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아니라 행동
커피는 원래 우리 문화가 아니다.
그래서 커피를 팔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서양의 문화를 얼마나 가져올 것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국밥집을 열면서 프랑스풍 인테리어를 넣으면 어색하다.
반대로 브런치 매장을 호주 카페처럼 꾸미면 크게 이질감이 없다.
해외에 살았든,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왔든 그 분위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 ‘기억’을 소비한다.
나는 원두를 팔고 싶다. 한국적으로 해야 할까?
내가 동경하는 서양의 문화를 가져와야 할까?
여행을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이라면, 그 문화는 납득될까?
그럼 차라리 가까운 일본스럽게 갈까?
생각이 많아질수록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내적인 움직임’이다.
문화를 들여온다는 건 소품을 수입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방식과 태도를 이해하는 쪽에 가깝다.
예를 들어 일본을 떠올려보면, 왜 작은 공간에 익숙하고 모든 것이 ‘작게’ 만들어졌을까.
인구는 밀집되는데 주거 공간은 부족했고, 자연재해 때문에 고층 건물도 마음대로 올리기 어려웠다.
그러니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조심하고, 제한된 공간 안에서 질서를 만들며 살게 됐을 것이다.
이런 배경이 결국 ‘일본스러움’이 된다.
그래서 일본스럽게 카페를 연다고 해도
일본 목재, 일본 소품, 일본 인테리어를 베껴놓는 게 답은 아니다.
그 문화의 리듬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그 감각을 손님이 느끼게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일본풍으로 꾸며놓고 인기가요 TOP100이 흘러나오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
겉은 일본인데 속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다시 원두 이야기로 돌아온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나는 어떤 모습과 행동을 하고 싶은가?
나는 미니멀하고 절제된 것을 좋아한다.
형태의 다양함보다 기능을 먼저 생각한다.
한정된 재료 안에서 본연의 맛을 찾는 걸 좋아한다.
피자로 비유하면 이렇다.
이탈리아 피자가 빵, 토마토, 치즈 같은 ‘재료의 본질’에 집중한다면
미국 피자는 소스와 토핑처럼 ‘추가되는 맛’이 중심이라고 느낀다.
나는 전자에 더 끌린다.
이 마음으로 계속 찾다 보니 바우하우스를 알게 됐다.
그리고 “Less is more”는 나에게 꽤 큰 영감을 줬다.
완벽함은 더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버릴 게 없을 때 가까워진다는 것.
그래서 결론은 단순해졌다.
우리는 커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자.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되고, 실용적으로.
그렇게 우리 컨셉은 잡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