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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s Sep 15. 2019

기업의 니즈를 중심으로 본 90년대생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리뷰

세대론이 가지는 한계 

우리 사회에서 세대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386세대’부터 일 것이다. 나도 386세대에 속하지만, 386세대란 호명은 상당히 위계적·폭력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60년대생이라고 모두 386세대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60대생 대부분은 대학이라는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80년 대학진학률은 23.7%이다. 따라서 ‘386’은 60년대생 전체를 대변하지 않을 뿐더러 많은 사람을 배제시킨다. 그럼에도 386은 민주화라는 정치적 경험을 하는 세대를 가로지르는 특징의 하나를 표현해준다.       


이렇게 세대론은 일반화의 오류를 포함하고 있으며,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특정 계급과 계층을 소외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대론의 책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세대간 격차가 기성세대들이 경험했던 격차보다 크고, 난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세대간 차이가 사회의 불안을 표현하는 하나의 축이 되었기 때문이다.      


‘90년생이 온다’도 세대론이 갖고 있는 한계, 일반화의 오류가 만들어내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90년생이 온다’는 다른 세대론 책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의 ‘88만원세대’, 일본의 ‘하류지향’, 프랑스의 ‘천유로세대’ 등과 비교할 때, 사회비판적 시각이 약하다. 또한 90년대생을 N포세대 등으로 보는 자조적·비관적인 태도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기업의 니즈를 중심으로 본 90년대생

‘90년생이 온다’ 책의 장점은 90년대생에 대한 정리가 쉽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제목을 많이 배치하여 카드 뉴스를 보는 듯하다. 이러한 단순성은 책의 주 독자층,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가와 연관되어 있다. 기업을 위한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직장 새내기 또는 새로운 소비자층을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기업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이런 필요에 근거해서인지 각 장마다 다른 어조,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1장은 90년생이 출현하게 된 객관적·구조적 변화를 설명한다. 산업구조의 변화, 고용형태의 변화, 일상생활과 IT 접근성 강화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90년생의 특징을 서술한다. 그런데 2부와 3부는 다른 포지션을 보인다. 

2부와 3부는 객관적 배경 분석과 달리 개별기업으로 범주가 협소화되면서 90년대생이 처한 객관적 환경과 조건,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기업적 대안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기업 중심의 분석은 출발부터 일반 독자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책은 ‘9급 공무원 세대’를 이해 못하는 꼰대, 즉 90년대생을 진취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기성세대가 90년대생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기성세대란 누구인가? 기성세대와 90년생을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보면 어떨까. 부모들이 유산자 계급, 엘리트 계층이 아닌 보통 서민 부모들이라면 자신들의 자식이 공무원이 되길 바란다.  따라서 그들의 90년대생의 직업관은 부모의 직업관과 다르지 않다. 공무원 취업은 90년생만이 아니라 온 세대를 어우르는 가족의 바람이다.      


그렇다면 책에서 말하는 9급 공시준비생을 비판하는 기성세대란 어떤 계층인가? 이는 저자의 직업과 관련하여 보면 기업 안에서의 기성세대를 말한다. 즉 일정 중간 간부 이상의 직책을 가진 세대이다. 이렇게 ‘세대’를 조금 더 구체화하면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저자는 기업을 사회 성장의 진취적 동력으로 본다. 따라서 성장동력인 기업의 일원으로 새세대를 수용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독자의 주 대상이 기업이라고 책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주 독자를 겨냥하여 객관적으로 서술된다면 책은 일차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왜 읽는가?. 기업과 연관성도, 어떤 조직에 소속도 되어 있지 않다. 90년생과 함께 하는 환경에 있지도 않는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직접적·구체적 연관성은 없으나, 이 책을 통하여 달라진 세대, 달라진 시류를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21세기 고용변화가 90년대생의 요구? 

그렇다면 이 책은 90년대생을 잘 분석하고 있는가? 책은 90년대생의 특징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간단함, 병맛, 솔직함’이다. 저자는 이중 솔직함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솔직함에 대하여 이색적으로 정의한다. “90년대생의 정직함은 기존세대의 정직함과는 성격이 다르다. honesty와 다르다. 나누지 않고 완전함이란 뜻의 integrity에 가깝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히 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90년대생은 거시적인 차원뿐만이 아니라 미시적인 차원에서도 정직함과 공정성을 강하게 요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세대와 비교하면 전방위적인 문제의식을 가진 세대이고, 미시적 일상 변화에도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저자는 90년대생이 이런 솔직함에 의해서 기업의 수직적 조직문화와 잘 융합하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소비자의 위치에 있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솔직함을 기반으로 한 90년대생 소비자의 직접적·적극적 행동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각종 불매운동을 예시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직장인의 특징으로 연결되는데, 90년대생은 회사나 팀 충성심이 약하고 자신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워라벨을 중요시하고, 실용적이라고 평가한다. 앞선 완전함 (integrity)라는 특징에서 본다면, 회사나 팀보다는 자신에 대한 가치를 우선시한다는 점이 완전무결한 완전함 추구와 동일한 것인지 의심이 된다. 어쨌든 저자는 이러한 90년대생 직장인의 특징을 기반으로 고용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고용방식은 어떤 것인가?        

저자는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채용방식으로’ 라는 소제목하에 실리콘 밸리의 고용전문가의 말을 인용한다. “직장은 가족이 아닌 스포츠처럼 운영해야 합니다. 한번 고용관계가 맺어지면 평생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포지션에 필요한 최고의 선수들을 깔아 끼우는 식으로 노사관계가 바뀌어갈 것입니다.” 즉 마치 프로축구팀처럼 전략보강에 필요한 선수와 2-4년 동안 계약하듯, 회사와 개인 간의 단기 고용계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설명은 90년대생이 스스로 고용의 유연화를 요구하는 꼴로 만들어버린다. 이것은 90년대생이 공시에 몰입하는 이유와 배치된다. 90년대생이 공시에 몰리는 현상은 우선 직장의 안정성 때문이다. 공무원 세계의 조직문화가 기업보다 더 유연해서가 아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책을 청와대 직원들에게 추천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이 책은 고용의 유연화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새로운 세대에 적합한 직원관리 방식으로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조직문화의 변화, 수평적 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90년대생의 긍정적 특징이 기업의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고용불안 하에서 진정한 수평적 조직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새로운 세대론 필요    

내가 개인적으로 세대의 차이를 실감한 때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상징되는 밀레니얼 세대가 시작되었을 때였다. 인식의 차이 이전에 생활의 차이가 먼저 왔다. 생활이 변화했고, 의식이 변화했다. 이제는 세대를 설명하는 책을 통하여 세대를 이해해야 할 정도로 세대간 의식 및 생활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세대를 이해하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기업이다. 기업과 시장은 새로운 세대를 생산해내고, 또 새로운 세대의 변화된 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본 책은 그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0년대생이 사회로 진출하는 때가 오면 세상의 변화속도는 더 빨라지고 세대간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90년생이 온다’는 시장의 관점을 벗어나서,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세대를 이해하는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시장 중심이 아닌 대안을 고민하는 세대론이 필요하다. 계급과 계층적 연관성을 가지고 새로운 세대론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세대의 일반적 특징으로 수렴되지 않는, 비주류의 소수자의 목소리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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