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앞에서 리더의 가면은 벗겨진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성공은 우연일 수 있지만, 실패는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아무리 완벽한 전략과 치밀한 실행이 뒷받침되더라도, 변덕스러운 시장 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프로젝트는 좌초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빠른 실패'를 혁신의 거름으로 칭송하지만, 우리가 몸담은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사무실에서 실패는 곧 '죄악'이자 '무능'으로 낙인찍힙니다.
평소에는 "우리는 원팀"이라며 건배사를 외치던 리더들이 진짜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팀이 가장 큰 위기에 처했을 때입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너그러운 덕장 흉내를 내기 쉽습니다. 하지만 붉은색 숫자가 적힌 성과표가 날아오고, 경영진의 질타가 쏟아지는 순간, 빌런들은 본능적으로 생존 모드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생존 방식은 대부분 부하 직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잔혹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번 화에서는 실패와 위기라는 극한 상황에서 오피스 빌런들이 보여주는 비겁한 대처 방식과, 그 속에서 실무자가 자신의 멘탈과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사후 과잉 확신 편향: 어떤 사건의 결과를 알고 난 후에야, 마치 자신이 그 결과를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믿거나 말하는 심리적 현상. 흔히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말로 대표된다.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빌런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위로도, 분석도 아닙니다. 바로 "내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라는 선언입니다.
제 지인은 신규 서비스를 런칭했다가 처참한 실적을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분명 기획 단계에서는 팀장님도 "이건 무조건 된다", "역시 자네 아이디어는 탁월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예산 승인부터 인력 배정까지 그의 결재 없이는 불가능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결과 보고서가 화면에 띄워지자, 그는 마치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혹은 미래를 내다봤던 예언가처럼 말을 바꿨습니다.
"내가 기획안 가져왔을 때부터 좀 불안하다고 했잖아. 시장 조사가 부족해 보인다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그때 자네가 자신만만하게 밀어붙여서 승인해 준 건데, 역시 내 예감이 맞았어."
그의 기억 속에서 그는 이미 이 실패를 예견하고 경고했던 현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독려했던 자신의 과거 언행은 깨끗하게 삭제하고, 무모한 부하 직원의 고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재해 준 피해자로 자신을 포지셔닝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선 기억의 재구성이며, 자신의 리더십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는 비겁한 방어 기제입니다.
이런 리더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는 미칠듯한 억울함을 느낍니다. 함께 으쌰으쌰 했던 동지는 사라지고, 결과론적인 비난만 퍼붓는 남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여 다음의 교훈으로 삼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나는 알고 있었지만, 네가 망친 것이다라는 프레임을 짜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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