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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피어난 찬란함,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아도, 이 멜로디는 당신의 귓가에 남아있을 겁니다.

by 파도비늘

어느 날 문득, 익숙한 멜로디가 귓가를 스쳤습니다. 빠르고 격정적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슬픔을 머금은 그 선율. 바로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이었습니다. '큰 사 단조 교향곡'이라는 별명처럼, 이 곡은 그의 다른 단조 교향곡인 25번 '작은 사 단조'와는 또 다른 깊이와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죠. 1788년 여름, 빈의 한복판에서 탄생한 이 곡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걸까요. 저는 그 선율에 이끌려 모차르트의 내면으로 조용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음악은 단어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한다." - 프레데리크 딜리어스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은 트럼펫과 팀파니가 빠진, 조금은 독특한 악기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화려함보다는 어둡고 내밀한 감정이 더욱 도드라지게 느껴집니다. 마치 화려한 파티의 이면, 홀로 남겨진 이의 고독한 독백처럼 말입니다.


첫 번째 악장: 격정의 문을 열다

Molto allegro

이 교향곡은 서주 없이, 비올라의 어두운 반주 위로 곧바로 바이올린이 애절한 첫 번째 주제를 노래하며 시작됩니다. 마치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를 단숨에 끌고 들어가는 듯합니다. 처음 이 부분을 들었을 때, 저는 주저 없이 시작되는 그 대담함에 놀랐습니다. 마치 '내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야'라고 선포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훗날 멘델스존이나 라흐마니노프 같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이 기법을 모차르트는 이미 이 곡에서 선보였던 것이죠. 그의 음악적 혁신이 시대를 얼마나 앞서갔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두 번째 악장: 한 줄기 위로의 빛

Andante

폭풍 같던 1악장이 끝나면, 2악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우리를 감쌉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오는 듯한 평온함. 저는 이 악장을 들으며 잠시 숨을 고릅니다. 인생의 격랑 속에서도 우리가 결코 잃지 말아야 할 온기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요. 치열했던 감정의 파고를 넘어,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모차르트의 손길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세 번째 악장: 춤출 수 없는 미뉴에트

Menuetto: Trio

'미뉴에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이 3악장의 강렬한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만큼 전통적인 미뉴에트의 우아함보다는 불안하고 긴장감 넘치는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정해진 형식 속에서도 자신만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던 모차르트의 고뇌가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이어지는 트리오 부분에서는 관악기들이 따스한 선율을 연주하며 잠시나마 평화를 선사합니다. 어둠과 빛, 긴장과 이완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우리를 그의 감정선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네 번째 악장: 마지막까지 놓지 않는 비애

Allegro assai

마지막 악장은 다시 격정적인 분위기로 돌아와 끝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갑니다. 당시 많은 단조 교향곡들이 마지막에는 장조로 전환하며 희망적인 마무리를 택했던 것과는 달리, 이 곡은 마지막 순간까지 단조의 비극성을 놓지 않습니다. 그 처절함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모든 음을 사용하면서도 조의 으뜸음인 '솔'만은 마지막까지 아껴두는 그 치밀함 속에서, 저는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함께 그의 깊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 곡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있던 어두운 감정들을 남김없이 쏟아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은 단순히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넘어, 한 인간의 내면에 담긴 복잡하고도 깊은 감정의 파노라마를 보여줍니다. 그의 삶이 항상 밝고 명랑하지만은 않았음을, 그 역시 우리처럼 고뇌하고 슬퍼했음을 이 곡은 묵묵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이토록 찬란한 아름다움을 피워낸 그의 음악을 들으며,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이 격정적인 선율 속에서, 어쩌면 당신만의 위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https://youtu.be/QCo1rw45_nA?si=ogbk2527L8FWvW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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