 2억 9,400만 달러 규모의 방산 매출을 거두었어요.  


전문가들은 비전통적인 혁신기업의 참여 확대 및 육성을 위한 美 정부의 정책이 본격화되며 실드 AI와 안두릴과 같은 기술 중심 기업들도 빠른 시일내 100대 기업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우크라戰에서 활약한 에어로바이런먼트의 ‘스위치 블레이드’] 


지금까지는 전차, 항공기, 항공모함, 잠수함을 비롯한 거대 플랫폼이 전장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戰에서 AI, 무인 분야를 중심으로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가볍고 유연한 솔루션들이 큰 위력을 발휘하며 글로벌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무기고’라는 칭호에 만족하며 기존 시장에 머물지,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성능’과 ‘비용’을 트레이드 오프(Trade-Off)의 관계로 인식합니다. 한 쪽을 강화하려고 하면 다른 한 축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사업/기술 환경에서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혁신이 일어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초연결/초융합/초지능으로 대표되는 혁신 솔루션과 첨단 상업기술의 도입이 본격화되며 비용은 낮추면서도 성능은 높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실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합동작전(CCA)에 특화된 AI 무인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 軍도 ‘솔루션’ 중심 기술환경의 도래를 준비 중입니다. 기술로부터 소요를 창출하는 ‘Tech-Push형’ 국방R&D 정책이 그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 성실수행을 인정받은 경우 연구개발 실패에 따른 참여제한 기간과 사업비 환수액을 100%까지 감면·완화할 수 있도록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 업무처리 지침’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을 통해 ①인공지능 ②유·무인자율 ③양자 ④우주 ⑤에너지 ⑥첨단소재 ⑦사이버·네트워크 ⑧센서·전자전 ⑨추진 ⑩WMD 대응을 국방전략기술 10대 분야로 지정하고, 세부 로드맵을 수립·실천 중에 있습니다.  


지난 2월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이 공동으로 개최한 방위산업발전협의회에서도 민‧군 협력으로 미래첨단기술 중심의 도전적인 R&D를 대폭 확대하고 방위산업 경쟁력의 기반을 우주까지 확장하는 동시에, 민간이 주도하고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잡히는 자’가 아닌 ‘주도하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를 선택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사실에 군/산/학/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정책과 제도는 국내외 사업환경의 크고 작은 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방위산업 패러다임의 격변기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어갈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윈스턴 처칠 全 영국 총리가 남긴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Kites rise highest against the wind, not with i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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