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감각을 읽는 시간. 21화

가장 작은 미끼

by 돌부처

월요일 아침, 나는 이전보다 30분 일찍 출근했다. 텅 빈 사무실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주말 내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엉킨 낚싯줄을 차분히 풀어내고 있었다.


‘리더’, ‘과장’, ‘책임’. 그 무거운 단어들 아래에서 허우적대는 대신, 나는 내가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그리고 가장 작은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입사원들이 출근하고, 나는 두 사람을 회의실로 불렀다. 최경호 사원과 이지아 사원은 긴장된 얼굴로 내 앞에 앉았다. 지난주, 나의 막연한 지시에 그들이 얼마나 답답하고 혼란스러웠을지 짐작이 갔다.


“두 분, 지난 한 주간 고생 많았습니다.”


나는 먼저 나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제가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 ‘감각’이니 ‘흐름’이니 하는 말들, 저 역시 처음부터 알았던 게 아닙니다. 오히려 수없이 낚싯줄을 터뜨리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실패를 반복하며 겨우 배운 것들입니다. 그런데 두 분께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 강요했어요. 제 잘못입니다.”


나의 솔직한 사과에, 두 사람의 굳어있던 얼굴이 조금 풀렸다.


“그래서 오늘은, 제1강을 시작할까 합니다.”


나는 웃으며 서류 한 장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 위에는 거창한 데이터 분석이나 시장 예측 그래프가 아닌, 단 한 명의 고객이 남긴 불만 VOC(Voice of Customer)가 인쇄되어 있었다.


“오늘 우리의 과제는, 이 한 사람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겁니다.”


최경호 사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과장님, 겨우 한 명이요? 이 한 명의 의견으로 저희가 어떤 유의미한 패턴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지아 사원 역시 날카롭게 덧붙였다.


“통계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샘플입니다. 이걸 분석하는 건 시간 낭비가 아닐까요?”


두 사람의 반응은 당연했다. 그것은 내가 이전에 그토록 신봉했던,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사고였다.


“두 분 말이 맞습니다. 이건 통계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나는 인쇄된 종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낚시를 배우려면, 가장 먼저 갯지렁이를 자기 손으로 직접 꿰어봐야 합니다. 징그럽고, 비리고,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행위죠. 하지만 그 꿈틀거리는 생명의 감각을 손끝으로 직접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물속 생명의 미세한 입질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한 사람의 목소리가, 오늘 우리가 만져봐야 할 첫 번째 갯지렁이입니다.”


우리는 세 시간 동안, 오직 그 한 장의 텍스트에만 매달렸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두 사람도,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몰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문장의 뉘앙스, 단어의 선택, 심지어는 문장 부호의 쓰임까지 파고들었다.


“‘기대했는데, 실망했어요.’ 이 문장에서 ‘기대했다’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이분은 우리 서비스에 애정이 있었던 고객이라는 뜻이니까요.”


“‘밤늦게 일기 쓰려고 켰는데, 갑자기 복잡해져서 그냥 껐어요.’ 여기서 ‘밤늦게’라는 시간 정보가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루를 마무리하는 감성적인 시간에, 우리 앱이 너무 이성적인 도구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요?”


나는 지시하거나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질문을 던졌다.


“왜 이분은 ‘짜증 난다’가 아니라 ‘실망했다’고 표현했을까요?”

“‘복잡해졌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말하는 걸까요?”


우리는 함께 추리하고, 함께 상상했다.


회의가 끝날 무렵, 우리는 그 한 사람의 목소리에서 예닐곱 개의 구체적인 가설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빅데이터 분석으로는 결코 찾아낼 수 없었을, 살아있는 날것의 가설들이었다.


“과장님, 정말 신기하네요. 숫자만 볼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뭔가… 보이는 것 같아요.”


최경호 사원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나는 그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바로 ‘감각’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진짜 문제는, 이 작은 감각을 어떻게 팀 전체가 공유하고, 회사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홀로 남아 텅 빈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 ‘제1강, 갯지렁이를 꿰는 법’이라고 적었다. 나는 그 아래에, 오늘 우리가 했던 모든 대화와 과정을 최대한 상세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항해 일지에 가까웠다. 우리가 어떤 암초를 만났고, 어떤 바람을 탔으며, 어떤 별을 보고 길을 찾았는지에 대한 기록.


나는 어쩌면, 신입사원들을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을 가르치고 있었다. 나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그 막연한 감각의 세계를, 처음으로 언어와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지도’ 위에 그려내고 있었다. 그날의 텅 빈 쿨러가, 그리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침묵의 바다가, 시간차를 두고 내게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건네주고 있었다.


