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펍에서 일해본 후기
한 달 정도 놀고 레쥬메를 드롭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로컬잡. 영어를 잘하지는 않지만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구하지 않을 법한 직업을 찾고 싶었다.그게 나에게 제일 큰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인디드를 통해 프랜차이즈 로컬 펍에서 대규모 면접을 본다는 연락이 왔다. 예상되는 인터뷰 질문과 답을 엄청 열심히 외웠지만 전형적인 인터뷰가 아닌 그냥 언제 오리엔테이션이 있을 테니 메뉴를 다 외우지 않으면 탈락일 거라는 거의 통지와 가까운 면접을 봤다. 애피타이저와 갖가지 햄버거, 피자, 이상하게 믹스된 아시안 퓨전 음식, 디저트까지 그 음식과 구성을 다 외우고 갈 리는 만무했고 거의 떨어질 각오로 트레이닝을 갔다. 그러나 생각보다 유연하게 넘어갔고 5일간 세 시간 동안의 오리엔테이션을 겨우겨우 알아들으며 트레이닝이 끝나고 마지막 날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렇게 생각보다 쉽게 로컬펍에서 호스티스로 취직을 했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주된 일은 버싱(상 치우기), 아래층에서 자리가 있냐고 물어보면 자리 있다고 대답하기 정도가 다였다. 한국과 달리 밴쿠버는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 게 아니고 호스트가 자리를 안내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앉은 테이블에 지정된 서버가 자기를 소개하고(가격대가 조금 있는 프랜차이즈가 주로 한다) 주문을 받고 결제까지 앉은자리에서 한다. 내가 한 일은 1층에 호스티스가 손님을 받으면 패드로 남은 테이블이 있는지 확인하고 마이크로 물어보면 내가 자리가 비었는지, 청소가 필요한지 상황을 보고하면서 손님을 올려보네라고 전달하는 일이었다.
일이 어렵지 않아서 그런가 직접적인 서버일을 배웠다기보단 전체적으로 캐네디언 식당 자체가 어떻게 돌아가고 그들만의 용어어와 매너를 배웠다. 내가 일했던 식당은 그렇게 한국인이 많은 밴쿠버에서 나포함 한국인이 세 명인 정말 찐(?) 로컬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에서 배우는 영어는 정말 또 다른 언어를 배우는 느낌이었고 정말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캐네디언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아 물론 여기도 워킹홀리데이하는 직원들이 있었는데 아시안계보다는 영어가 모국어인 아일랜드나 뉴질랜드 쪽이 많았다.
언어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의 분위기도 다시 새롭게 배웠다. 레스토랑은 체인이라 그런지 가족적 인분위기라 백가지가 넘는 맥주를 파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데려올 수 있었고 아이를 위한 크레파스나 의자가 준비되어 있는 게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주말에는 디제이가 와서 반 클럽(?)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제일 좋은 건 잉글리시베이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저녁이면 아름다운 선셋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워킹홀리데이 생활의 시작점을 아주 좋게 끊는 듯싶었다.
못해본 경험을 먼저 쌓고 싶어서 영어가 안돼도 팁과 쉬프트가 보장되는 한국식당이나 스시집에서 일하기보다는 돈이 조금 안되더라도 영어를 조금이라도 더 쓸 수 있는 현지잡을 선호했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심적 여유가 생기니 조금 더 경제적 여건이 보장되는 서버잡에 눈독이 들여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영주권에 대한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일을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 그 유명하다는 Lmia 비자를 받으려면 이 시기쯤 스폰받을 식당을 찾아야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만료될 때쯤 비자를 연장할 수 있었다. 다들 영주권을 정하는 데에 대단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별 게 없었다. 예전부터 해외살이를 꿈꿔왔고 마침 그것을 더 연장할 그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왕 온 거 안 따고 갈 이유가 없잖아?
J들은 속 터지는 얘기겠지만 영주권을 따기로 마음을 먹기까지는 한 달 도 안 걸렸다. 어떤 식당이 나와 잘 맞을지 생각하면서 면접을 여러 군데 보려 다녔고 그렇게 지원받을 곳을 곳에서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아 물론 나의 소중한 로컬펍 호스티스 일도 계속 다니면서 말이다.
-3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