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이라는 가면을 쓴 동료 빌런들에 대하여
우리가 퇴사를 고민하는 이유의 절반은 리더 때문이지만, 우리가 출근하기 싫어 아침마다 한숨 쉬는 이유의 절반은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 때문일 것입니다.
리더의 갑질은 가끔 폭풍처럼 몰아치고 지나가지만, 동료와의 갈등은 마치 신발 속의 모래알처럼 걸을 때마다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동료는 '동지'가 될 수도 있지만, 가장 위험한 '내부의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우리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며, 업무라는 핑계로 우리의 시간과 성과를 합법적으로 갈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리더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굴지만, 동료들에게는 악마가 되는, 혹은 웃으면서 등 뒤에 칼을 꽂는 빌런들의 유형을 분석해 봅니다.
*링겔만 효과: 집단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날수록, 성과에 대한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 내가 하지 않아도 남이 할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
학창 시절, 우리를 분노하게 했던 '조별 과제'의 악몽은 회사에서도 계속됩니다. 아니, 더 교묘하게 진화합니다. 이 '무임승차형 빌런'들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항상 "우리 같이 해요", "TF를 구성하죠"라며 판을 키웁니다.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나눌 N분의 1이 필요하고, 일이 잘되면 묻어갈 버스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주특기는 '바쁜 척'입니다. 회의 시간에는 가장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온갖 아이디어를 던집니다. 하지만 정작 그 아이디어를 실행할 실무 단계가 되면 귀신같이 사라집니다. "제가 지금 다른 급한 건이 있어서", "거래처 미팅이 잡혀서"라며 빠져나갑니다. 결국 밤을 새워 제안서를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당신의 몫입니다.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은 결과 보고 때입니다. 실무 내내 코빼기도 안 보이던 그는 발표 날 가장 말끔한 모습으로 나타나 리더 옆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으며 말합니다. "저희 팀이 이번에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여기서 '저희'라는 단어는 당신의 노력을 희석시키고 자신의 기여를 과대포장하는 가장 비열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Insight Note] 업무 분장을 칼같이 나누고, 실명제를 도입하십시오.
무임승차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익명성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업무를 시작할 때 '우리 팀'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할지'를 문서로 박제해야 합니다. "자료 조사는 김 대리, 제안서 작성은 박 과장" 식으로 역할을 쪼개십시오.
그리고 결과물이나 보고 메일에도 담당자를 명기하십시오. "김 대리님이 조사해 주신 자료를 바탕으로 제가 제안서를 작성했습니다"라고 명확히 언급하십시오. 이것은 치사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저작권 표시입니다. 그가 숨을 곳을 없애야 그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으면 당신은 성과를 가로채는 빌런이 될 것입니다.
*제로섬 게임: 한쪽의 이득이 상대방의 손실이 되는 상황. 동료를 협력자가 아닌 밟고 올라가야 할 경쟁자로만 인식할 때 발생한다.
이 유형의 빌런은 겉으로 보기에 아주 사교적이고 친절합니다. 탕비실에서 마주치면 "요즘 힘들지?"라며 커피를 건네고, 술자리에서는 세상 둘도 없는 고민 상담사가 되어줍니다. 당신은 그의 따뜻함에 무장 해제되어 팀장님에 대한 불만,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난관, 심지어 이직 계획까지 털어놓게 됩니다.
하지만 며칠 뒤, 당신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팀장님과의 면담 자리에서 당신이 그 동료에게만 말했던 비밀들이 팀장님의 입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입니다.
"김 대리, 요즘 이직 준비한다며? 마음 뜬 사람한테 중요한 일 맡길 수 있겠어?"
"박 과장이 그러는데, 자네가 이번 프로젝트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불평했다며?"
그들은 정보를 권력으로 활용하는 '사내 정치꾼'들입니다. 그들은 당신의 신뢰를 이용하여 약점을 수집하고, 그 정보를 상사에게 가져다 바침으로써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합니다. 혹은 당신의 아이디어를 훔쳐서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먼저 보고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동료는 친구가 아니라, 밟고 올라가야 할 사다리일 뿐입니다. 그들의 친절은 정보를 캐내기 위한 미끼였을 뿐, 그 안에 진심은 단 1그램도 없었습니다.
