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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레테 Dec 30. 2020

신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벌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합니다.



2021년이 딱 3일 남았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100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고 했는데, 100시간은 커녕 이제 50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올 한 해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해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특별한 무언가를 했냐고 물었냐면 그건 잘 모르겠다. 벌려놓은 일은 많은데 결과는 시원찮다. 

일전에 미니멀리즘 바람이 불면서 "비우는 삶"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한창 유행에 대해, 나는 멕시멈 체질이기 때문에 비우는 삶이 대해 딱히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해가 지나간 시점에 다시 한번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새로운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비워야 한다는 걸.

손에 가득 움켜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 연간 검색어로 '풍수 인테리어', '금전운 들어오는 법'과 같은 검색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니 집안의 묵은 때를 다 벗겨내고, 인테리어 가구도 재배치해보고, 나름대로 기분전환을 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한 해는 어제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바라면서.

특히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너무 고되고 유독 추운 한 해인 듯싶다.


다시 돌아와서, 신년을 맞이하면 우리가 늘 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새해 목표 세우기. 어떤 사람은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추가해서 경제적 자유의 삶을 꿈꾸거나 책을 출간하거나 유튜브 스타가 된다거나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울 텐데, 재무적으로 뭔가 더 나은 삶을 살려면 마찬가지로 내 주변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이 유행했던 '비움'이 목적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재고 파악'을 통한 '비움'이 목적이다. 



신년을 앞두고 한 해동안 사용했던 지출습관을 점검하거나 재무목표를 세워야 하는 것들도 많지만,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앞으로 사야 하거나 사지 말아야 할 물건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경우라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화장품이나 교재(서적), 장난감이나 의류 정도로 한정할 수 있지만 만일 자취를 하거나 결혼을 해서 살림을 차리고 있다면 집에서 사용하는 생필품 재고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할 수 있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나 힐인 시즌에 쟁여두었던 1+1 상품이나 대량 구매로 사둔 물건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그 첫걸음이라 생각하면 쉽다.


회계를 공부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모든 기업에서는 연말에 전체적으로 재고조사를 진행한다. 다만, 현재 보유 중인 재고의 현재가치를 평가해서 (+) 혹은 (-) 평가로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현 가치 기준으로 평가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 재고 파악을 통해 앞으로 추가적으로 구매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다를 뿐이다.


예를 들어 1+1으로 폼클렌징 폼을 구매했던 제품을 찾아냈다면, 클렌징 폼 1개로 1분기 동안 사용한다 가정할 때 3개월 치의 클렌징 폼 값을 절약할 수 있다. 생필품은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제품 들인 만큼 매달, 혹은 매년 어느 정도 비용이 나갈 수 있는지 가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확하진 않더라도 내가 최소한 가계를 꾸려가는 데 있어 고정비로 지출될 수 있는 비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에서도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본인이 보유한 자재와 재고보유량을 바탕으로 예산안을 작성하고, 이에 맞춰 구매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러한 재고관리에 대해 거부감이 덜해질 것이다. 내 손에 쥐고 있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추가적으로 같은 물건을 낭비하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최근에 <신박한 정리>라고 박나래와 신애라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김상아 PD에게 제시한 신애라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정리에 대한 기준과 꿀팁을 제시한다. 검은색, 노란색, 초록색 박스를 거실에 가져다 놓고 집안에 있는 물건을 기준에 따라 명확하게 분류한다. 값비싼 그릇도 예외는 없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정리정돈 프로그램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지저분해 보여요', '깨끗해 보여요'라고 일면적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간을 채우는 물건과 그 질서에는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가 남겨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정리정돈을 통해 나도 모르게 감추고 있던 삶의 상처를 찾아내고 다독여주는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무튼, 모든 회차를 통틀어 관통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있다. 결국 '버리기를 통한 비움'이다.


앞서 언급한 방식대로 재고를 파악했으면 이제는 버려야 한다. 

나는 올해 과감하게 화장품들을 정리했다. 정리하면서 보니 영양크림은 세 통이 나있었고, 쓰다만 헤어 오일은 6개나 되었다. 헬스장 사물함에 따로 비치해두었던 샴푸나 린스도 긁어보니 물량이 제법 된다. 이 정도 수준이면 1분기 생필품 가격은 거뜬히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찾아보면 집안 곳곳에 숨은 보물들(?)이 많다.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숨겨진 보물들을 발굴해보자. 새로운 계획을 짜는 것도 좋지만, 남은 이틀 동안 새로운 계획이 움틀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집안을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 남은 2020년 집콕하며 정리해보기 팁 ::


1. 안 쓰는 계좌 해지, 카드 정리

  '통합계좌정보관리 조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휴면계좌를 해지하거나 카드 포인트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2. 신용카드 해지와 신규 발급

신용카드 해지/신규 발급은 연말연초에 하는 게 좋다. 연말에는 연회비 환급 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유리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단,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가급적 권장하지 않는다. 필자도 주력으로 쓰는 신용카드는 1장만 남기고 대부분 정리했다.


3. 신년맞이 대청소와 재고목록 만들기

대청소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자. 안 쓰는 물건은 전부 버리거나 중고마켓으로 판매해서 쏠쏠하게 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 신년맞이로 내가 이번 주 내내 정리했던 4가지 집안 정리는 하단 개인 블로그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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