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불꽃축제는 '시스템 오류로 인한 조기 종료'라는 서울시의 공식 발표와 함께 어수선하게 막을 내렸다.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던 여의도 한강 공원은, 축제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갑작스러운 종료에 불만을 터뜨리는 시민들의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 불만 섞인 귀갓길이, 자신들이 살아남았다는 증거라는 사실을.
그날 밤, 그들은 백면이 준비한 거대한 최면 의식의 제물이 될 뻔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세 사람 덕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저 유난히 피로하고,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기억나지 않는 찜찜함을 느끼며 잠자리에 들었을 뿐이다.
팀 문지기는 다시 광화문의 안전가옥으로 돌아왔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세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리자 억눌러왔던 고통과 피로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하진은 기력을 소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온몸이 젖은 솜처럼 무거웠고, 옥 조각을 쥐었던 손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윤도진은 독사의 꼬리에 맞아 금 간 갈비뼈 통증 때문에 숨을 쉴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이강우는 찢어진 잠수복 사이로 드러난 상처들이 쓰라린지 연신 욕설을 내뱉었지만, 그 역시 탈진 상태였다.
“일단... 좀 씻고, 치료부터 합시다. 이러다간 백면 잡기 전에 파상풍으로 죽겠군.”
윤도진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구급상자를 꺼내왔다. 세 사람은 묵묵히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하진은 윤도진의 멍든 옆구리에 손을 얹고 문지기의 정화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푸른 빛이 스며들자 윤도진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고마워요. 훨씬 낫군.”
“별말씀을요. 형사님이 아니었으면 전 벌써 죽었을 거예요.”
윤도진은 이강우의 찢어진 어깨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아야! 살살 좀 해, 형사 양반. 사람 잡겠네.”
“엄살 피우지 마. 이 정도 상처는 군대에서 훈장 취급도 못 받았을 텐데.”
“그건 옛날얘기지. 지금은 내 몸이 재산이라고.”
말은 툭툭 던졌지만, 그들 사이에는 끈끈한 전우애가 흐르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 경계하던 사이였지만, 생사를 함께 넘나든 경험은 그들을 누구보다 가까운 동료로 만들어주었다.
치료를 마친 후, 그들은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배달 음식을 시켰다. 메뉴는 피자와 치킨, 그리고 맥주였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고 흔한 음식이지만, 그날 밤 그들에게는 황제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만찬이었다.
“크아, 살 것 같다. 역시 노동 후엔 치맥이지.”
이강우가 맥주캔을 따 단숨에 들이키며 감탄했다.
“살아있으니까 이런 것도 먹고, 좋군요. 하마터면 물귀신 밥이 될 뻔했잖습니까.”
윤도진도 피자 한 조각을 집어 들며 맞장구쳤다.
하진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콜라를 마셨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지난 10년간 느껴왔던 고독과 두려움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그들은 다시 거실의 회의 탁자에 모여 앉았다. 분위기가 다시 진지해졌다.
“백면이 마지막에 모니터를 통해 남긴 말이 걸려요.”
하진이 먼저 무거운 침묵을 깼다.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나의 진짜 계획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단순히 패배자의 허세는 아닌 것 같았어요. 놈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었어요. 마치 우리가 이길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요.”
“동감입니다. 불꽃 축제는 놈이 준비한 여러 카드 중 하나, 혹은 시선을 끌기 위한 미끼였을 수도 있습니다.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 아니 ‘플랜 C’까지 준비해 뒀을 겁니다.”
윤도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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