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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레테 Dec 07. 2020

저금리 시대라도 빚은 빨리 갚아야 한다

<매달 무조건 돈이 남는 예산의 기술> 책을 통해 배우는 돈 관리의 비밀



돈 모으기의 첫 출발점은 바로 내 수입과 지출내역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 즉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나 자신을 알라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 내 빚은 얼마인지..

자기반성 없이 돈 공부를 하겠다는 건 기초를 쌓지 않고 성벽을 짓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출 관리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 나의 내밀한 지출습관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끔 큰 맘먹고 카드내역서를 정리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한숨만 나온다. 나의 방종한 생활습관에 대해 뻔하게 붙는 수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식비를 많이 쓰니 이번 달에는 줄여야지. 아니 근데 나는 먹는 낙으로 사는데 이 정도도 못써? 남들은 이 정도는 쓴다고 한다던데. 구두는 새로 사야 했으니 피할 수 없는 지출이었어' 등등. 한 달 지출 내역에 대한 나름대로의 변명과 이유를 붙이고 나면 더 이상 지출에 대해 반성할 게 없다. 남는 건 처참한 내역의 고지서뿐이다. 월초에 부자가 될 것 같은 마음으로 세웠던 거창한 목표는 달성치 못한 지 오래이고, 남은 건 너덜너덜해진 마음뿐이니 더 지출관리를 안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돈은 말 그대로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텅장 상태가 계속될 뿐이다.



돈 관리의 핵심은 바로 '절제'이다. 그러나 무조건 절제만 하는 돈 관리는 반드시 실패로 이어진다(우리가 끊임없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와 똑같다). 특히 나 같은 경우, 월초에 세운 계획대로 제대로 지출을 통제하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를 매우 심하게 받았다. 예를 들면 옷 비용을 줄이려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 비용이 과다 지출되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돈 관리의 의욕이 심하게 저하되기도 했다.


이런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돈을 관리하는 방법에 '유연함'을 가미한 방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늘 돈 관리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책은 바로 <매달 무조건 돈이 남는 예산의 기술>이라는 책이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예산을 설정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예산 내에서 비용을 지출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바로 "가계부는 현실의 삶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무조건 줄이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설사 계획보다 많은 지출을 한다 하더라도 돈 관리의 실패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재조정 문제로 인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회사 생활로 따진다면,  부서에 할당된 예산안에서 비용을 쓰는 것과 동일하게 큰 틀에서 기준을 정하고 그 안에서의 사용금액은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자율성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책의 지침은 내게 많은 방향을 제시해주었고, 실제로 몇 가지는 내가 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직장인들은 지출 항목 하나하나를 따지면서 세세하게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돈 관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발췌해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네 가지 원칙을 통해 돈 관리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에 대해 설명하는데,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빚'에 대한 내용을 먼저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이 부분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매우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꼭 한 번쯤은 소개해주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빚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저자는 별도의 챕터(제7장)를 통해 빚에 관련된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빚의 가장 큰 문제는 현금흐름을 제한해 자신의 우선순위에 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긍정적인 기능의 빚은 있다. 심지어 이런 저금리 상황에서는 빚을 오히려 갚는 게 손해이며 빚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투자를 하라는 레버리지*를 설명하는 책이 최근 시대의 트렌드이다.


여기서 레버리지(Leverage)란, 영어로 지렛대를 의미한다. 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 즉 자기 자본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타인으로부터 조달한 자본(타인자본)을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남한테 9천 원을 꾸고 내 돈 천 원만 투자해서 만 원짜리 물건을 산 다음, 만 오천 원에 파는 사례를 생각하면 쉽다. 남한테 돈을 빌리지 않는다면 나는 천 원짜리 물건만 살 수 있지만(언감생심 만 원짜리 물건은 사지도 못할 테지만) 빚을 지게 되면 만 원짜리 물건을 살 수 있다. 심지어 이걸 만 오천 원에 팔면 수익이 오천 원이 남는데, 실제로 나는 천 원을 이용해서 오천 원을 벌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재테크 책들은 이런 레버지리 효과를 투자전략에 응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레버리지가 반대의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곤 한다. 앞서 설명한 사례에서 만 원짜리 물건이 오천 원짜리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물건을 팔면서 오천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그렇게 되면 내가 가진 돈 천원은 모두 없어질 뿐만 아니라 물건을 판 돈으로 남의 돈을 갚는다 하더라도 졸지에 4천 원의 손실을 그대로 떠 앉게 된다. 레버리지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자산가치의 흐름이 (-)로 작용하게 되면 그 영향도 어마어마하게 커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빚을 만들 때는 무조건 레버리지의 긍정적 효과를 믿지 말고 신중하게 빚을 만들 것인지를 판별해야 한다. 특히, 내가 만들 빚이 착한 빚인지 나쁜 빚인지를 판별해야 한다. 저자는 여기서 빚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간단히 제시한다. 빚을 내어서 사려는 대상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 높아지는가 혹은 떨어지는가를 기준으로 판별할 수 있는 것이다. 새 차를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 건 나쁜 빚이고, 대부분 공산품을 사기 위해지는 카드빚은 모두 나쁜 빚에 속한다. 그렇다면 부동산은 어떨까? 부동산 시장은 폭락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주거라는 가치의 측면에서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나쁜 빚이라 판단하긴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현금흐름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긍정적인 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빚은 무조건 갚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빚을 갚는데 돈을 전부 쏟아붓는 게 과연 답일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매달마다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할 비용들이 있다. 경조사, 공과금, 식비, 교통비나 부모님 용돈 등등. 빚을 갚는데 돈을 전부 쏟아붓게 되면 정작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없다. 결국 빚을 갚더라도 필요한 지출을 위해 또 다른 빚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라서 빚을 빨리 갚으려면 우선 속도를 늦춰야 한다. 


빚을 갚는데 올인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출 항목에 대해 여윳돈을 마련함과 동시에 조금씩 빚을 갚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2천 원의 여윳돈이 남는다면, 천원은 저축을 하고 천원은 대출금을 갚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저축으로 모아진 여윳돈은 예기치 못한 지출이 발생했을 때 나를 방어해 줄 수 있는 든든한 방어막이 될 수 있다. 또한 돈 관리로 팍팍해진 삶의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이 될 수도 있다. 모은 돈으로 소소하게 여행을 갔다 오는 등 자신이 장기적으로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그 외에 작은 빚부터 갚아서 빚의 종류를 줄이고, 빚을 만드는 습관(특히 카드 할부 사용 금지!)은 익히 다들 알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 이상 길게 설명하지 않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 하더라도 빚은 언젠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빚을 내는 것을 권장하는 트렌드라 할지라도, 우선순위를 위해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의 대출을 가져갈 것인지는 반드시 스스로 점검해서 되짚어봐야 한다. 


당신은 어떤 빚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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