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릭 RAG, 단순한 검색을 넘어 '사고'의 시작
언젠가부터 저는 디지털 세상에서 길을 잃는 기분을 자주 느끼곤 했습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제가 원하는 여러 조각의 지식을 하나로 꿰어 맞추는 일은 오롯이 저의 몫이었죠. "A이면서 B이고, C일 경우엔 어떻게 될까?" 같은 복잡한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것은 단편적인 정보의 나열뿐이었습니다. 마치 수많은 책이 꽂힌 도서관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랄까요.
그러다 '에이전트릭 RAG'라는 개념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또 하나의 어려운 기술 용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볼수록, 저는 이것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AI가 비로소 '생각'이라는 것을 시작하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이것은 제가 꿈꿔왔던 진정한 지능형 비서, 단순한 조수가 아닌 '파트너'의 등장이었습니다.
"저는 똑똑한 도서관 사서를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탐정과 같은 존재를 마주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저의 오랜 친구였던 '기본 RAG'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우리말로는 '검색 증강 생성'이라 불리는 이 친구는 꽤나 유능한 도서관 사서와 같았습니다. 제가 질문을 던지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라는 도서관에서 가장 관련성 높은 책(정보)을 쏙쏙 뽑아와 제 답변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죠.
하지만 그의 역할은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는 제가 요청한 정보를 찾아줄 뿐, 정보가 충분한지, 혹은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새로운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여러 단계의 추론이 필요한 복잡한 질문 앞에서는, 그저 관련 있어 보이는 자료들을 나열해 줄 뿐이었죠. 저는 여전히 그 정보들을 보며 스스로 탐정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사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바로 '에이전트(Agent)'라는 심장을 이식받은 '에이전트릭 RAG'가 되어서 말이죠. 이 새로운 친구는 더 이상 정보만 찾아주는 사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우며, 스스로를 검증하는 탐정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1. 사건의 재구성: 쿼리 분석 및 계획 수립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가 제 질문을 받자마자 잠시 생각에 잠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하고,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할까?" 마치 노련한 탐정이 사건 개요를 듣고 수사 계획을 세우듯, 제 질문을 여러 개의 작은 임무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어디서부터 가위질을 시작해야 할지 아는 전문가처럼요.
"the agent performs an analysis of the query to create a plan of smaller tasks to use the data sources and tools it will need to answer that query"
(에이전트는 쿼리를 분석하여 해당 쿼리에 답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소스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한 더 작은 작업 계획을 만듭니다)
이 계획을 세우는 능력 덕분에, 제 질문은 더 이상 막연한 외침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2. 끈질긴 잠복근무: 정보 검증 및 반복
계획에 따라 정보를 찾았다고 해서 그의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찾은 정보를 제 질문 앞에 다시 가져와 꼼꼼히 대조했습니다. "이 정보가 의뢰인의 질문에 답하기에 충분한가?" 만약 조금이라도 부족하다면,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얻을 때까지 다른 도구를 부르거나(tool calling), 새로운 검색을 시도하는 과정을 끈질기게 반복했습니다. 마치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밤을 새우는 탐정의 집요함이 느껴졌습니다.
3. 실패로부터 배우다: 장기 기억 능력
저를 가장 감동하게 한 것은 바로 '기억'하는 능력이었습니다. 그는 이전에 시도했던 과정과 그 결과를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습니다. 덕분에 과거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다음 시도에서는 더 나은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를 넘어,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지능체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저의 서투른 시도들을 기억했다가, 다음번에는 더 좋은 길로 안내해주는 든든한 파트너 같았죠.
4. 비밀 요원 호출: 다양한 도구와의 연동
에이전트릭 RAG의 진정한 힘은 그의 인맥, 즉 다양한 외부 도구와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능력에서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추천할 만한 추운 지역 여행지와 그곳의 현재 날씨는?"이라고 물었을 때, 그는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운 지역 여행지' 목록을 찾는(RAG) 동시에, '날씨 정보 플러그인'이라는 외부 전문가를 호출하여 실시간 날씨 정보를 알아왔습니다. 그의 손에는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만능 도구 상자가 들려있는 셈이죠.
이 똑똑한 친구의 두뇌는 어떻게 설계되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Semantic Kernel' 같은 AI 에이전트 개발 도구가 이런 복잡한 작업들을 조율하는 지휘자 역할을 하고, 'Azure AI Search' 같은 강력한 검색 엔진이 정보 수집을 담당하더군요. 그리고 '플러그인'이라 불리는 작은 기능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날씨, 계산, 번역 등)를 맡아 에이전트를 돕는 구조였습니다. 마치 잘 짜인 탐정 사무소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에이전트릭 RAG를 알아가면서, 저는 AI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를 넘어, 나의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계획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심지어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기본 RAG가 던져준 단편적인 정보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저는, 이제 에이전트릭 RAG라는 든든한 탐정과 함께라면 어떤 복잡한 질문이라도 던져볼 용기가 생깁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우리가 AI와 관계 맺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그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으신가요? 에이전트릭 RAG는 그 미래의 대화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