[Insight Note] 직장은 고해성사의 장소가 아닙니다.
회사 동료에게, 특히 입이 가볍거나 사내 정치를 하는 성향이 보이는 동료에게 절대 약점을 보이지 마십시오. 사적인 고민, 상사에 대한 뒷담화, 이직 계획은 가족이나 회사 밖 친구에게만 털어놓으십시오.
회사에서는 '직업적 페르소나'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가 친한 척 다가와서 "솔직히 팀장님 좀 별로지 않냐?"라고 유도신문을 해도, 절대 동조하지 마십시오. 그저 미소 지으며 "글쎄요, 다들 입장이 있으시겠죠"라고 뭉개는 것이 현명합니다. 당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언제든 편집되어 당신을 겨누는 화살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지식 은폐: 동료의 요청을 받고도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기거나, 모호하게 제공하거나, 모르는 척하는 행동. 자신의 대체 불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 전략으로 사용된다.
새로운 부서에 배치되거나 이직했을 때, 혹은 타 부서와 협업을 시도할 때 우리는 이 '수문장'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은 해당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해 온 실무자들로, 그 업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빠삭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지식을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자료 좀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그들은 온갖 핑계를 댑니다.
"아, 그 파일이 어디 있는지 찾기가 힘드네요."
"그건 대외비라 보여드리기 곤란해요."
"그냥 제가 할 테니까 놔두세요."
그들은 정보를 공유하면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까 봐 두려워합니다. '나만이 이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를 고의로 복잡하게 만들거나 매뉴얼을 남기지 않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우리는 원래 이렇게 해왔어", "네가 뭘 알아?"라는 태도로 배타적인 텃세를 부립니다.
이런 동료와 협업하는 것은 벽을 보고 테니스를 치는 것과 같습니다. 업무는 병목 현상에 걸리고, 당신은 간단한 일조차 그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을'의 입장이 됩니다. 그들은 회사의 자산인 정보를 사유화하여 자신만의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소왕국을 건설하려는 사람들입니다.
[Insight Note]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정보를 '공공재'로 만드십시오.
텃세형 고인물과 일대일로 맞서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리더나 상위 조직을 개입시켜야 합니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매뉴얼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업무 히스토리를 서버에 공유해야 합니다"라고 제안하여, 정보 공유를 개인의 부탁이 아닌 조직의 공식적인 과제로 격상시키십시오.
또한, 그에게 질문할 때는 메신저나 구두보다는 '참조(CC)'가 걸린 이메일을 활용하십시오. 팀장님이 참조된 메일로 "지난번 요청드린 데이터 공유 부탁드립니다"라고 보내면, 그는 마지못해서라도 응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것, 그것이 고인물을 흐르게 만드는 유일한 길입니다.
동료는 선택할 수 없지만, 관계의 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동료와 보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착각합니다. 동료와 꼭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회사 생활이 편해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빌런들이 가장 좋아하는 빈틈입니다.
모든 동료가 친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회사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곳이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동호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임승차하는 동료에게는 단호하게 역할을 요구하고, 정치를 하려는 동료에게는 빈틈을 보이지 않으며, 텃세를 부리는 동료에게는 시스템으로 대응하십시오.
그들을 미워하느라 당신의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십시오. 대신 그 에너지를 당신의 성과를 만들고, 진짜 신뢰할 수 있는 소수의 '진짜 동료'와 연대하는 데 쓰십시오. 나쁜 동료에게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태도, 그것이 바로 당신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갑옷입니다.
나쁜 동료를 반면교사 삼아 질문하십시오.
"나는 누군가에게 무임승차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누군가의 뒷담화를 즐기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나의 지식을 기꺼이 나누고 있는가?"
옆자리의 빌런을 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을 때, 당신은 그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프로페셔널로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