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이름 정하기

멋져 보이고 싶어서

by ROASTHAUS

나는 콩을 볶아 파는 사람이다.


콩을 파는 사람은 이미 너무 많다.
그 안에서 잘 되려면, 분명히 뭔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뜻도 잘 모르는 영어 단어를 모으고,
좋다는 의미는 전부 끌어다 붙였다.
결과는
점점 알아듣기 어려워졌고, 방향은 산으로 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혼자 부여한 의미로, 과연 고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때부터 질문의 방향을 바꿨다.
이름을 만들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고객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 일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뜻 모를 영어를 다 빼고,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한글을 지우고,
멋있어 보인다는 서양의 감성까지 걷어내고 나니


남은 건 하나였다.

나는 그냥 콩을 볶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생각도 단순해졌다.
콩을 볶는 집에,
콩을 볶는 사람들을 하나씩 채워보자.

처음 떠올린 이름은 ‘콩 볶는 집’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왜 한글은 촌스럽게 느껴질까.

그래서 바꾼 이름이 ‘로스트하우스’였다.


하지만 여기서 영어 스펠링을 그대로 쓰는거 보다
또 괜히 더 멋을 부리고 싶었다.
그래서 ‘house’ 대신
독일식 표현인 ‘haus’를 가져왔다.

그렇게 찾아보니
독일을 포함한 북유럽의 정서는
나와 닮아 있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바우하우스의 이 말은
내가 이 일을 대하는 태도와도 잘 맞았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즐거운가, 행복한가, 왜 계속하고 싶은가.
수많은 질문 속에서
지금은 답을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열어두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한 이름이
ROASTHAUS.


딱 붙여 쓰니 조금 밋밋해서
R O A S T H A U S
이렇게 띄어 써봤다.


조금은 멋져진 것 같았다.


이렇게,
브랜드의 이름은 정해졌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