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by 로칼두

상주는 멍하니 아버지라고 불렀던 사진을 바라봤다. 사진은 어제 그의 모습처럼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의 사진 양 옆에 놓인 두개의 촛불은 흔들렸다. 촛불은 기별도 없이 그냥 소멸된 그의 생명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왜 간거야?


사진을 보고 말했다.


사진은 상주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밝게 웃고 있었다. 짜증날만큼.


저 사진을 찍을 때 알았을까, 자기가 머지 않아 사람들의 절을 받고 있을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울어줄거라고. 그렇게 우는 거 싫어하는 양반이 참 잘도 견디겠어. 근데 어쩌겠어, 당신이 건강 관리 잘 안한 탓에 사람들이 이렇게 울어주는데. 꼴보기 싫겠지만 지금이라도 참아. 어차피 한 순간 뿐이잖아. 인간의 삶은 단 한 번 뿐이고, 인간의 죽음도 단 한 번 뿐이잖아. 그러니까 참아. 어차피 지금 이 시간만 눈 딱 감고 참으면 다 끝나는거잖아.아 맞다. 이미 눈 감았지. 어쨌든 이 사람들은 지금만 슬퍼해, 시간이 지나면 이제 당신 기억하지 못할거야. 그게 인간이잖아. 알잖아.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은 걸 사사롭게 여겨. 당신도 그랬잖아. 그러니까 다 똑같은거야. 당신이 사람들을 사사롭게 여겼던 것처럼.


촛불은 계속 흔들렸고, 마치 상주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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