나의 첫 번째 ‘강의’가 끝난 후, 회의실의 공기는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신입사원들의 눈에 서려 있던 막연한 불안감은, 작지만 구체적인 호기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거대한 바다의 한가운데에 있었지만, 이제 막 손에 작은 나침반 하나를 쥔 참이었다.




하지만 나침반만으로는 항해할 수 없었다. 다음 날, 나는 두 번째 ‘갯지렁이’를 팀원들에게 건넸다. 이번에는 긍정적인 사용자 피드백이었다. 우리는 지난번과 똑같은 방식으로, 칭찬의 목소리 속에 숨어있는 진짜 욕망과 감각의 단서들을 파고들었다.


“‘덕분에 일상이 정리되는 기분이에요.’ 이분은 단순히 기능의 효율성을 칭찬하는 게 아니네요. 감성적인 만족감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맞아요. 어쩌면 우리 앱의 진짜 경쟁 상대는 다른 생산성 앱이 아니라, 잘 정리된 다이어리나 만년필 같은 아날로그 제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작은 회의실은, 거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곳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을 탐험하는 탐사 본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느린 항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시선도 있었다.


“박 과장.”


점심시간, 김현승이 내 자리로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복잡한 데이터가 가득한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지금 우리 팀은 전체 사용자 행동 패턴 분석 모델링을 시작했어. 이걸로 다음 분기 예측 모델을 만들 거에요. 그런데 박 과장 팀은 아직도 그 작은 목소리들만 듣고 있을 건가? 언제까지 갯지렁이만 만지고 있을 순 없잖아요.”


그의 말에는 비난이 아닌,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의 방식대로라면, 지금은 망망대해에 거대한 그물을 던져야 할 시간이었다.


“김 과장 말이 맞아요. 하지만 나는 지금 배를 만드는 중입니다. 내 선원들이 스스로 노를 젓고, 돛을 올릴 수 있게 훈련시키는 시간이에요. 지금 당장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평생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뱃사람을 만드는 게 내 첫 번째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 낭만이, 차 팀장 앞에서도 통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더 이상 논쟁하지 않았다. 각자의 방식이 옳다는 것을, 우리는 각자의 바다에서 증명해 내야만 했다.




그 주 주말, 나는 처음 낚시를 시작했던 방파제로 향했다. 하지만 내 손에 들린 것은 날렵한 루어대가 아닌, 창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2만 5천 원짜리 ‘국민 원투 세트’였다. 나는 오늘, 나 자신에게 ‘제1강, 갯지렁이를 꿰는 법’을 다시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낚싯대를 펴고, 채비를 묶는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녹화하듯, 하나하나 소리 내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 먼저 낚싯줄 끝에 팔자매듭으로 고리를 만듭니다. 고리가 너무 크면 채비가 꼬일 수 있으니, 새끼손톱 크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갯지렁이를 꿰는 법, 봉돌의 무게를 느끼며 캐스팅하는 법, 바닥에 안착하는 감각을 느끼는 법. 내가 무의식적으로, ‘감각’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왔던 모든 과정을 언어로 분해하고, 시스템으로 재조립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나만의 강의에 몰두하고 있을 때, 옆에서 한 젊은 청년이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값비싼 낚시장비를 가지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낚싯줄을 엉키게 하거나 바로 발 앞에 채비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몇 년 전,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혹시… 제가 뭐 좀 알려드려도 될까요?”


나는 그에게 거창한 낚시 철학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낚싯대를 잡는 손의 위치와, 캐스팅할 때 시선을 두는 법, 그리고 봉돌의 무게를 어깨에 싣는 감각에 대해, 내가 방금 나 자신에게 설명했던 그 언어로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그는 반신반의하며 내 말을 따라 몇 번 연습하더니, 마침내 ‘휙!’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채비를 멀리 날려 보냈다.


“와! 감사합니다! 진짜 되네요!”


그가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로소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았다. 리더란, 물고기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상대방이 낚싯대를 제대로 휘두를 수 있도록, 그의 등 뒤에서 자세를 교정해 주는 사람일 뿐이었다.




월요일 아침, 나는 두 신입사원을 회의실로 불렀다. 그리고 내 ‘항해 일지’의 첫 페이지를 그들 앞에 펼쳐 보였다.


“자, 오늘은 제2강입니다.”


노트 위에는, ‘가장 단순한 매듭으로, 가장 강한 연결을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과 함께, 내가 주말 내내 수십 번이고 그리고 지웠던 직결 매듭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매듭을 완벽하게 묶는 데 일주일의 시간을 주겠습니다. 이 매듭 하나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모든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낚싯줄 두 가닥을 건네주었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당혹감이 아닌, 명확한 과제 앞에서의 건강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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