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세계관
슬로건을 만든다는 건
한두 문장으로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말을 정하는 일이다.
대부분은 이미 답처럼 굳어진 문장을 떠올린다.
나이키의 Just Do It,
애플의 Think Different.
이 문장들이 특별한 이유는
말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문장에 맞는 행동이 오랫동안 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우리는 이미 완성된 브랜드를 보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슬로건을 먼저 정한다.
지금의 나와
먼 미래의 문장이 어긋나 있으면
고객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슬로건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반복할 행동의 방향이어야 한다고.
좋은 대답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다시 나에게 묻는다.
어떻 행동의 모습을 쌓고 싶은가?
여러 단어가 머릿속을 지나가다
하나에서 멈췄다.
Stress.
바리스타로 일하던 시절 이야기다.
아침마다 커피 맛을 맞추려고
이것저것 손을 대다 보면
오픈 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다.
왜 안 맞을까.
뭐가 문제일까.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남 탓을 했다.
원두 업체 탓,
날씨 탓,
머신 탓,
사장 탓.
할 수 있는 탓은 다 했지만
내 탓은 하지 않았다.
로스터로 일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원두 업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바리스타가 받는 스트레스는
분명 줄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라인더는 대부분
시간을 기준으로 맞춰진다.
같은 시간에
같은 용량을 뽑으려면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
원두의 딱딱함,
즉 경도다.
로스팅이 매번 비슷하다면
이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커피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커피를 볶는 사람이고,
바리스타가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한 슬로건이 이것이다.
We work for less stress.
처음에는 No Stress였다.
하지만 확신이 없었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우리의 세계관은 만들어졌다.
말로 증명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달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