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인 척하는 파괴자

이해보다 평가부터 앞서는 무례한 자들에 대하여

by 돌부처

새로운 사람이 조직에 합류한다는 것은 설레는 일입니다. 새로운 시각, 새로운 에너지, 그리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뉴페이스 들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흙 묻은 신발로 우리가 닦아놓은 마루를 짓밟으며 등장합니다.


그들은 마치 정복 전쟁에서 승리한 '점령군'처럼 행동합니다.


"이건 왜 이렇게 했어요? 구린데요?"
"지금까지 이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해오신 거예요?"
"제가 전 직장에서는 이렇게 안 했거든요."


그들은 기존의 맥락을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왜 지금의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와 치열한 고민이 있었는지에 대한 존중은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기존의 모든 것을 '구습'이자 '적폐'로 몰아세웁니다.


오늘 이야기에서는 기존 구성원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과거를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는 '리셋 증후군' 빌런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법칙 70. 그들은 이해하기 전에 평가부터 한다 - 맥락 소거의 오류

*체스터턴의 울타리: 길 가던 중 울타리가 쳐져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누가 이런 쓸모없는 걸 세웠어?"라며 무작정 철거하기 전에, 그 울타리가 왜 거기에 세워졌는지 이유를 먼저 알아내야 한다는 원칙.


간혹 새로 부임한 팀장, 혹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며 입사한 경력직 동료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지적질'일 때가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의 결과물만 보고 손쉽게 비판합니다.


"디자인 톤이 너무 촌스러운 거 아니에요?"
"코드가 왜 이렇게 지저분해요? 스파게티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당시의 한정된 예산, 촉박했던 일정, 까다로웠던 클라이언트의 요구, 그리고 기술적 제약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최선의 '타협점'이었습니다. 그 울타리가 거기에 있는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빌런들은 그 '맥락'을 싹둑 잘라내 버립니다.


그들이 상황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알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의 제약 사항을 이해하는 순간, 자신의 비판이 힘을 잃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과거의 사람들이 무능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프레임을 짜야만, "유능한 내가 와서 구원해 주겠다"는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일부러 맥락을 소거하고, 결과만 놓고 조롱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돌부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읽고 쓰는 사람.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소설을 씁니다.

70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7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