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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군자 Jul 20. 2018

내 친구 다머_악을 그리는 작가의 태도

그래픽노블 04. 내 친구 다머

그래픽 노블 <내 친구 다머>, 더프 백더프


'악은 태어나는 걸까 자라나는 걸까?' 내 친구다머는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연쇄 살인마제프리 다머의학창시절을 공유한 기괴한 경험을 기반으로 악의 탄생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2017년, 한국 사회에서도 아내와 딸의 친구에게 성범죄 및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의 삶이 화제가 되었다. 그의 딸도 주목받았는데 딸은 아빠의 계획을 돕고 은폐까지 함께한 사실상 공범이었다. 범죄를 처음 계획하고 실행한 아버지는 차치하여도 경제적, 정서적으로 아버지에게 의존하며 그의 폭력에 노출되었던 딸이 잔악한 공범인지 살인자로 길러진 또 다른 피해자인지 논란이 되었다.  


내 친구 다머(MY FRIEND DAHMER)는 미국에서 2017년 영화화되었다. 제프리 다머는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유명하게 회자되는 연쇄살인마 중 한 명이다.

<내 친구 다머>는 연쇄 살인마가 되기 전 제프리 다머의 고독한 학창시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면 악이 자라난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머는 가족, 학교, 친구들에게서 완전히 고립된 아이였고 어른들은 아이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만약 누군가 다머에게 충분히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 일을 막을 수 있었을까? 작가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학생 시절 자신의 기괴한 친구를 다룬다.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 놀라울 뿐 아니라 소재만으로도 흥미롭다. 


"어...? 나 저사람 아는데?" 뉴스에 보도되는 연쇄 살인마가 아는 동창생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아래의 상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다머의 무관심한 가족을 대표로 작가는 베이비 붐 세대로 이루어진 미국의 중산층 가정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지 살짝 언급한다. 그리고 그 가족의 모습은 한국 사회와도 충분히 닮아있다. 가족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일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고지식한 아빠. 생활에 치이고 자신의 삶에 만족할 줄 모르는 엄마. 이런 부모의 삶이 무너질 때 가족이 해체되고, 결국 비사회적 인격체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대입해도 충분히 그려진다. 

  게다가 다머는 학교에서도 공공연한 왕따이다. 그가 관심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자기를 우습게 여기는 친구들 앞에서 뇌성마비 환자 흉내를 내는 법뿐이다. 다머의 친구들이 유난히 못된 걸까? 학창시절의 우리는 얼마나 잔인하고 얼마나 무심하였나. 내 기억에서 그 시절은 야생이나 다름없었다. 학생들은 인성이 다 성숙하지 않은 상태이고 그 안에는 나름의 약육강식 논리가 적용된다. 무리에서 약자로 인식되는 것은 곧 고립을 의미한다.

출처: 그래픽 노블 <내 친구 다머>

 

그 시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고립된 친구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쉽지 않고 무리에서 튀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곧 낙오를 의미하기도 했다.
왕따, 은따라는 단어가 있는 학창시절을 살아온 세대라면 적극적인 가해자가 되지는 않았더라도, 무심한 방관자이기를 선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다. 나는 과연 사회에 또 다른 ‘다머’를 생산하지 않았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내 친구 다머>는 무심한 방관자는 다머의 친구, 저자, 다머의 동급생들뿐 아니라 가족, 선생님, 나아가 학교 전체, 사회 시스템임을 고발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 방관자였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사회의 무관심 속에 또 한 명의 제프리 다머가 자라나고 있을지도. 


책은 주제의 무거움 만큼이나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는데, 이는 제작 방식과 제작 동기 전반에서 나타나는 작가의 저널리스트 의식 덕이다.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신문사에서 활동한 작가의 독특한 이력은 이를 뒷받침한다. 작가는 취재기자처럼 여러 명의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인터뷰했고, 이를 통해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다머의 학창시절을 객관적 형태로 복원해냈다.


여러 출처에서 중복되게 서술된 내용을 기반으로 사건을 구성하고, 그 출처를 일일이 함께 밝힌 에필로그에서는 객관성 확보에 대한 저자의 집념을 느낄 수 있다. 이 사건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이슈와 소재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임에도, 열정과 오랜 시간의 연구로 - 무려 2번째 시도로- 결국 작업을 완성했다는 점에서는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일었다. 


저자가 사용한 모든 자료의 출처가 정리되어있는 후반부의 에필로그는 이 책의 에센스이다. 204page, 출처: 그래픽 노블 <내 친구 다머>


작가의 독특한 그림체도 이 작품의 아우라에 큰 축을 담당한다. 흑백의 단색조로만 구성된 색채와 인물을 그리는 방식은 -저자가 선택하지 않았다면 다소 죄송한 표현이지만- 혐오스러운 감정을 자극한다. 거의 검은 어둠으로 꽉 찬 장면은 한두 번 나오는 게 아닌데, 다머가 느꼈을 감정과 참담함, 그리고 이후 연결될 비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끔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 스타일을 통해 강화된다.


직선으로 이루어진 인체와 과장된 관절, 직각으로 이루어진 움직임의 경직된 인물 묘사는 자유롭지 못한 갑갑함, 당시의 가정, 학교 공간의 경직됨과 비인간성을 상징적으로 전달하는 듯하다.

출처: 그래픽 노블 <내 친구 다머>



이런 연출이 좋아
작품에 사실성과 무게를 더하는 뒤쪽의 에필로그!
그림이 아니라고 그냥 넘어가지 말고 끝까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내 친구 다머>가 단순히 살인마를 소재로 한 만화와 다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근데 이런 건..?
마음 약한 독자라면 책의 콘텐츠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뒤에서 다뤄지는 살해 현장 등은만화로 접하는데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정말 묵직한 그래픽 노블을 접하고 싶다면 반드시 도전하기를 권한다.




내 친구 다머

글/그림: 더프 백더프
원제: MY FRIEND DAHMER
미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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